연고점 경신하며 1,345.2원까지 올랐다 구두 개입 후 1,340원 하회
"외환당국 개입, 속도 조절 효과…추세적 상승은 이어질 듯"
"환율 상단, 1,350원 무너지면 1,380원까지 갈수도"
대통령 언급 이어 외환당국 구두 개입…환율 급등세 진정될까
원/달러 환율이 1,340원대로 치솟자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리스크 관리'를 강조한 데 이어 외환당국도 구두 개입에 나섰다.

글로벌 달러화 강세에 따른 원/달러 환율 상승 흐름 자체를 막을 수는 없지만, 지나치게 빠른 상승 속도는 제어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이날 외환당국의 구두 개입 이후 환율은 어느 정도 진정세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환율의 추세적 상승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 윤 대통령 "리스크 관리"…당국, 두달만에 구두 개입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께 "달러 강세와 원화 약세의 통화 상황이 우리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비상경제대책회의 등을 통해 리스크 관리를 잘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달러화 강세에 따라 원/달러 환율이 오르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우리 경제의 재무 건전성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이것이 수입 물가를 상승시키고 국제수지를 악화해서 우리 시장에 부정적 영향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을 국민이 불안하지 않도록 잘 대비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환율 상황을 관망하고만 있지는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의 발언이 나온 뒤 30분이 채 지나지 않은 오전 9시 24분 외환당국은 "최근 글로벌 달러 강세에 기인한 원/달러 환율 상승 과정에서 역외 등을 중심으로 한 투기적 요인이 있는지에 대해 면밀히 점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원/달러 환율 상승세에 '브레이크'를 걸기 위해 당국이 공식 구두 개입에 나선 것이다.

외환당국의 구두 개입은 6월 13일 이후 두 달여만이다.

당국은 달러화 강세에 따른 원/달러 환율 상승은 일정부분 불가피하지만, 지나치게 빠른 상승세는 제어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외환당국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외환시장 흐름이 달러화가 강세를 띨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원/달러 환율이 오르고 있지만, 시장에 어느 정도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 경계감을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당국은 특히 환율 상승 상황에서 투기 수요가 몰릴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하고 있다.

이에 구두 개입 문구에도 투기 요인이 환율 상승세를 부추기는 것은 막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대통령 언급 이어 외환당국 구두 개입…환율 급등세 진정될까
◇ 1,345.2원까지 고점 높인 환율…구두 개입에 1,340원 밑으로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오전 10시 7분 현재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1.4원 떨어진 달러당 1,338.4원이다.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2.0원 오른 1,341.8원에 개장한 뒤 장 초반 1,345.2원까지 치솟으며 연고점을 또다시 경신했다.

개장가도 연고점이었다.

그러나 오전 9시 24분께 외환당국의 구두 개입 직후 하락 전환했다.

이후 환율은 1,337.0원까지 저점을 낮추는 등 1,340원선을 하회하며 진정세를 보이고 있다.

같은 시간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974.9원이다.

전날 오후 3시 30분 기준가(977.49원)보다 하락했다.

◇ "당국 개입, 속도조절…추세적 상승 지속 예상"
전문가들은 이날 외환당국이 구두 개입에 나서면서 최근 고공행진하던 환율 상승 속도가 일부 조절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대통령과 외환 당국의 구두 개입이 나오면서 환율 상단에서 당국의 실개입 가능성에 대한 경계심이 작용할 수 있게 됐다"며 "방향성(환율 상승)은 그대로지만, 속도는 조절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의 1차적 저항선을 1,350원으로 보고 있으며, 만약 이 선이 무너진다면 1,380원선을 2차 저항선으로 본다"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의 상승이 글로벌 달러화 강세로 인해 촉발된 만큼 추세적 상승을 막기에는 당국의 개입이 역부족일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외환시장의 큰 물줄기가 달러화 강세이다 보니 한국 외환당국의 역할을 크게 기대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백 연구원은 "그런데도 당국이 개입한 것은 국내 경제 주체들의 불안정한 심리에 대한 최소한의 대응 차원에서 역할을 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글로벌 달러화 강세가 워낙 강력한 상황이라 환율 상단이 1,350원 이상으로 열릴 가능성이 커졌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