쥘리에트 비노슈, 트럭운전사 샐리 역
인신매매 피해자에게 보내는 연대…영화 '파라다이스 하이웨이'
18륜 트럭을 운전하는 샐리(쥘리에트 비노슈 분)는 감옥에 갇혀서도 갱단으로부터 목숨을 위협받는 동생 데니스(프랭크 그릴로)를 뒷바라지한다.

갱단이 데니스에게 요구하는 불법 화물운송을 대신 해주는 것이다.

출소를 앞둔 데니스는 마지막 일이라며 샐리에게 쪽지 하나를 건넨다.

이번 물건은 장물도, 마약도 아닌 어린 여자아이 레일라(할라 핀리)였다.

인신매매를 직감한 샐리는 작업을 거절하려다가 동생 생각에 아이를 트럭에 태운다.

의뢰인에게 아이를 넘기려는 순간, 아이가 트럭에 있던 엽총으로 의뢰인을 쏜다.

샐리는 아이와 함께 졸지에 갱단과 미 연방수사국(FBI)에게 동시에 쫓기는 신세가 됐다.

인신매매 피해자에게 보내는 연대…영화 '파라다이스 하이웨이'
'파라다이스 하이웨이'는 인신매매 범죄를 다룬 스릴러다.

그러나 경찰이 범인을 쫓는 추리극보다는 인신매매 피해자 레일라와 본의 아니게 사건에 엮이게 된 샐리의 로드무비에 가깝다.

미국에서만 10만 명 넘는 어린아이가 강제로 성매매를 하게 될 처지에 놓여있다는 FBI 통계를 보면, 인신매매는 단순한 경찰수사극으로 다루기엔 간단치 않은 문제다.

샐리는 살인 용의자로 공개수배 전단이 붙는다.

처음 보자마자 샐리의 얼굴에 침을 뱉던 레일라는 FBI의 추적을 피해 미국 남부를 떠돌아다니면서 점차 샐리에게 마음을 연다.

샐리 역시 추적을 따돌리는 것만큼이나 레일라의 앞날을 생각하게 된다.

무료함과 졸음을 떨치기 위해 운전 중 함께 통화하는 여성 트럭운전사 모임도 샐리 일행에 연대한다.

인신매매 피해자에게 보내는 연대…영화 '파라다이스 하이웨이'
베테랑 FBI 수사관 게릭(모건 프리먼)이 사건을 바라보는 시선도 예사롭지 않다.

은퇴 이후에도 수사에서 손을 떼지 못하는 게릭에게 살인 용의자 검거나 인신매매 조직 소탕은 우선이 아니다.

그가 여러 정황증거를 잡고서도 곧바로 용의자를 체포하지 않는 이유는 사건 해결보다 레알리의 안전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전형에서 벗어난 게릭의 수사는 수사당국의 성과주의와 편의주의를 적나라하게 꼬집는다.

이같은 태도는 관료적 수사규범을 지키며 범인 검거를 유일한 목표로 삼는 엘리트 요원 핀리(캐머런 모너핸)와 대비돼 더욱 두드러진다.

인신매매 피해자에게 보내는 연대…영화 '파라다이스 하이웨이'
카메라는 건조하면서도 운치 있는 미국 남부의 풍광과 고속도로를 달리는 트럭을 부감으로 자주 비춘다.

천혜의 자연 속 샐리의 트럭에 탄 채 FBI와 인신매매 조직에 쫓기는 레일라는 곧 미국사회의 양면성을 상징한다.

애나 구토 감독은 작가노트에 "10대 시절 고향에서 인신매매 범죄현장을 실제로 목격했다"며 "샐리와 레일라는 희생자가 아니라 모든 것을 극복한 주체적 생존자"라고 적었다.

24일 개봉. 115분. 15세 관람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