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 이민성 씨…"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사회 만들고 싶어요"
"'연합뉴스 사회부 김윤철'이라는 뜻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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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동국대 명진관에서 만난 중어중문학과 17학번 재학생 이민성(24) 씨는 기자에게 점자 스티커와 함께 읽는 법이 적힌 종이를 건네며 웃었다.

교내 음료 자판기에 직접 제작한 '점자 스티커'를 부착한 이씨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주변에 점자를 알리고 있다고 했다.

이씨는 동국대가 언덕배기에 있어 장애인 학생이 등교하기 힘든 환경이라는 것을 알게 된 뒤로 장애인 인권 문제에 눈을 떴다.

이에 이씨는 동기들과 '둥글고 둥글게'라는 프로젝트팀을 꾸려 직접 휠체어를 타고 장애인이 일상에서 마주하는 불편을 알리는 영상을 만들었다.

이 영상들은 지난해 전국장애인부모연대가 주최한 '대한민국 장애 인식 개선 콘텐츠 공모전' 등에서 수상했다.

팀 이름에는 "모난 곳에서 혼자 아파하고 슬퍼하는 사람 없이, 모두가 같이 살 수 있는 둥근 세상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 담겼다.

이씨는 교내에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고 싶다고 고민하던 중 시간을 들이면 누구나 만들 수 있는 점자 스티커를 알게 됐다.

이에 이씨는 점자를 독학으로 익히고 스티커 인쇄기를 사 올해 4월부터 교내 자판기의 버튼, 지폐·동전 투입구, 카드 인식기마다 안내문을 붙였다.

그는 "편의점에선 음료를 만져보고 고를 수 있지만, 자판기는 점자 안내가 없으면 시각장애인에게는 벽과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스티커 제작 과정은 생각처럼 간단치 않았다.

점자 안내가 붙어있는 자판기를 답사하며 음료 이름 외에 용기의 종류까지 표시해야 도움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경기도시각장애인복지관을 직접 찾아 검수를 받고 나서는 자신이 만든 안내문에 외국어를 갓 익힌 사람의 문장처럼 어색한 대목들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학교 측은 이씨의 제안을 반기며 지지해줬다.

동국대 인권·장애학생지원센터는 "미처 지원하지 못한 부분을 생각해 교내 환경 변화를 이끌어준 점에 감사하며, 장애 학생들에게 필요한 부분을 더 세심히 지원하겠다"고 했다.

이씨는 현재 아이들에게 무료 창의성 수업을 제공하는 문화재단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이곳에서도 점자 독법과 스티커 제작법을 가르치고 있다.

이씨는 아이들이 점자와 친숙해지면서 시각장애인 편의시설 부족에 문제의식을 느끼게 되는 것을 보고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지인들에게도 장애인 인권 문제를 알리기 위해 종종 점자 스티커를 선물한다는 이씨는 "처음엔 하나를 만드는 데 10분 정도 걸렸는데, 요즘은 능숙해져서 2분이면 만든다"며 웃었다.

이씨는 다음 달에는 교내 건물과 강의실 입구에도 점자 스티커를 붙일 계획이다.

2학기 중에는 특수학교에서 교육 봉사를 시작하려고 지난 6월부터 수어를 배우고 있다.

이씨는 아직 진로를 확정하지 못했지만, 차별 없는 사회에 보탬이 되고 싶다는 뜻만큼은 분명하다고 했다.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든,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상대적 소수성'으로 인해서 소외되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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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