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밖청소년들, 자전거하이킹 챌린지…1천7백만원 우크라 기부
"위기청소년에서 기부청소년으로…도움받았으니 도움 줘야죠"
"위기청소년에서 기부 청소년으로. 멋있지 않나요?"
정한빈(18), 정우진(16), 배용준(16) 군은 지난달 제주 250㎞ 자전거 하이킹 기부 챌린지를 통해 우크라이나 난민 아동들에게 후원금 1천724만8천원을 전달했다.

이들은 국제구호개발 비정부기구(NGO) 월드비전이 지원하는 충주 '친구청소년쉼터'의 구성원이다.

'가정밖청소년', '가정불화 청소년'으로도 불린다.

가정밖청소년은 학대나 방임 등 여러 이유로 가정에서 살지 못하고 청소년 쉼터에 입소한 청소년을 말한다.

지난 16일 오후 월드비전 사무실에서 만난 세 사람은 "자전거 하이킹으로 국경 너머 우크라이나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챌린지에 참여했다"고 입을 모았다.

이번 챌린지는 쉼터가 이들 청소년에게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끈기와 어려운 이들을 도와야 한다는 공동체 의식을 길러주기 위해 마련됐다.

올해로 6회째다.

"위기청소년에서 기부청소년으로…도움받았으니 도움 줘야죠"
효과는 톡톡히 나타났다.

정우진 군은 "생사를 오가는 것 같은 순간을 겪어봤는데 더 힘든 일이 있어도 극복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한다.

배용준 군은 "막판 오르막길에서 1등으로 통과하고 뒤를 돌아봤더니 4년 전 나의 등을 밀어준 형이 여전히 다른 친구들을 밀어주고 있었다"며 "'나는 아직 남을 챙기지는 못하는 사람이구나'라는 것을 깨닫고 다음에는 1등이 아닌 다른 친구의 등을 밀어주는 사람이 되기로 다짐했다"고 고백했다.

용준 군은 그러면서 "위기 청소년에서 기부 청소년, 도와주는 청소년이 되는 과정에서 얼굴을 모르던 분들께 도움을 받아왔다"며 "상대방을 몰라도 돕거나 후원하는 식의 보답을 계속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기부금이 쓰일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하루빨리 끝나길 바라는 마음도 컸다.

용준 군은 "좋아하는 축구선수 케빈 더브라위너(벨기에·맨체스터시티)가 우크라이나 완장을 차고 경기장에 입장하더라"라며 "유명 축구선수도, 나도, 전쟁을 반대하는 한 사람 한 사람의 행위가 모여 우크라 전쟁이 끝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빈 군은 전쟁 난민을 생각하는 마음에서 스스로 모은 돈도 직접 기부했다.

이들은 내년에도 자전거 하이킹 챌린지에 참여할 생각이다.

'서로 의지하면 마냥 어렵지는 않다'며 새로운 가정밖청소년들의 참여도 촉구했다.

'맏형'으로서 동생들을 이끈 안준태(19) 군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시즌 6까지 모두 참여했지만 '역시 우리야!'라는 구호가 올해만큼 감동적인 적이 없었다"며 "청소년들만이 할 수 있는 값진 기억"이라고 전했다.

김병석 충주 친구청소년쉼터 후원회장은 "내년에도 청소년들이 (하이킹 챌린지를) 어김없이 해내리라 믿는다"며 "꾸준함과 자신감, 성취감을 심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위기청소년에서 기부청소년으로…도움받았으니 도움 줘야죠"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