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표레미콘 공장 철거…서울시 개발 논의 착수
"문화공간으로, 숲으로"…45년 성수동 레미콘공장 마침표
18일 늦은 오후 서울 성동구 성수동1가 뚝섬역 앞 거리에는 마지막 삼표산업 레미콘 믹서트럭이 줄지어 이동했다.

직선으로 1㎞ 거리에 위치한 성수동 삼표레미콘 공장이 지난 16일 철거 완료되면서 나오는 트럭들이었다.

공장 가동 45년 만에 문을 닫은 삼표레미콘 공장 부지 앞에는 먼지 쌓인 중장비 10여 대만이 긴 줄을 서 있었다.

해체 공사 안내판이 붙어 있는 공장은 철제 벽으로 둘러싸여 있고 내부에는 아무런 인기척도 없었다.

공장 앞에는 오래된 쓰레기가 나뒹굴었다.

근처 서울숲에서 이날 드론 쇼가 열리면서 성수동 일대에는 인파가 몰려들어 더욱 대조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한때는 서울 근대화의 상징으로도 꼽혔던 성수동 삼표레미콘 공장은 1977년 첫 가동 이후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문화공간으로, 숲으로"…45년 성수동 레미콘공장 마침표
인근 주민들은 공장이 떠나는 것을 대부분 환영하는 분위기다.

성수동에서 16년을 살았다는 이진방(63) 씨는 "공장 때문에 성수대교를 건널 때 교통이 불편했고 공기도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인근에서 떡집을 20년 동안 운영한 60대 천모 씨는 "대형차가 많이 다녀 불편한 점이 있었다"면서 "청년 공간이 들어선다고 하니 좋은 것 같다"고 했다.

서울숲을 지나던 한 50대 여성은 "공장이 떠나는 걸 환영한다"며 "미관상 보기에도 좋지 않았다"고 했다.

공장 바로 옆에 중·고등학교가 있던 점도 주민들한테는 공장 철거가 반가운 이유다.

근처 아파트에 사는 한 40대 남성은 "아무래도 중장비가 많이 다녀 학교 앞에 학생들이 지나다니기에 위험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공장 철거 완료에 따른 개발 논의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2만8천804㎡에 달하는 부지를 서울숲과 연계한 청년문화 복합 거점으로 조성할 수 있게 지원할 방침이다.

이씨는 "10년 전에는 사람이 없던 동네에 점점 카페가 생기고 사람들이 많아 활기차지기 시작했다"며 "공장 부지에 문화 공간이 생긴다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직장인 성수동에서 집인 약수동까지 퇴근하면서 매일 공장 앞을 걸어 지나갔다는 50대 김모 씨는 "서울숲이 생겨서 산책하기에 좋아서 공장 부지에 서울숲이 연장되면 좋겠다"며 "주택이 들어오기에는 (지하철역 등과) 동떨어져 있어 생활하기에 나쁠 것"이라고 했다.

성동구 육아 커뮤니티에도 "공장 부지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다" 등 글이 21일 올라오고 있다.

"삼표레미콘이 사라진다니 뭔가 씁쓸한 기분"이라는 글도 눈에 띄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