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전쟁 6개월] ③'에너지·식량 무기화' 러시아 전략에 전 세계 '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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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겨울 앞두고 가스 끊길까 전전긍긍…'절약' 외 뾰족한 대책 없어
우크라 곡물선 운항 재개돼 식량난 급한 불 껐으나 불안요인 여전
세계적 물가 급등에 공급망 불안까지 겹쳐 스태그플레이션 공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한 서방 진영은 기세등등하게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에 나섰지만 지금 상황은 누가 누구를 제재하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에너지 가격 급등에 힘입어 러시아는 제재에도 불구하고 재정 수입이 크게 증가한 반면에 러시아의 가스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유럽 각국은 러시아가 가스 공급을 중단할까 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또 주요 곡물 생산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쟁으로 인해 함께 곡물 수출에 차질을 빚으면서 세계적인 식량 위기에 대한 우려가 고조됐으나 다행히 이달 들어 우크라이나 항구를 통한 곡물 수출이 재개돼 급한 불은 끌 수 있게 됐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주요국들이 일제히 금리를 급격히 인상하고 있지만 에너지 가격 상승을 통제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데다 세계적인 공급망 혼란까지 겹쳐 물가는 오르면서 경기는 침체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의 공포가 커지고 있다.
◇ 가스관 틀어잠근 러에 유럽 경제 직격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자국을 제재해온 유럽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천연가스 공급을 줄여왔다.
유럽연합(EU)은 전체 천연가스의 40%를 러시아에서 수입해왔고, 독일은 그중에서도 러시아 가스 의존도가 55% 달하는 최대 수입국이었다.
러시아 국영가스회사 가스프롬은 지난 6월 중순부터 가장 중요한 가스관인 노르트스트림-1을 통해 독일 등 유럽으로 보내는 천연가스 공급량을 가스관 용량의 40%, 지난달 27일에는 20%로 재차 줄였다.
러시아가 가스 공급을 중단하는 시늉만 해도 유럽은 공포에 떨어야 했다.
겨울이 오기 전에 가스를 충분히 비축하지 못하면 유럽 각국에서는 가정의 난방부터 산업생산까지 차질이 불가피해지기 때문이다.
더욱 큰 문제는 별다른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유럽 각국은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에서 벗어나 수입경로를 다변화하려고 하지만, 추진 속도는 매우 느려서 그나마 당장 동원할 수 있는 대책은 '절약'이 전부다.
EU는 러시아가 겨울철을 앞두고 가스 공급을 완전히 중단할 가능성에 대비해 내년 3월까지 최근 5년간 평균치 대비 가스 사용을 15% 줄이는 비상계획에 돌입했으나 강제성이 없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더욱이 헝가리 등 일부 국가는 EU 제재 방침에서 벗어나 독자적으로 러시아산 에너지를 수입하겠다는 입장이어서 회원국 간 공조를 유지하기조차 쉽지 않다.
◇ 미·영·EU 중앙은행 빅스텝…스태그플레이션 공포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타격은 유럽에 그치지 않는다.
에너지와 식료품 가격 급등으로 인한 인플레이션과 경기 악화는 전 세계에 그늘을 드리웠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26일 발표한 세계 경제전망 수정보고서에서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을 3.2%로 1월(4.4%)과 4월(3.6%) 전망치보다 대폭 하향 조정했다.
특히 미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3.7%에서 2.3%로 대폭 낮췄다.
미국의 소비자물가는 4월 8.3%, 5월 8.6%, 6월 9.1%, 7월 8.5%로 치솟았다.
영국은 7월 소비자물가가 1년 전보다 10.1% 상승해 주요7개국(G7) 중에서 처음으로 두 자릿수 물가상승률을 기록했다.
성장률도 -0.1%로 후퇴했다.
유례없는 물가 급등에 주요국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기존 폭의 2∼3배로 인상하는 '빅스텝'과 '자이언트스텝'을 거듭하며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 5월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린 데 이어 6월과 7월에 연이어 0.75%포인트나 인상하는 초강수를 뒀다.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은 지난 4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1.25%에서 1.75%로 기존 2배인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달 22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렸다.
2011년 7월 이후 11년 만의 첫 인상이고, 빅스텝은 2000년 이후 22년 만의 일이다.
이같이 성장세는 미약한 가운데 물가는 급등하고, 주요국 중앙은행이 대응에 나서면서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공포도 커지고 있다.
◇ 아프리카·중동에서는 식량난 가중…어린이 생명 위협 우크라이나는 이번 전쟁 이전에는 세계 밀 수출량의 10%가량을 공급했다.
특히 식량 위기가 심각한 중동, 아프리카, 아시아 국가들에 핵심적인 밀 수출국이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유엔, 튀르키예(터키)는 지난달 말 흑해를 통한 곡물수출 재개에 합의했으며 이에 따라 지난 1일부터 24척의 선박이 식량을 싣고 수출길에 올랐다.
그러나 수출물량은 앞으로도 한 달 평균 500만~600만t이었던 전쟁 전 수준에 한참 못 미칠 전망이며 그나마 전쟁의 진행 양상에 따라 언제 수출이 다시 끊길지 알 수 없는 실정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에 더해 40년 만에 최악의 가뭄까지 겹치면서 아프리카 대륙 동북부를 일컫는 아프리카의 뿔 지역 7개국에서는 8천만명 이상이 식량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아프리카 동북부 국가들은 대부분 곡물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데 소말리아의 경우 전쟁 전 밀 수입량의 90% 이상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서 들여왔다.
이 때문에 우크라이나 전쟁의 최대 피해자는 기근에 시달리는 이들 지역 주민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연합뉴스
우크라 곡물선 운항 재개돼 식량난 급한 불 껐으나 불안요인 여전
세계적 물가 급등에 공급망 불안까지 겹쳐 스태그플레이션 공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한 서방 진영은 기세등등하게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에 나섰지만 지금 상황은 누가 누구를 제재하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에너지 가격 급등에 힘입어 러시아는 제재에도 불구하고 재정 수입이 크게 증가한 반면에 러시아의 가스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유럽 각국은 러시아가 가스 공급을 중단할까 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또 주요 곡물 생산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쟁으로 인해 함께 곡물 수출에 차질을 빚으면서 세계적인 식량 위기에 대한 우려가 고조됐으나 다행히 이달 들어 우크라이나 항구를 통한 곡물 수출이 재개돼 급한 불은 끌 수 있게 됐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주요국들이 일제히 금리를 급격히 인상하고 있지만 에너지 가격 상승을 통제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데다 세계적인 공급망 혼란까지 겹쳐 물가는 오르면서 경기는 침체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의 공포가 커지고 있다.
◇ 가스관 틀어잠근 러에 유럽 경제 직격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자국을 제재해온 유럽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천연가스 공급을 줄여왔다.
유럽연합(EU)은 전체 천연가스의 40%를 러시아에서 수입해왔고, 독일은 그중에서도 러시아 가스 의존도가 55% 달하는 최대 수입국이었다.
러시아 국영가스회사 가스프롬은 지난 6월 중순부터 가장 중요한 가스관인 노르트스트림-1을 통해 독일 등 유럽으로 보내는 천연가스 공급량을 가스관 용량의 40%, 지난달 27일에는 20%로 재차 줄였다.
러시아가 가스 공급을 중단하는 시늉만 해도 유럽은 공포에 떨어야 했다.
겨울이 오기 전에 가스를 충분히 비축하지 못하면 유럽 각국에서는 가정의 난방부터 산업생산까지 차질이 불가피해지기 때문이다.
더욱 큰 문제는 별다른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유럽 각국은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에서 벗어나 수입경로를 다변화하려고 하지만, 추진 속도는 매우 느려서 그나마 당장 동원할 수 있는 대책은 '절약'이 전부다.
EU는 러시아가 겨울철을 앞두고 가스 공급을 완전히 중단할 가능성에 대비해 내년 3월까지 최근 5년간 평균치 대비 가스 사용을 15% 줄이는 비상계획에 돌입했으나 강제성이 없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더욱이 헝가리 등 일부 국가는 EU 제재 방침에서 벗어나 독자적으로 러시아산 에너지를 수입하겠다는 입장이어서 회원국 간 공조를 유지하기조차 쉽지 않다.
◇ 미·영·EU 중앙은행 빅스텝…스태그플레이션 공포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타격은 유럽에 그치지 않는다.
에너지와 식료품 가격 급등으로 인한 인플레이션과 경기 악화는 전 세계에 그늘을 드리웠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26일 발표한 세계 경제전망 수정보고서에서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을 3.2%로 1월(4.4%)과 4월(3.6%) 전망치보다 대폭 하향 조정했다.
특히 미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3.7%에서 2.3%로 대폭 낮췄다.
미국의 소비자물가는 4월 8.3%, 5월 8.6%, 6월 9.1%, 7월 8.5%로 치솟았다.
영국은 7월 소비자물가가 1년 전보다 10.1% 상승해 주요7개국(G7) 중에서 처음으로 두 자릿수 물가상승률을 기록했다.
성장률도 -0.1%로 후퇴했다.
유례없는 물가 급등에 주요국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기존 폭의 2∼3배로 인상하는 '빅스텝'과 '자이언트스텝'을 거듭하며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 5월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린 데 이어 6월과 7월에 연이어 0.75%포인트나 인상하는 초강수를 뒀다.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은 지난 4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1.25%에서 1.75%로 기존 2배인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달 22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렸다.
2011년 7월 이후 11년 만의 첫 인상이고, 빅스텝은 2000년 이후 22년 만의 일이다.
이같이 성장세는 미약한 가운데 물가는 급등하고, 주요국 중앙은행이 대응에 나서면서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공포도 커지고 있다.
◇ 아프리카·중동에서는 식량난 가중…어린이 생명 위협 우크라이나는 이번 전쟁 이전에는 세계 밀 수출량의 10%가량을 공급했다.
특히 식량 위기가 심각한 중동, 아프리카, 아시아 국가들에 핵심적인 밀 수출국이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유엔, 튀르키예(터키)는 지난달 말 흑해를 통한 곡물수출 재개에 합의했으며 이에 따라 지난 1일부터 24척의 선박이 식량을 싣고 수출길에 올랐다.
그러나 수출물량은 앞으로도 한 달 평균 500만~600만t이었던 전쟁 전 수준에 한참 못 미칠 전망이며 그나마 전쟁의 진행 양상에 따라 언제 수출이 다시 끊길지 알 수 없는 실정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에 더해 40년 만에 최악의 가뭄까지 겹치면서 아프리카 대륙 동북부를 일컫는 아프리카의 뿔 지역 7개국에서는 8천만명 이상이 식량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아프리카 동북부 국가들은 대부분 곡물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데 소말리아의 경우 전쟁 전 밀 수입량의 90% 이상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서 들여왔다.
이 때문에 우크라이나 전쟁의 최대 피해자는 기근에 시달리는 이들 지역 주민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