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53.1%.’ 지난 18일 기준 국내 증시에서 10대 그룹 계열사 시가총액이 차지한 비중이다. 이들 그룹의 주가가 국내 증시의 색깔을 좌우하는 이유다.

올해 10대 그룹주 주가를 결정한 이슈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인플레이션으로 요약된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수혜를 받은 그룹주는 부진한 증시에서도 두 자릿수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반면 인플레이션과 경기 둔화로 실적이 둔화한 그룹들은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였다.

◆현대重·한화 날았다

19일 한국경제신문이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의뢰해 10대 그룹 시가총액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말 1328조517억원에서 지난 18일 1240조5528억원으로 6.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월 상장한 LG에너지솔루션 시총 증가분을 제외하면 14.6% 급감했다.

부진한 증시 속에서도 현대중공업그룹(22.68%)과 한화그룹(10.99%)은 두 자릿수대 증가율을 기록했다. 최근 주식시장의 주도 업종으로 떠오른 ‘태조이방원(태양광·조선·2차전지·방산·원자력)’ 관련주가 이들 그룹주 전반의 강세를 이끌었다. 특히 대표적인 우크라이나 전쟁 수혜 업종인 태양광, 조선, 방산 관련주의 상승세가 돋보였다.

현대중공업그룹 시총은 작년 말 25조3379억원에서 지난 18일 31조834억원으로 22.7% 증가했다. 이 기간 현대에너지솔루션(149.53%), 현대미포조선(54.29%), 현대일렉트릭(52.51%), 현대중공업(41.28%), HD현대(10.61%) 등 계열사가 일제히 급등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유럽이 에너지 수입 경로를 다변화하면서 액화천연가스(LNG)선 수요가 증가하자 국내 조선사의 발주량도 늘어나고 있다.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은 올 3분기 흑자 전환한 이후 2024년까지 실적이 대폭 개선될 전망이다. 최근 신한금융투자는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을 조선 업종 최선호주로 꼽기도 했다.

한화그룹 시총은 작년 말 19조4336억원에서 지난 18일 21조5685억원으로 10.99% 늘었다. 시총 순위도 롯데그룹을 제치고 8위에서 7위로 상승했다.

방산업체 한화에어로스페이스(48.75%)와 태양광 모듈 생산업체 한화솔루션(31.26%)가 상승세를 이끌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100% 자회사인 한화디펜스는 지난 7월 폴란드 정부와 K9 자주포 등을 수출하기 위한 기본계약을 체결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방위비 지출을 늘리고 있는 유럽 국가들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뛰어난 한국산 무기체계를 주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화솔루션은 2분기 태양광 부문이 흑자 전환에 성공한 데 이어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수혜주로 주목받으며 강세를 보였다.

◆4대 그룹 희비 엇갈려...SK -25%

10대 그룹주 가운데 시총 증가율이 가장 높았던 그룹은 LG그룹이었다. 지난해 말 124조8357억원에서 지난 18일 217조4013억원으로 74.2% 급증했다. 그룹 시총 순위도 4위에서 2위로 '레벨업'했다.

다만 이는 시총 2위 기업인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한 영향이었다. LG에너지솔루션을 제외한 나머지 LG그룹 계열사 시총은 이 기간 10.6% 감소했다. 현대차그룹 시총은 9.57% 줄어 상대적으로 선방했다.

반면 시총이 가장 많이 쪼그라든 그룹은 SK그룹(-24.66%)이었다. 삼성그룹(-16.48%)도 코스피지수 등락률(-15.77%)을 밑돌았다. 각 그룹을 대표하는 SK하이닉스(-27.0%)와 삼성전자(-21.38%), 삼성전기(-30.04%) 등이 부진했기 때문이다.

물가 상승으로 가처분 소득이 줄어들면서 스마트폰을 비롯한 정보기술(IT) 기기 수요가 둔화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들 회사들이 주력으로 생산하는 메모리 반도체(D램)와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등은 올 들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메모리 반도체 업황은 전형적인 하락 사이클에 위치해 있다”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은 내년 2분기에 반등하고 주가는 그보다 앞선 1분기부터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