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택시 기사 줄고 개인택시 야간운행 기피…밤마다 전국서 '택시 대란'
정부, 심야 탄력요금제 검토…일부 지자체, 요금인상·할증확대 카드 만지작
[흔들리는 대중교통] ② "택시 잡기가 하늘의 별따기"…사라진 심야 택시
최근 경기도에서는 심야시간대에 택시 수요가 몰리는 번화가를 중심으로 택시 잡기가 어렵다는 불만이 일상이 됐다.

지난 16일 경기 화성시 동탄2신도시에 사는 박모 씨는 융건릉이 있는 화산동의 한 식당에서 지인들과 저녁을 겸한 술자리를 가졌다.

동석한 한 지인이 대리기사를 불러 영천동까지 차를 얻어타고 온 박씨는 청계동 집까지 택시를 타고 가려고 지인의 집 앞에서 내렸지만 30분 넘게 호출만 하다가 결국 40분을 걸어서 집까지 갔다.

박씨는 "택시 잡기 어렵다는 말은 들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고 말했다.

지난 11일 오후 11시께 오산시 운암동에서 황모 씨는 화성시 봉담에 있는 집으로 가려고 택시를 불렀으나 40분 넘게 택시가 잡히지 않자 결국 시내버스를 두 번 갈아타고 자정이 지나서야 귀가할 수 있었다.

파주시 교하동에 거주하는 허모 씨는 "저녁 시간에 교하나 운정신도시에서 택시를 잡으려면 반드시 콜택시를 불러야 하는데 이마저도 제때 오는 적이 없다"며 "술 약속이라도 있으면 승용차를 가져가 대리운전을 하는 게 더 편하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처럼 여름철 장마나 겨울철 눈이 조금만 내려도 파주지역에서 택시 잡기가 너무 어렵다"라며 "택시 콜요금만 올릴 것이 아니라 서비스 질을 높일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판교에서 회식한 뒤 택시 타고 (2~3㎞ 거리의) 집으로 가려는데 카카오콜이나 지역콜이 잡히지가 않아요.

"
이달 5일 성남시 한 커뮤니티 카페에 올라온 이 글에는 2시간여 만에 공감하는 댓글이 10여개가 달렸다.

댓글에는 1시간 고생은 기본이고 3시간을 기다리다가 걸어서 귀가했다거나 평일보다 주말이 더 심각하다는 경험담부터 공유 자전거나 킥보드를 이용하라는 대체 이동수단 조언 글까지 있었다.

이런 상황은 경기도뿐이 아니다.

전국적으로 택시 잡기가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다.

대전에서도 유동 인구가 몰리는 금요일과 주말, 서구 둔산동과 유성구 봉명동 일대에서는 택시를 잡으려고 도로변에 서 있는 시민이 부지기수다.

대전 서구에 사는 이모 씨는 "1시간을 기다렸는데도 택시를 못 잡아서 어쩔 수 없이 집으로 걸어간 적도 있다"며 "코로나19 이후 대전에서 택시 잡는 게 너무 어려워졌다"고 전했다.

[흔들리는 대중교통] ② "택시 잡기가 하늘의 별따기"…사라진 심야 택시
◇ 운전기사 부족에다 심야운행 기피…수익성 악화에 '운휴' 악순환
택시 승차난은 코로나19 사태로 이직한 법인택시 기사가 전체의 30%에 달하는 데다가 개인택시는 심야 운행을 기피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택시·플랫폼 업계와 간담회에서 택시 승차난 이유에 대해 "악화한 수입구조로 인한 법인택시 기사의 이탈과 심야 운행강도 대비 낮은 수입에 따른 개인 기사의 심야 운행 기피 등 '택시 공급의 저하' 때문"이라고 진단한 바 있다.

실제로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운행 가능한 택시는 크게 준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전국에 등록된 택시는 23만598대(법인 6만6천184대, 개인 16만4천414대)로, 2019년 1월 24만5천329대(법인 8만724대, 개인 16만4천605대)보다 1만4천731대(6%)가 줄었다.

특히 같은 기간 법인 택시 기사는 10만4천803명에서 7만4천571명으로 3만232명(28.8%)이나 감소했다.

수치상으론 큰 변화가 없는 개인택시 기사들의 심야 운행 기피도 승차난 가중의 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용인시에서 30년 넘게 택시를 운행한 개인택시 기사 정모 씨는 "손님이 없던 코로나 기간 심야엔 주간에만 일하는 게 몸에 익었다"며 "그러다 보니 최근 승객이 다시 늘었다고 야간에 일하러 나오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전시의 70대 개인택시 기사 김모 씨도 "야간운행 때 취객과의 실랑이 등으로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많다"며 "눈도 침침하고 육체적으로도 무리라 개인택시 운전자들은 밤늦게 운전을 거의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불합리한 수익 구조 때문에 택시업체들 역시 운행을 기피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부산택시운송사업조합에 따르면 법인택시 1대 기준으로 하루 운행 시 수입은 13만1천595원인데 총 운송원가는 17만2천615원이다.

차량 1대를 하루 운행하면 4만원 넘는 적자가 나는 셈이다.

부산택시조합 관계자는 "택시요금 인상 억제 등 지속적인 택시 산업 침체 속에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심각한 경영난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기사는 부족하고, 택시는 운행할수록 적자다 보니 '운휴 택시'가 늘어 승차난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흔들리는 대중교통] ② "택시 잡기가 하늘의 별따기"…사라진 심야 택시
◇ 돌아오지 않는 택시기사…정부·지자체 대책 고심
정부와 지자체는 적정 수입을 보장함으로써 업계를 떠난 택시 기사를 다시 끌어들여 공급을 늘리는 다양한 정책을 고심 중이다.

국토부는 심야 택시를 늘리기 위한 방안으로 '탄력요금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탄력요금제는 택시가 잘 잡히지 않는 심야 시간대(오후 10시∼다음날 오전 2시 등)에 요금을 일정 범위 내에서 탄력적으로 올려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국토부가 지난 5월 한 플랫폼 업체를 대상으로 최대 3천원을 탄력적으로 인상할 수 있도록 제도를 시범 도입해본 결과 배차 완료 건수와 배차 성공률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탄력요금제 카드는 결국 일정 수익을 보장해 업계를 떠난 기사를 불러들이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하지만 일각에선 편법 요금 인상이라는 지적도 있어 실제 시행하기까지는 진통과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도에서는 택시기사를 양성하는 고용지원 과정을 만들어 공급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경기도 관계자는 "결국 택시 승차난은 공급을 늘리면 어느 정도 해결되는 문제"라며 "각종 보조금을 만들어 지급하는 건 한계가 있으므로, 기사 양성 과정을 만들어 운영하면 공급 확대에 긍정적인 효과를 볼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기본 운임을 인상해 택시업체와 기사들에게 적정 수입을 보장하는 것을 검토 중인 지자체도 있다.

대전시는 지난해 12월 법인·개인택시 조합이 요청한 택시 기본요금 3천300→4천500원 인상안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시는 오는 10월까지 용역을 진행해 택시요금 인상 폭과 함께 심야 할증 시간, 시간당 운임 요금, 인상 시점 등을 구체화할 방침이다.

대전시 관계자는 "유가보조금, 카드 결제 수수료 지원 등 택시업계에 직·간접적인 지원을 하고 있지만, 운전자 수 부족 현상 등이 지속하고 있다"며 "요금 인상이 민생과도 직결돼 용역 결과를 보고 향후 소비자정책위원회를 거쳐 신중하게 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최해민 이주형 김재홍 노승혁 기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