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소득 12.7%↑, 소비지출 5.8%↑…실질소비 증가율 0.4%에 그쳐
소비성향 66.4%로 하락, 역대 최저…적자가구 22.8%, 1.6%p 하락
가계소득, 역대 최대 증가…실질소비, 물가상승에 '제자리걸음'(종합)
2분기 가계소득이 소상공인 손실보전금 지급과 거리두기 해제에 힘입어 역대 가장 큰 폭으로 늘었지만, 소비 증가율은 절반에 그쳤다.

처분가능소득 중 소비지출에 쓴 돈의 비중(평균소비성향)은 2분기 기준 2006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낮았다.

물가 상승을 고려한 실질소비 증가율은 0.4%에 불과했다.

상품·서비스 가격이 오른 탓에 가계가 소비에 쓴 돈이 늘긴 했지만, 소비 자체를 늘린 건 아니라는 의미다.

통계청이 18일 발표한 '2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83만1천원으로 작년 2분기보다 12.7% 증가했다.

물가 상승 영향을 제외하면 6.9% 늘었다.

명목소득과 실질소득 모두 2006년 이후 전 분기를 통틀어 가장 증가율이 높았다.

일상 회복에 따른 서비스업 업황 개선, 임시직 취업자 증가, 소상공인 손실보전금 지급 등으로 근로소득(5.3%)·사업소득(14.9%)·이전소득(44.9%)이 모두 늘어난 결과다.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261만9천원으로 1년 전보다 5.8% 증가했다.

2분기 기준 2010년 이후 12년 만에 가장 증가율이 높았지만, 소득 증가율(12.7%)에는 크게 못 미친다.

평균소비성향은 1년 전보다 5.2%포인트(p) 하락해 2분기 기준 역대 최저인 66.4%를 기록했다.

가구당 평균 처분가능소득은 394만3천원으로 1년 전보다 14.2% 늘었고 흑자액은 132만3천원으로 35.2% 증가했다.

적자가구 비율은 22.8%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6%포인트 줄었다.

이진석 통계청 가계수지동향과장은 "일시적으로 손실보전금이 약 21조원가량 지원되면서 소득이 많이 증가했다"며 "그러다 보니 소득과 소비 간 격차가 커진 것 같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는 "소비지출이 물가 상승, 거리두기 해제 영향 등으로 증가했으나 처분가능소득의 증가 폭이 더 커 흑자액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고(高)물가 탓에 소비가 위축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물가 상승에 따른 효과를 제외한 실질 소비지출 증가율은 0.4%에 그쳤다.

소비 지출이 5.8% 증가한 것은 대체로 물가가 올랐기 때문이고 가계가 씀씀이를 키운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작년과 재작년 2분기에는 실질소비 증가율이 각각 1.3%, 1.2%였다.

예를 들어 교통 지출은 1년 전보다 11.8% 늘었는데 실질적으로는 2.8% 감소했다.

운송기구연료비만 따로 떼어 보면 명목 증가율 27.8%, 실질 증가율 -5.4%로 그 격차가 더 도드라진다.

기름값이 워낙 올라 지출액이 불어나긴 했지만, 실제로는 자가용 운행에 있어 허리띠를 졸라맨 셈이다.

소비지출은 오락·문화(19.8%), 음식·숙박(17.0%), 의류·신발(12.5%), 교통(11.8%), 교육(11.1%) 등에서 늘었다.

반면 가정용품·가사서비스(-9.4%), 주거·수도·광열(-3.3%), 주류·담배(-3.0%), 식료품·비주류음료(-1.8%) 등에선 줄었다.

지난 4월부터 코로나19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되면서 가정 내 소비가 줄고 야외 소비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세금, 사회보험료, 가구 간 이전 등 비소비지출은 88만8천원으로 1년 전보다 6.6% 늘었다.

기재부는 "전반적인 고용 및 업황 개선세, 소득 증가세에도 불구하고 소득·분배상황을 비롯한 현재 우리 경제의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한다"며 "물가 안정을 통한 저소득층 부담 완화, 고용·사회안전망 강화 등을 위해 지속해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