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을 유럽에 알린 하멜의 제주 표착 369주년을 기념하는 학술 세미나가 12일 제주에서 열렸다.

제주도와 한국하멜기념사업회는 이날 라마다프라자 제주호텔에서 '하멜, 유럽과 아시아의 글로벌 공영(共榮) 비전'을 주제로 하멜 제주 표착 369주년 기념 제1회 하멜 국제 학술 세미나를 열었다.

이윤영 전 네덜란드 대사는 기조 연설문을 통해 "당시 일본처럼 제한적이나마 조선과 네덜란드 간 직접 통상이 이뤄지고 인적 교류가 시작됐다면 조선은 세상의 변화와 서양의 앞선 기술에 대해 알게 되면서 부국강병으로 나갈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전 대사는 "200여 년간 네덜란드와의 교류를 통해 세계정세를 이해하게 된 일본과는 다르게 세계정세를 모르고 쇄국으로 일관하다가 결국 나라까지 빼앗기게 된 조선의 외교 정책에서 우리는 많은 것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일본과 조선 지도부의 사고방식 차이가 네덜란드와의 교류를 통해 나타난 것을 뼈아픈 역사적 교훈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조연설에 이어서는 전경수 서울대 명예교수가 강연하고 김동전 제주대 교수, 보데인 왈라번 네덜란드 라이덴대학 교수가 주제 발표를 했다.

오영훈 제주지사는 축사를 통해 "369년 전 네덜란드 선박이 제주에 난파된 것은 우연이었지만, 그 우연이 지금 양 지역의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냈다"며 "후손들은 그 기록을 보물 삼아 해상문화의 학술 가치를 드높이며 우호적 교류 협력의 토대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날 세미나가 유럽과 아시아, 네덜란드와 제주의 공영을 위한 귀한 디딤돌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로즈말렌 네덜란드 하멜재단 이사장은 "17세기 제주도 앞바다에서 난파된 하멜과의 특별한 관계처럼 이번 세미나가 오래도록 잊지 못할 양국의 우정에 기념비적인 기록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금으로부터 369년 전인 1653년 8월 네덜란드 동인도회사 선원 하멜 등 36명은 무역선 스페르웨르호를 타고 일본 나가사키로 향하던 중 폭풍우로 난파돼 제주에 표착한 후 13년간 조선에 머물렀다.

이후 하멜이 조선에서 있었던 13년간의 기록을 적은 하멜표류기가 유럽 사회에 전파되면서 유럽에 처음으로 조선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