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수해 복구활동…"장난·농담말라" 단속에도 빛바랜 현장행보(종합)
국민의힘이 11일 수해 복구 자원봉사 현장을 찾았다.

'주호영 비대위'가 확정된 뒤 첫 현장 행보였다.

수해 현장을 직접 찾아 복구 지원에 매진, 민생을 살피는 '낮은 자세'를 통해 민심을 되찾겠다는 차원에서 마련된 것이었다.

그러나 때아닌 '실언 논란'이 돌출되면서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등 현장 행보가 빛바랜 모양새가 됐다.

국민의힘 '투톱'인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 권성동 원내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와 현역 의원 40여 명은 이날 오전 9시30분 폭우가 집중돼 수해가 심각한 서울 동작구 사당동에 집결, 오후 4시30분까지 봉사활동을 이어갔다.

현장에는 의원들과 당직자, 보좌진, 당원들이 총동원돼 100여 명의 봉사활동 인력이 모였다.

당권 주자인 안철수 의원과 이 지역 당협위원장인 나경원 전 의원도 현장을 찾았다.

회색 티셔츠에 초록색 새마을운동 모자를 쓰고 나타난 주 위원장은 "오늘 할 일이 정말 많을 텐데 흉내만 내지 말고 해가 떨어질 때까지 내 집이 수해를 입은 것처럼 최선을 다해 일해달라"며 "오늘 하루가 끝날 때까지 정말 열심히 최선을 다해 봉사하자"고 강조했다.

주 위원장은 "수재민들의 참담한 심정을 놓치지 말고, 장난치거나 농담하거나 사진 찍는 일도 안 했으면 좋겠다"며 "취재진도 주객이 전도되지 않도록 과열 취재를 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권 원내대표는 검은색 티셔츠에 새마을운동 모자, 목장갑을 착용한 차림으로 "어려울 때 국민과 함께하는 게 우리 공동체의 오랜 전통"이라며 "어려운 이웃들의 아픔을 느끼며 제대로 봉사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수해를 입은 지역이 빠른 시일 내에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될 수 있도록 다시 한번 정부에 요청하겠다"며 "정부도 조사 시간을 단축해 선포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밝혔다.

與, 수해 복구활동…"장난·농담말라" 단속에도 빛바랜 현장행보(종합)
與, 수해 복구활동…"장난·농담말라" 단속에도 빛바랜 현장행보(종합)
그러나 현장에 있던 김 의원이 "솔직히 비 좀 왔으면 좋겠다.

사진 잘 나오게"라고 말하는 장면이 언론 영상에 포착되면서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논란이 일자 김 의원은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내고 "엄중한 시기에 경솔하고 사려 깊지 못했다"며 "깊이 반성하며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주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지금 이 참담한 정세에 각별히 조심하라고 주의를 줬는데도…김 의원이 평소에도 장난기가 있다.

그리 된 것 같다"며 "큰 줄기를 봐달라"고 했다.

야권은 김 의원의 발언에 대해 "망발"이라고 맹공하면서 주 위원장의 대응에 대해서도 "안이하다"고 비판했다.

주 위원장은 봉사활동을 마친 후 "내가 김 의원을 엄중 경고했다"고 전했다.

김용태 청년최고위원은 주 위원장을 겨냥, 페이스북에 "당의 지도자라는 분이 엄한 질책은 커녕 '평소 장난기가 있다'라며 어물쩍 넘어가는 것도 참 당황스럽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는데, 국민 염장 지르는 발언이나 하려고 비대위를 만들었나.

이 총체적 난국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지, 그야말로 당이 비상상황"이라고 꼬집었다.

민주당 출신으로,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금태섭 전 의원도 페이스북 글에서 "나는 국민의힘 당원은 아니지만 보수 정당이 잘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며 김 의원의 발언을 언급, "얼빠진 소리를 농담이랍시고 한다.

공직자로서 그야말로 기본이 안 된 것 아닌가"라고 직격했다.

이어 "지난 대선에 이겼으니 잘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오만이 하늘을 찌른다"고 지적했다.

이날 현장에서는 봉사인력이 대거 몰리며 일부 주민이 "길 막고 뭐 하는 것이냐"며 도로 이용 불편 및 교통체증에 대해 항의하는 일도 있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