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을 포함해 위험자산 시장에 악재로 작용했던 '인플레이션 우려'가 진정되는 모양새다. 7월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시장 예상치를 밑돌자 시가총액 상위 20개 코인들의 가격이 모두 반등했다.

미국 노동통계국은 10일(현지시간)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보다 8.5% 올랐다고 발표했다. 지난 6월에 1981년 11월 이후 최대 CPI인 9.1%를 기록한 것과 비교할 때 상승폭이 크게 둔화된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제시한 시장 예상치(8.7%)보다도 낮았다.

1년 전이 아니라 한달 전과 비교하면 소비자물가 변동은 '제로'에 가깝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인플레이션이 완화할 수 있다는 징후를 보고 있다"며 "나의 경제 계획이 작동되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나스닥(2.98%), S&P500(2.13%), 다우존스(1.63%) 등 뉴욕 3대 지수도 모두 상승했다.

코인 시장에도 훈풍이 불었다. 코인게코에 따르면 11일 오전 8시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24시간 전보다 3.1% 오른 개당 2만3923달러를 기록했다. 한때 2만4000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시총 2위인 이더리움이 9.4% 상승하는 등 시총 20위권 코인들이 모두 오름세를 보였다. 이 가운데 상승폭이 가장 큰 코인은 시바이누(15.0%)였다.

향후 비트코인 가격의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코어닥스 리서치센터가 전날 펴낸 '디지털 자산 가격 동향 8월호'에 따르면 7월 기준 비트코인의 MVRV 값은 1.0 이하를 기록했다. MVRV란 현재 시가총액(Market Value)을 취득원가(Realized Value)로 나눈 비율인데, 역사적으로 MVRV가 1 이하일 때 장기적 관점에서 가격 저점을 의미한다는 게 코어닥스 설명이다.

이더리움은 최근 들어 비트코인보다 더 높은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최근 1주일간 비트코인이 3.8% 오를 때, 이더리움은 13.2%나 올랐다. 다음달 '머지 업그레이드'에 대한 기대 때문이란 평가다. 이더리움을 생성하는 매커니즘을 작업증명(PoW) 방식에서 지분증명(PoS) 방식으로 바꾸는게 머지 업그레이드인데, 이렇게 되면 거래처리속도가 빨라지고 가스비(수수료)는 낮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미 인플레가 실제로 꺾일지 낙관하기 어렵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인플레가 이어져 기준금리 상승 등 긴축 기조가 지속된다면 코인 시장은 충격을 피할 수 없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은행 총재는 "(이번 CPI가) 나의 금리 인상 경로를 바꾸지 않을 것"이라며 "미 중앙은행(Fed)이 승리를 선언하기엔 아직 멀었다"고 밝혔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이 오는 25~27일 열리는 잭슨홀 미팅에서 향후 통화정책과 관련해 어떤 메시지를 낼지에 대해 시장의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미 연방시장공개위원회(FOMC)는 다음달 20일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