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에 '물폭탄' 퍼부은 비구름 전선…12일까지 한반도 머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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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습 폭우, 어떻게 발생했나
북쪽 저기압 강하게 남하
북태평양고기압과 중간서 충돌
기단 간 싸움에 한반도 중부 폭우
오늘 오후엔 충청·전북권 영향
커지는 기상청 책임론
8일 시간당 50~80㎜ 강수 예측
실제 신대방동 141.5㎜ 폭우
전문가 "2배 수준 예측오차 과도"
북쪽 저기압 강하게 남하
북태평양고기압과 중간서 충돌
기단 간 싸움에 한반도 중부 폭우
오늘 오후엔 충청·전북권 영향
커지는 기상청 책임론
8일 시간당 50~80㎜ 강수 예측
실제 신대방동 141.5㎜ 폭우
전문가 "2배 수준 예측오차 과도"
지난 8일 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지역이 시간당 100㎜가 넘는 기습 ‘물폭탄’에 도시 기능이 마비되는 등 초토화됐다. 한반도 주변을 둘러싼 거대한 공기 덩어리(기단) 간 ‘기싸움’으로 형성된 정체전선이 중부지방에 머물면서 발생한 대형 재난이다. 전문가들은 “언제든 이런 일이 다시 벌어질 수 있다”며 “더 큰 문제는 예측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기상청이 ‘역대급 강수량’을 제대로 예측해내지 못해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정체전선은 장마전선이 소멸한 이후 급작스럽게 생기면서 ‘이례적’ 현상으로 기록됐다. 보통 8월에는 북태평양고기압이 한반도를 뒤덮고 있어 무더위가 지속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올해는 북쪽의 저기압이 강하게 남하하며 북태평양고기압과 한반도 중간에서 맞부딪쳤다. 한반도 북동쪽 오호츠크해 인근에 만들어진 ‘저지고압능(따뜻한 공기가 수직으로 쌓여 있는 형태)’이 일종의 ‘블로킹’ 작용을 해 한반도 북쪽에 위치한 저기압이 북동쪽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남쪽으로 흘러내려온 것이다.
이렇게 형성된 북쪽 저기압과 북태평양고기압은 중부지역에서 선명하게 정체전선을 형성했고 폭탄 같은 비를 퍼부었다. 문제는 단기간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는 것이다.
장은철 공주대 대기과학과 교수는 “기단 간 세력이 비슷할수록 정체전선은 한곳에 머물러 있게 되고, 한자리에서 비를 쏟아낸다”며 “북쪽의 저기압과 북태평양고기압의 힘싸움이 예상 수준을 넘을 정도로 팽팽했고, 기싸움을 벌인 전장터가 서울을 비롯한 한반도 중부지방이었던 셈”이라고 설명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10일 아침까지는 남쪽 수증기 유입이 극대화하고 북쪽에서 찬 공기가 계속 남하하면서 정체전선이 수도권과 강원영서 지방에 지속해서 머물 전망이다. 그러다 10일 낮부터 정체전선이 남하하기 시작해 충청권과 전북권에 머문다. 11일 낮 정체전선이 일시 북상해 다시 수도권에 비가 내리고, 12일 빠르게 남하하며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비를 쏟을 전망이다.
기상청은 “이번 강수량이 역대 최대였던 만큼 기존 데이터로 예측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실제 이번 강수량은 기상청이 기록을 시작한 1907년 10월 이후 가장 많은 양이었다. 또 시간 단위로 정체전선이 어디에 있을지 예측하는 것은 양 기단의 세밀한 움직임까지 분석해야 하는데, 한반도 수배에 달하는 기단의 움직임을 시·군·구 단위로 쪼개서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게 기상청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2배 수준의 예측 오차는 과도하다”고 지적한다. 2020년 상용화한 국내 수치예측 모델 ‘킴(KIM)’의 예측성능은 유럽연합(EU), 영국, 캐나다 등에 이어 세계 6위 수준(2020년 5월~2021년 10월, RMSE 예측성능 기준)이다.
구민기 기자 kook@hankyung.com
기단 간 힘싸움의 흔적
9일 기상청에 따르면 8일 저녁부터 쏟아진 중부지방의 역대급 강우는 남쪽 북태평양고기압과 북쪽 대륙저기압이 충돌하면서 만들어진 정체전선으로 인해 발생했다. 정체전선은 성질이 다른 공기의 기단들이 충돌하면서 형성된다. 두 기단이 맞부딪치면 공기가 상공으로 치솟아 구름을 만들고, 수증기를 머금은 구름은 비를 쏟게 된다. 통상 7월에 겪는 장마전선도 정체전선의 일종으로, 북태평양고기압이 북상해 한반도에 있는 차가운 공기와 부딪힐 때 생겨난다.이번 정체전선은 장마전선이 소멸한 이후 급작스럽게 생기면서 ‘이례적’ 현상으로 기록됐다. 보통 8월에는 북태평양고기압이 한반도를 뒤덮고 있어 무더위가 지속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올해는 북쪽의 저기압이 강하게 남하하며 북태평양고기압과 한반도 중간에서 맞부딪쳤다. 한반도 북동쪽 오호츠크해 인근에 만들어진 ‘저지고압능(따뜻한 공기가 수직으로 쌓여 있는 형태)’이 일종의 ‘블로킹’ 작용을 해 한반도 북쪽에 위치한 저기압이 북동쪽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남쪽으로 흘러내려온 것이다.
이렇게 형성된 북쪽 저기압과 북태평양고기압은 중부지역에서 선명하게 정체전선을 형성했고 폭탄 같은 비를 퍼부었다. 문제는 단기간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는 것이다.
장은철 공주대 대기과학과 교수는 “기단 간 세력이 비슷할수록 정체전선은 한곳에 머물러 있게 되고, 한자리에서 비를 쏟아낸다”며 “북쪽의 저기압과 북태평양고기압의 힘싸움이 예상 수준을 넘을 정도로 팽팽했고, 기싸움을 벌인 전장터가 서울을 비롯한 한반도 중부지방이었던 셈”이라고 설명했다.
12일까지 정체전선 영향 ‘비’
정체전선은 남북으로 폭이 약 30㎞ 수준으로 매우 좁다. 서울에서 시간당 강수량이 140㎜를 넘나들던 8일 오후 9시30분께는 정체전선이 더 좁아지면서 서울 상공에만 머물렀다. 기상청은 “8일 오후 9~10시 사이에 정체전선이 전혀 움직임 없이 서울 위에서만 있었다”며 “서울 폭우의 원인”이라고 분석했다.기상청에 따르면 10일 아침까지는 남쪽 수증기 유입이 극대화하고 북쪽에서 찬 공기가 계속 남하하면서 정체전선이 수도권과 강원영서 지방에 지속해서 머물 전망이다. 그러다 10일 낮부터 정체전선이 남하하기 시작해 충청권과 전북권에 머문다. 11일 낮 정체전선이 일시 북상해 다시 수도권에 비가 내리고, 12일 빠르게 남하하며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비를 쏟을 전망이다.
기상청의 2배 수준 오차는 ‘심각’
‘기상청 책임론’도 제기되고 있다. 기상청은 7일 기상 브리핑에서 중부지방 정체전선에 따른 폭우를 예고했다. 하지만 강수량 예측은 크게 빗나갔다. 기상청은 브리핑 당시 최대 시간당 50~80㎜의 강우를 예측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8일 오후 9시 서울 신대방동 기준 시간당 141.5㎜의 폭우가 쏟아졌다.기상청은 “이번 강수량이 역대 최대였던 만큼 기존 데이터로 예측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실제 이번 강수량은 기상청이 기록을 시작한 1907년 10월 이후 가장 많은 양이었다. 또 시간 단위로 정체전선이 어디에 있을지 예측하는 것은 양 기단의 세밀한 움직임까지 분석해야 하는데, 한반도 수배에 달하는 기단의 움직임을 시·군·구 단위로 쪼개서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게 기상청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2배 수준의 예측 오차는 과도하다”고 지적한다. 2020년 상용화한 국내 수치예측 모델 ‘킴(KIM)’의 예측성능은 유럽연합(EU), 영국, 캐나다 등에 이어 세계 6위 수준(2020년 5월~2021년 10월, RMSE 예측성능 기준)이다.
구민기 기자 k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