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호저면 산현리, 도로 유실로 15가구 갇혀…주민 피해 속출
"횡성댐이 생긴 이후로 우리 동네에서 이런 물난리는 처음입니다.

여기는 원래 차가 다니는 길인데 강으로 변했네요.

저쪽 동네는 지금 고립된 상태라고 보시면 됩니다.

"
중부지방에 집중호우로 곳곳에서 피해가 이어지는 9일 강원 원주시 호저면 산현리 한가운데를 세차게 흐르는 하천과 그 건너 주택들을 바라보며 주민 임남수(62)씨는 걱정스레 말을 이었다.

임씨에 따르면 원래 이곳은 폭이 좁고 물이 졸졸 흐르는 얕은 하천으로 차가 다닐 수 있는 길이었다.

길 건너편에는 칠봉체육공원이 있고, 공원 인근에는 10여 가구가 살고 있다.

하지만 간밤에 내린 폭우에 마을로 통하는 외길이 끊어지면서 주민들은 갑작스레 갇힌 신세가 됐다.

하천 건너 고립된 이웃이 걱정된 주민들은 현장으로 가보려 했지만 거센 물줄기에 발이 묶여 안부 전화만 할 수밖에 없었다.

고립된 주민 강영숙(59)씨는 "새벽에 세찬 빗소리에 잠을 깨 밖으로 나가봤더니 마을 도로가 끊어지고 인근 체육공원 운동장까지 물이 들어찼다"며 "급히 차를 높은 곳으로 옮겨 대고 그냥 집 안에서 전화만 받고 있다"고 말했다.

고립된 주민들은 당장 끼니가 급하진 않았지만, 다음 날까지 예보된 비 소식에
염려가 커지고 있다.

약해진 지반 탓에 기울어진 전봇대가 넘어진다면 정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무철(70) 이장은 "현재 4명이 고립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혹시라도 전기가 끊어진다면 무더운 여름에 주민들이 고생할까 염려된다"고 말했다.

호저면 곳곳을 둘러보니 축사와 밭, 캠핑장, 마을 길 곳곳까지 떠내려온 토사를 치우는 주민들이 눈에 띄었다.

또 급류에 전봇대가 넘어지고 폭우에 도로가 갈라져 일부 구간의 차량 통행에 어려움을 빚었다.

주민들은 "횡성댐이 방류를 시작한 전날부터 하천 수위가 불어나더니 장대비에 넘쳐버렸다"며 "순식간에 흙탕물이 마을로 들어왔다"고 말했다.

원주시는 호저면사무소 2층 대회의실과 주산1·2리 경로당을 주민 대피소로 꾸리고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원주시 관계자는 "호저면 산현리 주민 15가구가 고립 아닌 고립 중"이라며 "마을로 진입하는 잠수교가 비가 많이 오면 잠겨 당장 대피해야 하는 급박한 상황은 아니지만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상청은 중부지역에 모레까지 100∼300㎜의 폭우가 이어지고, 곳에 따라 시간당 50∼100㎜의 강한 빗줄기가 내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