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관리 기업도 채무탕감 받지만 엄청난 불이익 뒤따라"
"금산분리, 디지털 전환 맞춰 일부 보완 검토하려는 것"
금융위원장 "채무조정 도덕적 해이 논란은 오해…해소 기대"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8일 새출발기금을 둘러싼 도덕적해이 논란이 오해에서 비롯됐다며 제도에 관한 이해도가 높아지면 이런 오해가 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날 금융위원회의 대통령 업무보고를 앞둔 사전 브리핑에서 소상공인 채무조정 대책과 관련해 금융권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제도에 대한 홍보가 미진하다고 생각했다"며 이처럼 말했다.

앞서 금융위는 취약층 지원을 위한 금융 부문 민생안정 대책의 하나로 30조원 규모의 새출발기금을 통한 소상공인 채무조정 방안을 발표했다.

오는 9월 말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대출만기 연장 및 상환유예 조치가 종료되는 가운데 빚을 제때 갚기 어려운 소상공인의 기존 대출을 장기 분할상환 대출로 바꿔주고 대출금리도 크게 낮춰주는 내용을 담았다.

원금 감면의 경우 사실상 신규 금융거래가 불가능한 연체 90일 이상 '부실 차주'에 한해 60∼90% 수준으로 해준다.

이에 대해 금융권에선 새출발기금의 원금 감면율이 너무 높아 금융사의 손실 부담이 크고 차주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을 제기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새출발기금의 구체적인 운영방안은 금융권, 지방자치단체 등과 협의를 하고 있다"며 "논의가 어느 정도 진행되면 지금 제기되는 도덕적 해이 논란은 상당 부분 해소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기업의 회생절차(법정관리) 제도를 예시로 들며 소상공인이 빚 탕감을 받으려고 일부러 대출 연체를 선택하는 현상은 없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김 위원장은 "기업도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부채를 탕감받고 채권자들의 채권행사도 제한되는 등 혜택을 받지만 이런 혜택에는 엄청난 불이익이 따른다"며 "이는 개인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그는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워진 분들이 빚에 쪼들려서 압류나 강제경매를 당하고 연체기록으로 정상 금융거래가 안 될 수 있다"며 "기존 회생제도에서 인정해주는 탕감 범위 내에서 이런 것을 빨리 정리해주자는 게 새출발기금의 목적"이라고 부연했다.

김주현 위원장은 금산분리 완화 방안과 관련해선 디지털 전환 흐름에 맞춰 과거 금산분리 제도의 틀을 보완하겠다는 의미일 뿐 금산분리 완화가 목적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금산분리는 기본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제도라고 생각한다"며 "다만 정책이란 것은 여건 변화에 맞춰줘야 한다"고 했다.

그는 "전쟁에서 상대는 드론과 전자 장비로 싸우는데 우리는 총칼 들고 싸울 수는 없는 것 아니냐"라며 "금융회사들이 새로운 분야에 진출하고 싶다라고 할 때 그것이 감당한 리스크 범위 안이고 소비자 보호 침해 우려가 없으면 할 수 있게 바꿔줘야 하는 게 맞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그렇게 하다 보면 과거 금산분리 원칙도 일부 보완할 사항이 있을 수 있다"며 "금산분리 자체를 목적으로 해서 '이것은 나쁜 제도'라고 뜯어내려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