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가 5일 하이트진로 강원공장에서 시위를 벌이며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사진=하이트진로
화물연대가 5일 하이트진로 강원공장에서 시위를 벌이며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사진=하이트진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가 하이트진로 강원공장에서 나흘째 벌이고 있는 농성의 수위를 점점 높여가고 있다. 맥주를 수송 중인 차량에 돌을 투척해 트럭 유리창이 파손되고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는 등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됐다.

5일 경찰에 따르면 강원경찰청은 강원도 홍천군 하이트진로 강원공장에서 시위를 벌인 화물연대 조합원 12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체포했다.

이날 전국에서 모인 화물연대 조합원들 300∼400여 명은 하이트교의 진입을 막으며 시위를 벌였다. 하이트진로 강원공장은 뒤에는 도둔산, 앞에는 홍천강으로 둘러싸여있으며 공장에 입출입하는 통로는 홍천강에서 공장으로 이어진 하이트교가 유일하다. 하이트교가 막히면 제품 출고가 아예 불가능해지는 구조다.

경찰이 이날 오후 일시적으로 차량 통행로를 확보해 34대의 운송트럭이 맥주를 싣고 겨우 빠져나가기는 했지만 그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이 벌어졌다. 조합원들은 움직이는 운송트럭에 돌과 계란, 생수병을 투척하는가 하면 일부는 폴리스라인을 뚫고 도로에 뛰어들어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하이트진로 강원공장 관계자는 "곳곳에서 충돌이 벌어지고 인파에 깔려 부상당한 사람들도 있어 구급차를 불렀다"며 "시위와 관계없는 강원공장 위탁운송 화물차주들은 더 이상 무서워서 제품 수송을 못하겠다고 호소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강원공장의 '테라', '하이트' 등 맥주 생산량은 연간 총 41만6500kL로 하이트진로 맥주 생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맥주 소비가 연중 최대치인 여름 성수기를 맞았지만 공장의 출고량이 화물연대 시위 이후 평시대비 0~30%로 떨어져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강원공장에 몰려든 화물연대는 하이트진로 이천·청주공장 위탁 운송사인 수양물류에 운임 30% 인상, 휴일 근무 운송료 지급, 차량 광고비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화물연대 관계자는 "이날 수양물류에서 화물차주와의 협상을 일방적으로 취소했다"며 "사측이 전향적으로 협상 테이블에 나오지 않는 이상 도로 점거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이트진로 강원공장의 유일한 출입로인 홍천강 하이트교에 여러 대의 트럭이 줄지어 장기 주차돼 있다. /사진=하이트진로
하이트진로 강원공장의 유일한 출입로인 홍천강 하이트교에 여러 대의 트럭이 줄지어 장기 주차돼 있다. /사진=하이트진로
이 가운데 홍천강 하이트교의 안전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하이트교가 버틸 수 있는 하중보다 더 많은 무게의 트럭들이 지속적으로 불법 주차돼 있어서다.

1996년 준공된 하이트교는 총 길이 180m, 교폭 10m로 최대 43.2톤 트럭의 하중을 버틸 수 있는 1등급 교량으로 설계됐다. 하지만 대형 차량이 이동하지 않고 한꺼번에 멈춰 있을 경우 교량에 부담이 갈 수 있다는 게 안전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하이트교에는 나흘 동안 화물연대에서 끌고 온 17~24톤짜리 트럭 8~10대가 줄지어 있는 상황이다. 적재물이 없다고 해도 차량 만으로 대당 8~10톤 가량의 무게가 나간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교량의 설계하중은 43.2톤인데 어림잡아 총 80톤 정도의 시위 트럭이 장기간 주차돼있다"며 "최악의 상황에는 붕괴 우려가 있을 수 있어 불안하다"고 전했다.

하이트진로에선 관할 지방자치단체인 홍천군에 불법 주차 차량의 견인 등 조치를 요청했지만 군청에선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자동차관리법에 따르면 자동차를 도로나 타인의 토지에 계속하여 방치할 경우 시장ㆍ군수ㆍ구청장은 견인, 폐차 등의 처분을 할 수 있다.

하수정/구민기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