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로 촉진된 한국학, 개도국 이미지 벗기 위한 연구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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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학포럼서 홍석경 교수, 지속가능한 한국학 위한 한류 연구 제시
"정부 주도 발전설 배제하고, 양질의 대중문화 연구 해외에 알려야" 한국학이 지속가능한 학문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한류 인기에 대한 분석에서 정부 주도 개발설을 배제하고, 한류가 대중문화의 축적된 역량이라는 것을 알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홍석경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한국국제교류재단이 4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개최한 '글로벌 한국학 포럼'에서 "한류의 폭발적인 인기로 인해 해외에서 이 현상을 연구하는 수많은 연구 논문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 대부분 정부의 문화산업 집중 투자 등에 비중을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포럼은 한류 현상이 한국에 대한 관심을 제고하는 차원을 넘어 한국학 연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논의하면서, 한국학이 해외에서 주류 학문으로 자리할 수 있도록 비전을 공유하고자 마련됐다.
홍 교수는 '한류는 한국학에 어떤 계기를 마련하는가'라는 주제 발표에서 "한국 대중문화의 성공이 2000년대 초까지는 몇몇 건의 성공사례 정도로 인식되다가 이제는 하나의 흐름. 경향, 현상이 되었다"며 "2010년까지 외국 학자들에 의한 한류 연구는 K-팝 산업과 기획사의 인권 침해, 지나친 경쟁 등 비윤리적 측면의 결과물이라는 비판적 시각이 주를 이루었다"고 밝혔다.
홍 교수는 2019년 영화 '기생충'이 유럽과 북미의 여러 영화제에서 수상하고, 방탄소년단(BTS)이 여러 차례 빌보드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고, '오징어 게임'이 넷플릭스 사상 가장 많이 시청한 드라마 시리즈가 되자 연구 방향이 바뀌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한국이 어떻게 이렇게 좋은 문화 콘텐츠를 지속해서 생산해내는지 궁금해졌고, 이는 기존 학자들이 분석했던 '테크노 오리엔탈리즘'(서구인보다 아시아인은 감정이 없고 기계적이라는 편견) 틀로는 분석이 안 되는 상황에 부닥친 것"이라며 "이로 인해 등장한 것이 한국 정부의 문화산업 진흥 주도설"이라고 말했다.
1990년대 문민 정권이 대중문화의 산업적 가능성을 알아보고 지원하기 시작했고, 외환위기 이후 수출형 경제발전 분야로 꼽혀 정부가 집중적으로 투자해 어느 날 K-팝이 말 그대로 '짠'하고 등장했다는 설명이다.
정부의 문화산업 지원 예산은 매년 늘었고,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는 문화체육관광부와 콘텐츠진흥원이 만들어졌다.
이 시기에 한식과 한복 세계화와 같이 눈에 띄는 해외 한국문화 캠페인도 정부 주도로 진행됐고, 이외에도 문화콘텐츠 제작과 수출에 정부 지원이 잇따랐다고 분석한다.
그는 해외에서 이런 연구가 주류를 이루는 현상에 대해 "정부 주도 수출경제를 통해 개발도상국을 벗어난 젊은 선진국인 한국의 기술적·경제적 성공은 받아들이지만, 문화적 역량까지 인정할 수는 없다는 오리엔탈리즘이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한국에서 대중문화의 형성은 미국과 일본의 영향력 아래에서 이루어진 한국 근대화의 역사와 뗄 수 없다"며 "급격한 경제개발 기간 장시간 노동이 일상이었던 한국 사회에서 영화와 텔레비전은 핵심적인 여가활동이었고, 지금 한류로 힘을 발하는 한국 대중문화 형식과 장르들은 대중의 지지 속에서 성장한 문화산업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한국어로 출판된 양질의 대중문화 분석·연구물이 많음에도, 영어로 번역되지 않아 해외에 제대로 소개되지 못하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홍 교수는 "이는 선진국으로 발전한 한국의 문화적 역량을 깎아내리는 담론을 끊임없이 재생산하게 했으며, 한국의 근대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을 품게 만들었"며 "이는 한국을 개발도상국 이미지에 붙들어 매어 놓는 일"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국내에서 해외 한국학 진흥을 어떻게 펼칠 것인가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며 "한국에 대한 관심이 한국 역사와 한국문학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하면 학문적으로 반기면서, K-팝이나 K-드라마에서 시작하면 가벼운 것으로 보는 기존 시각에 대해서도 교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외 한국학의 목표를 궁극적으로 자생적인 연구교육 시스템 형성과 학자 생산인지, 아니면 한국에 대해 우호적 태도를 지닌 지한파(知韓派)를 만드는 일인지 방향 설정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포럼에는 '해외 한국학 패러다임의 변화와 미래 발전 방향'을 주제로 26개국에서 100여 명의 한국학 전문가가 온·오프라인으로 참여해 발표와 토론을 이어갔다.
/연합뉴스
"정부 주도 발전설 배제하고, 양질의 대중문화 연구 해외에 알려야" 한국학이 지속가능한 학문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한류 인기에 대한 분석에서 정부 주도 개발설을 배제하고, 한류가 대중문화의 축적된 역량이라는 것을 알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홍석경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한국국제교류재단이 4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개최한 '글로벌 한국학 포럼'에서 "한류의 폭발적인 인기로 인해 해외에서 이 현상을 연구하는 수많은 연구 논문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 대부분 정부의 문화산업 집중 투자 등에 비중을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포럼은 한류 현상이 한국에 대한 관심을 제고하는 차원을 넘어 한국학 연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논의하면서, 한국학이 해외에서 주류 학문으로 자리할 수 있도록 비전을 공유하고자 마련됐다.
홍 교수는 '한류는 한국학에 어떤 계기를 마련하는가'라는 주제 발표에서 "한국 대중문화의 성공이 2000년대 초까지는 몇몇 건의 성공사례 정도로 인식되다가 이제는 하나의 흐름. 경향, 현상이 되었다"며 "2010년까지 외국 학자들에 의한 한류 연구는 K-팝 산업과 기획사의 인권 침해, 지나친 경쟁 등 비윤리적 측면의 결과물이라는 비판적 시각이 주를 이루었다"고 밝혔다.
홍 교수는 2019년 영화 '기생충'이 유럽과 북미의 여러 영화제에서 수상하고, 방탄소년단(BTS)이 여러 차례 빌보드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고, '오징어 게임'이 넷플릭스 사상 가장 많이 시청한 드라마 시리즈가 되자 연구 방향이 바뀌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한국이 어떻게 이렇게 좋은 문화 콘텐츠를 지속해서 생산해내는지 궁금해졌고, 이는 기존 학자들이 분석했던 '테크노 오리엔탈리즘'(서구인보다 아시아인은 감정이 없고 기계적이라는 편견) 틀로는 분석이 안 되는 상황에 부닥친 것"이라며 "이로 인해 등장한 것이 한국 정부의 문화산업 진흥 주도설"이라고 말했다.
1990년대 문민 정권이 대중문화의 산업적 가능성을 알아보고 지원하기 시작했고, 외환위기 이후 수출형 경제발전 분야로 꼽혀 정부가 집중적으로 투자해 어느 날 K-팝이 말 그대로 '짠'하고 등장했다는 설명이다.
정부의 문화산업 지원 예산은 매년 늘었고,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는 문화체육관광부와 콘텐츠진흥원이 만들어졌다.
이 시기에 한식과 한복 세계화와 같이 눈에 띄는 해외 한국문화 캠페인도 정부 주도로 진행됐고, 이외에도 문화콘텐츠 제작과 수출에 정부 지원이 잇따랐다고 분석한다.
그는 해외에서 이런 연구가 주류를 이루는 현상에 대해 "정부 주도 수출경제를 통해 개발도상국을 벗어난 젊은 선진국인 한국의 기술적·경제적 성공은 받아들이지만, 문화적 역량까지 인정할 수는 없다는 오리엔탈리즘이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한국에서 대중문화의 형성은 미국과 일본의 영향력 아래에서 이루어진 한국 근대화의 역사와 뗄 수 없다"며 "급격한 경제개발 기간 장시간 노동이 일상이었던 한국 사회에서 영화와 텔레비전은 핵심적인 여가활동이었고, 지금 한류로 힘을 발하는 한국 대중문화 형식과 장르들은 대중의 지지 속에서 성장한 문화산업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한국어로 출판된 양질의 대중문화 분석·연구물이 많음에도, 영어로 번역되지 않아 해외에 제대로 소개되지 못하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홍 교수는 "이는 선진국으로 발전한 한국의 문화적 역량을 깎아내리는 담론을 끊임없이 재생산하게 했으며, 한국의 근대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을 품게 만들었"며 "이는 한국을 개발도상국 이미지에 붙들어 매어 놓는 일"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국내에서 해외 한국학 진흥을 어떻게 펼칠 것인가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며 "한국에 대한 관심이 한국 역사와 한국문학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하면 학문적으로 반기면서, K-팝이나 K-드라마에서 시작하면 가벼운 것으로 보는 기존 시각에 대해서도 교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외 한국학의 목표를 궁극적으로 자생적인 연구교육 시스템 형성과 학자 생산인지, 아니면 한국에 대해 우호적 태도를 지닌 지한파(知韓派)를 만드는 일인지 방향 설정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포럼에는 '해외 한국학 패러다임의 변화와 미래 발전 방향'을 주제로 26개국에서 100여 명의 한국학 전문가가 온·오프라인으로 참여해 발표와 토론을 이어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