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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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업계가 정부의 전통주 기준 개정 움직임에 술렁거리고 있다. 전통주는 감세 뿐 아니라 온라인 판매가 허용되는 혜택을 받고 있어, 제품별 전통주 적용 여부에 따라 주류 시장의 판도가 뒤흔들릴 수 있어서다.

“이제 막 성장하는 소규모 양조장 보호를 위해 전통주 범위를 유지해야한다”는 의견과 “전통 술 산업 육성과 소비자 편의를 위해선 비합리적인 기준을 개정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맞서고 있다.

○“연내 전통주 범위 개편”

4일 관련부처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는 오는 9월 정기국회에 전통주 범위를 조정하는 ‘전통주 등의 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전통주산업법)’ 개정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농식품부가 추진하는 개정안은 전통주에 포함된 ‘지역특산주’를 별도로 분리하고, 지금은 빠져있는 막걸리 등 일부 주종을 전통주에 추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와 관련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은 지난 달 말 강원도 횡성군에 위치한 국순당 공장을 찾아 “국민이 이해할 수 있는 방향으로 연내 전통주산업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현행법상 전통주는 민속주(국가 지정 장인이나 식품 명인이 만든 술)와 지역 특산주(농업법인이 생산하거나 지역 농산물을 주원료로 만든 술)가 해당된다. 가수 박재범이 국내 양조장과 손잡고 강원 원주쌀로 만든 ‘원소주’는 지역특산주 면허로 생산돼 전통주로 분류된다. 의성 사과로 만든 애플사이더, 무주 머루로 만든 와인도 전통주에 속한다.

반면 60년 전통의 서울탁주제조협회에서 만드는 국내 1위 막걸리 브랜드 ‘장수생막걸리’나, 고려시대 명주 ‘백하주’의 생쌀 발효법을 복원한 ‘백세주’는 전통주가 아니다. 수입산 재료가 포함돼있기 때문이다.

농식품부 계획대로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앞으로는 지금과는 반대로 전통주에 장수생막걸리가 편입되고, 원소주와 같은 지역특산주들은 제외된다.

○온라인 판매 허용 범위 ‘관건’

전통주 범위 개편 논란의 핵심은 온라인 판매 대상이 달라지느냐 여부다. 전통주는 50% 주세 감면과 전자상거래 허용 혜택을 받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홈술 문화 확산으로 전통주는 온라인 판매 덕을 톡톡하게 봤다. 지역특산주를 중심으로 한 전통주 판매(출고금액 기준)는 지난해 941억원으로 전년비 50.2%나 늘었다. 사상 처음으로 전체 주류 출고액의 1%를 돌파했다.

주류업계에선 전통주 범위 개편과 관련해 찬반 논란이 뜨겁게 일고 있다. 특히 지역 특산주를 생산하는 업체들은 대형 공장을 가진 장수막걸리와 국순당 등이 전통주로 들어와 온라인 판매가 되면 기존 영세한 양조장들이 살아남기 힘들 것이란 목소리를 내고 있다.

명욱 세종사이버대 바리스타&소믈리에학과 겸임교수는 “대량 생산되는 막걸리의 70% 이상이 수입쌀로 만들어지고 있다”며 “단가가 높은 지역 농산물을 사용해 술을 빚는 지역특산주를 정책적으로 보호하지 않으면 이제 막 젊은 층의 수요를 끌어들이며 성장하기 시작한 지역 양조장들의 날개가 꺾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전통 술 산업 육성과 소비자 편의를 위해선 주류 온라인 판매 허용 범위를 키워야한다는 주장도 있다. 대형 주류업체 관계자는 “전통을 계승해 제조했는데도 원재료나 소규모 농업법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전통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은 역차별”이라며 “막걸리가 전통주로 인정받게 되면 수출에도 도움이 되고 소비자들의 선택권도 넓어질 것”이라고 했다.

전통주 온라인 판매 허용 범위는 기획재정부와 국세청 관할의 주세법에 명시돼있다. 농식품부는 지역특산주가 전통주에서 분리된다고 해도 온라인 판매를 지금과 같이 유지하는 방안을 건의할 계획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농식품부에서 전통주의 정의를 재분류하는 전통주산업법 개정안을 확정한 뒤 온라인 판매 등 후속 개정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며 “미성년자 주류 구매, 골목상권 침해, 통상 협약 위배 가능성 등 고려해야할 요인이 많다”고 설명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