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손들 쳐다도 안 본다"…10년물 회사채 실종
SKT, 3년물 위주로 2000억 발행
KT·포스코 등도 단기채만 집중
그동안 SK텔레콤은 회사채 시장에서 10년 이상 장기물을 주로 활용해왔다. 국내 이동통신 분야 시장 점유율 1위 사업자로 10년 이상 신용등급 ‘AAA급’을 유지하는 등 탄탄한 투자 수요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SK텔레콤이 발행한 3500억원어치 회사채에도 20년 만기 장기물이 포함됐다.
SK텔레콤뿐만이 아니다. KT, 포스코 등 우량 신용등급을 갖춘 다른 기업들도 중·단기물 위주의 회사채를 발행하고 있다. 지난 5월부터 10년 이상 장기물(신종자본증권·후순위채 제외)을 발행한 곳은 KB금융지주뿐이다. 한 증권사 회사채 발행 담당자는 “최근 회사채 시장에서 10년 이상 장기물은 거의 사라졌다”고 말했다.
장기물 발행이 급감한 것은 금리 인상 등 변동성 확대로 기관투자가들이 장기 투자를 꺼리고 있어서다. 작년까지만 해도 회사채 금리가 전반적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장기물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다. 수익률을 고려한 기관들이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장기물을 매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기물 금리가 빠르게 뛴 데다 금리 변동성까지 커지면서 장기물에 대한 수요가 크게 줄어들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장기물 시장의 ‘큰손’으로 꼽히는 보험사 등의 자금 사정이 예전처럼 원활하지 않은 것도 영향을 미쳤다.
기관투자가들의 단기물 선호 현상이 짙어지면서 장·단기 회사채 금리 역전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11일 1500억원어치의 회사채를 내놓은 울산GPS의 3년 만기 발행 금리는 연 4.712%로, 5년 만기 발행 금리 연 4.586%보다 높게 책정됐다. 통상 장기물 금리가 단기물보다 높다. 하지만 매수세가 단기물에 몰리면서 금리 역전 현상이 발생한 것으로 분석된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회사채 시장이 만기 2~5년의 중·단기물 중심으로 재편되는 추세”라며 “다만 금리 인상 속도가 둔화되는 등 안정화 단계에 들어서면 10년 이상 장기물 발행에 우호적인 여건이 다시 마련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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