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식용' 논의에 경제부총리 필참?…한덕수, '장관 들러리' 없앤다 [강진규의 데이터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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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국무총리가 총리실이 소집하는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 부처 장관들의 의무참석 조항을 삭제하기로 했다. 안건과 관계가 없는 장관을 '들러리'로 회의에 부르는 것은 효율적이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파악된다. 윤석열 정부의 슬림화·효율화 방침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2일 총리실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국무조정실은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로 바꾸고, 안건과 관계가 있는 부처만 참석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 규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는 부처의 정책을 총리 단계에서 조정하는 역할을 하는 회의다. 최근에는 부처별 규제혁신 상황을 점검해 140개 규제혁신 완료 과제를 정리했다. 대우조선해양 사태의 해결책을 논의하기도 했다. 전력수급 문제, 개 식용 금지 문제 등도 이 회의에 상정돼 조정했거나, 논의를 진행 중이다.
기존 규정에 명시된 의무 참석자는 기획재정부 장관ㆍ교육부 장관ㆍ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ㆍ행정안전부 장관ㆍ문화체육관광부 장관ㆍ산업통상자원부 장관ㆍ보건복지부 장관ㆍ고용노동부 장관ㆍ국토교통부 장관 등 9명이다. 국무조정실은 이 명단을 없애고, '안건과 관계있는 행정기관의 장이 참석해야한다'는 조항만 남기는 방안을 개정안에 담았다.
이는 부처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안건이 올라온 경우에도 의무참석 조항 때문에 장관이 '들러리'로 참석하거나, 어쩔 수 없이 차관 등을 대리 참석토록하는 관행이 비효율적이라고 판단해서다. 개 식용 문제를 논의할 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등이 참석해야할 이유가 크지 않다는 식이다.
장관이 참석하는 본 회의 전에 물밑에서 열리는 실무회의와 차관회의 등의 개최 규정도 삭제하기로 했다. 이 역시 불필요한 회의를 없애는 차원이다. 회의를 정부청사 회의실이 아닌 실제 현장에서 열 수 있도록 하는 근거 조항도 신설하기로 했다. 공공기관이나 민간기업 등 규제 혁신 현장에서 회의를 여는 것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회의 슬림화는 윤석열 정부의 '정부 효율화' 기조 중 하나로 평가된다. 꼭 참석해야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회의에 참석하지 말고 본업을 하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이 부처 업무보고를 다수의 공무원이 배석하는 방식에서 장관 독대 형식으로 바꾼 것도 비슷한 이유로 여겨진다.
이같은 기조에 맞게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불요불급한 회의와 자료 준비, 행사용 자료를 최소화하라"고 지시했고,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종이 없는 '페이퍼리스' 회의를 열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효율화가 능사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외부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 어려워서다. 당장 윤 대통령과 장관의 독대 보고에서 사회적으로 합의되지 않은 내용이 튀어나와 혼란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초등학교 입학 연령 하향'을 들고 나왔을 때 다른 배석자가 있었다면 발표 전에 논란이 될 수 있는 측면을 더 검토할 수 있었을 것이란 지적이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2일 총리실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국무조정실은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로 바꾸고, 안건과 관계가 있는 부처만 참석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 규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는 부처의 정책을 총리 단계에서 조정하는 역할을 하는 회의다. 최근에는 부처별 규제혁신 상황을 점검해 140개 규제혁신 완료 과제를 정리했다. 대우조선해양 사태의 해결책을 논의하기도 했다. 전력수급 문제, 개 식용 금지 문제 등도 이 회의에 상정돼 조정했거나, 논의를 진행 중이다.
기존 규정에 명시된 의무 참석자는 기획재정부 장관ㆍ교육부 장관ㆍ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ㆍ행정안전부 장관ㆍ문화체육관광부 장관ㆍ산업통상자원부 장관ㆍ보건복지부 장관ㆍ고용노동부 장관ㆍ국토교통부 장관 등 9명이다. 국무조정실은 이 명단을 없애고, '안건과 관계있는 행정기관의 장이 참석해야한다'는 조항만 남기는 방안을 개정안에 담았다.
이는 부처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안건이 올라온 경우에도 의무참석 조항 때문에 장관이 '들러리'로 참석하거나, 어쩔 수 없이 차관 등을 대리 참석토록하는 관행이 비효율적이라고 판단해서다. 개 식용 문제를 논의할 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등이 참석해야할 이유가 크지 않다는 식이다.
장관이 참석하는 본 회의 전에 물밑에서 열리는 실무회의와 차관회의 등의 개최 규정도 삭제하기로 했다. 이 역시 불필요한 회의를 없애는 차원이다. 회의를 정부청사 회의실이 아닌 실제 현장에서 열 수 있도록 하는 근거 조항도 신설하기로 했다. 공공기관이나 민간기업 등 규제 혁신 현장에서 회의를 여는 것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회의 슬림화는 윤석열 정부의 '정부 효율화' 기조 중 하나로 평가된다. 꼭 참석해야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회의에 참석하지 말고 본업을 하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이 부처 업무보고를 다수의 공무원이 배석하는 방식에서 장관 독대 형식으로 바꾼 것도 비슷한 이유로 여겨진다.
이같은 기조에 맞게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불요불급한 회의와 자료 준비, 행사용 자료를 최소화하라"고 지시했고,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종이 없는 '페이퍼리스' 회의를 열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효율화가 능사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외부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 어려워서다. 당장 윤 대통령과 장관의 독대 보고에서 사회적으로 합의되지 않은 내용이 튀어나와 혼란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초등학교 입학 연령 하향'을 들고 나왔을 때 다른 배석자가 있었다면 발표 전에 논란이 될 수 있는 측면을 더 검토할 수 있었을 것이란 지적이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