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반도체를 만들려면 실리콘 웨이퍼(얇은 원판)에 회로를 입히기 위한 필름을 올린 뒤 이를 다시 깎고 세정하는 작업을 100번 이상 반복해야 한다. 특히 전체 공정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세정 작업은 반도체의 최종 품질을 결정한다. 반도체 장비업체 에이펫은 세정 공정의 핵심인 웨이퍼 세정기(웻스테이션)와 건조기(드라이어)를 동시에 생산하는 국내 유일 회사다. 매출의 81%를 수출이 차지한다. 주요 납품처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비롯해 대만 TSMC, 미국 마이크론 등 세계적 반도체회사들이다.

세계유일 기술로 반도체 건조기 톱3 된 에이펫
에이펫 창업자인 김덕호 대표는 “에이펫이 보유한 파티클(먼지 입자) 제거 기술엔 물질 간 표면장력의 차이(마랑고니 효과)를 응용한 기술을 비롯해 화학적 평형 상태(르샤틀리에 법칙)와 압력·유속 간 상관관계(베르누이의 법칙) 등을 활용한 수많은 물리·화학 법칙이 집적돼 있다”고 2일 밝혔다. 김 대표는 반도체 장비 국산화와 수출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최근 한국무역협회와 한국경제신문사가 선정한 ‘제142회 한국을 빛낸 무역인상’을 받았다.

김 대표는 세계 최대 반도체 장비회사인 미국 어플라이드머티리얼에서 오랜 경력을 쌓아오다 2001년 웨이퍼 건조기 제조업을 시작했다. 이 회사는 웨이퍼 건조 과정 중 발생하는 10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크기의 파티클도 제거하는 세계 유일한 기술을 보유해 국내외 특허를 출원했다. 대당 2억~4억원가량인 웨이퍼 건조기를 세계 14개국 102개 반도체 업체에 1000여 대나 납품한 비결이다. 최첨단 반도체 생산용 웨이퍼 건조기 분야(마랑고니 타입) 세계 3대 제조기업으로도 꼽힌다.

2010년엔 건조기에 세정용 체임버 등을 합친 세정기 시장에 진출해 대당 20억~30억원에 달하는 세정 장비를 8개국 24개 업체에 200대 누적 판매했다. 최근엔 나노에서 수십 나노급 첨단 반도체 제조 공정에 쓰이는 세정 장비인 ‘싱글 웨이퍼 클리너’도 공급하고 있다. 기존 반도체보다 엄격하게 파티클을 관리해야 하는 첨단 반도체 기업일수록 이 회사 장비의 수요가 높은 편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TSMC, 마이크론을 비롯해 일본 도시바·교세라, 독일 보쉬·인피니온·실트로닉 등 쟁쟁한 기업들이 공급처 리스트를 차지하는 이유다. 이 회사 매출은 지난 4년간 네 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60.6% 증가한 641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예상 매출은 1000억원대를 돌파할 전망이다.

장기적으로 코스닥시장 상장도 검토 중이다. 김 대표는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국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공장뿐만 아니라 대만 TSMC 공장에 대규모 공급이 예정돼 있다”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