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대회 경험 부족과 주축 공격수 이탈에도 값진 성과
'신 쌍포' 허수봉·나경복, '99년생 듀오' 임동혁·임성진 경쟁력 확인
세터·센터 세대교체는 숙제…아시아배구연맹컵서 세대교체 노린다
챌린저컵 3위 한국 남자배구, 희망과 숙제 모두 발견했다
가능성과 숙제를 모두 발견한 대회였다.

임도헌 감독이 이끄는 남자 배구대표팀(세계랭킹 34위)은 안방에서 열린 2022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챌린저컵 대회에서 8개 참가 팀 중 3위 자리에 올랐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 걸린 단 한 장의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출전권을 획득하지 못해 2024 파리올림픽 출전이 사실상 불발됐지만, 세계 강팀을 상대로도 대등한 경기를 펼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대표팀은 이번 대회 8강전 호주(38위)를 상대로 풀세트 접전 끝에 세트 스코어 3-2로 승리했고, 4강전 튀르키예(17위·터키)엔 매 세트 접전을 펼쳤지만 0-3으로 졌다.

결승 진출이 무산된 한국은 31일 서울 학생체육관에서 열린 체코(24위)와 3·4위전에서 3-2로 승리하며 3위로 대회를 마쳤다.

사실 대회 전망은 그리 밝지 않았다.

이번 대회엔 쿠바(12위), 튀니지(15위), 튀르키예, 카타르(21위), 체코, 칠레(27위) 등 만만치 않은 팀들이 대거 참가했다.

한국보다 세계랭킹이 낮은 유일한 팀인 호주도 올해 VNL에 참가했던 강팀이다.

게다가 한국은 2020년 1월 2020 도쿄올림픽 아시아대륙예선을 마친 뒤 이렇다 할 국제대회에 참가하지 못했다.

한국은 2020년 발리볼챌린지컵에 예산 문제로 출전하지 않았고, 2021년 발리볼챌린저컵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취소되자 국내 전지 훈련에만 전념했다.

국내 팀들과 연습 경기를 통해 경기 감각을 이어가려 노력했지만, 분명한 한계가 있었다.

이런 가운데 대표팀 주포로 꼽히던 정지석(대한항공)이 불미스러운 일로 징계를 받아 대표팀에서 제외됐고, 대회 개막을 앞두고 공수 핵심 전력인 전광인(현대캐피탈)이 코로나19에 확진돼 불참했다.

챌린저컵 3위 한국 남자배구, 희망과 숙제 모두 발견했다
쉽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대회에 참가한 한국은 새로운 조합을 내세웠다.

8강과 4강전에선 도쿄올림픽 예선에서 주로 백업으로 뛰었던 신장 197㎝의 장신 라이트 공격수 허수봉(24·현대캐피탈)과 레프트 공격수 나경복(28·우리카드)을 앞선에 내세웠다.

허수봉은 장신 군단 호주를 상대로 양 팀 최다인 33점을 올리며 맹활약했고, 튀르키예전에서도 양 팀 최다인 23점을 기록했다.

나경복도 결정적인 순간마다 제 몫을 했다.

대표팀은 이번 대회를 통해 새로운 주포 조합을 찾았다.

챌린저컵 3위 한국 남자배구, 희망과 숙제 모두 발견했다
체코와 3·4위전에선 강력한 서브와 수준급 수비 능력을 갖춘 임성진(23·한국전력)과 장신 공격수 임동혁(23·대한항공)이 국제대회에서 통할만 한 자질을 갖췄다는 것을 증명했다.

1999년생 동갑내기 임성진과 임동혁, 리베로 박경민(현대캐피탈)은 향후 한국 남자 배구를 이끌 차세대 선수들이다.

다만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주전 세터 한선수(37·대한항공)와 센터 신영석(38·한국전력)의 뒤를 이을만한 선수를 발견하지 못했다.

한선수는 이번 대회 세 경기에서 현란한 볼배급으로 상대 팀들의 높은 벽을 허무는 데 앞장섰지만, 그의 뒤를 받힐 만한 선수는 보이지 않았다.

백업 세터 황택의(28·KB손해보험), 하승우(27·우리카드) 등은 출전 기회가 거의 없었다.

황택의는 원포인트 서버로 주로 나섰다.

상대적으로 높이가 낮은 한국 대표팀은 강한 서브와 빠른 토스, 수비력으로 경쟁해야 하는데, 국제대회에서 활용할 만한 젊은 세터를 확실하게 찾지 못했다는 건 매우 아쉽다.

챌린저컵 3위 한국 남자배구, 희망과 숙제 모두 발견했다
대표팀은 사실상 파리올림픽 출전 기회가 사라진 만큼, 향후 국제대회에서 다양한 젊은 선수들을 가용하며 대안을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다음 달 7일부터 14일까지 태국에서 열리는 아시아배구연맹컵이 차세대 주축 선수를 발굴할 좋은 기회다.

임도헌 대표팀 감독은 "아시아배구연맹컵에선 젊은 선수들에게 많은 기회를 줄 것"이라고 다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