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금 유출 가능성…고환율에 물가 상승 압력도
과거 세 차례 역전 때는 채권·주식 시장 순유입
미 연준, 내일 새벽 기준금리 결정…정부 "대규모 자금 유출 가능성 적다"
한미 기준금리 역전 임박…자금 유출 등 한국 경제 영향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한국시간 28일 새벽, 시장의 예상대로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으면, 한미 기준금리가 약 2년 반 만에 역전된다.

한국의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낮아지면 투자 자금이 국내 시장에서 빠져나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지만, 정부와 한국은행(한은)은 "자금이 대거 유출될 가능성은 적다"고 예상했다.

27일 한은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미국 연준은 26∼27일(현지시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이번에 기준금리를 0.75%포인트(p) 올린 2.25∼2.50%로 결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기준금리가 2.25∼2.50%로 오르면 한국의 기준금리(2.25%)보다 높아지는데, 한미 기준금리 역전은 2020년 2월 이후 약 2년 반 만에 처음이다.

미국 금리 인상기를 ▲ 1기 1996년 6월∼2000년 5월(금리 역전기 1996년 6월∼2001년 3월) ▲ 2기 2004년 6월∼2006년 6월(2005년 8월∼2007년 9월) ▲ 3기 2015년 12월∼2018년 12월(2018년 3월∼2020년 2월)로 나눠보면 세 차례 모두 한미 금리 역전이 나타났다.

1기의 경우 미국 금리가 최대 1.50%포인트 높은 시기가 6개월(2000년 5∼10월)이나 지속됐다.

2기, 3기의 최대 역전 폭은 1.00%포인트(2006년 5∼8월), 0.875%포인트(2019년 7월)였다.

한미 기준금리 역전 임박…자금 유출 등 한국 경제 영향은
한미 금리 역전이 임박하면서, 외국인 자금이 한국 주식·채권 시장에서 빠져나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 금리(수익률)가 더 낮은 한국에서 돈을 굴릴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자금 유출로 원/달러 환율(원화 가치와 반대)은 상승압력을 받는다.

환율이 오르면 수입품 가격이 오르면서 물가가 더 오를 수 있다.

과거 금리 역전 사례를 살펴보면 외국인 증권(채권+주식) 자금은 모두 순유입됐다.

금리 역전 시기(1기 168억7천만달러·2기 304억5천만달러·3기 403억4천만달러) 모두 순유입을 기록했다.

주식의 경우 1기 역전기에는 209억3천만달러가 들어왔지만, 2기와 3기 역전기에는 263억4천만달러, 83억6천만달러씩 빠져나갔다.

그러나 주식도 단순히 금리 격차 때문에 모두 유출됐다고 말하기 어렵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2기에는 외환위기 이후 한국 증시에 대거 들어온 외국인들이 주가 급등과 원화 절상(가치상승)에 따른 차익을 실현하려는 경향이 강했고, 3기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집권 이후 미·중 무역 갈등과 반도체 경기 논란 등이 겹쳐 주식시장 자체가 약세였기 때문이다.

한미 기준금리 역전 임박…자금 유출 등 한국 경제 영향은
정부는 한미 기준금리가 역전되더라도 자금이 대거 유출될 가능성은 적다고 강조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5일 기자간담회에서 "지금 우리의 대외 신인도나 경제 기초여건, 현재 경기 흐름 등을 보면 현재는 (자금) 유출 가능성이 별로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지난 13일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 직후 "(한미 금리) 역전 자체가 문제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과거에도 금리가 역전된 경우가 세 차례 있었고, 단순히 격차가 얼마나 벌어지나보다, 자본·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추 부총리는 미국이 기준금리를 결정한 직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등과 만나 미국의 금리 인상이 우리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과 대응을 논의할 예정이다.

경제전문가들도 해외 자본유출보다는 원화 약세와 물가 상승, 무역수지 적자 등에 따른 경기 침체 가능성을 더 걱정하고 있다.

미국의 금리 상승으로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 원화가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이게 돼 원/달러 환율이 상승한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26일 1,307.6원에 거래를 마감해 1,300원대로 내려갔지만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 다시 치솟을 수 있다.

환율은 한때 1,320원대 중반까지 연고점을 높였다.

고환율은 무역적자를 유발한다.

무역수지는 지난 6월까지 3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이달 들어서도 지난 20일까지 81억달러 적자를 기록해 4개월 연속 적자 가능성이 크다.

무역수지 적자는 달러의 유출을 의미해 환율이 올라가고 이는 수입 물가 상승으로 국내 소비자물가를 불안하게 한다.

물가 상승을 막기 위해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계속 올리면 경기에 부담이 되고 결국 경기 침체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