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재난에 대처하는 인간군상 그려…연기력·영상 'OK' 신파는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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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재난영화 '비상선언'
비행기 생화학테러 다룬 작품
송강호·이병헌 연기 돋보이지만
익숙한 설정·신파 요소 많아
후반 갈수록 '어디서 본 느낌'
비행기 생화학테러 다룬 작품
송강호·이병헌 연기 돋보이지만
익숙한 설정·신파 요소 많아
후반 갈수록 '어디서 본 느낌'
이보다 더 시의적절할 수는 없다. 영화를 보는 내내 스크린 밖 현실을 떠올리게 하니 말이다. 다음달 3일 개봉하는 ‘비상선언’은 항공재난 영화지만 ‘코로나 시대의 압축판’이라 할 만큼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현실을 담은 작품이다. 10년 전 기획해 코로나19 확산 전에 크랭크인(촬영 시작)했는데도 2022년 대한민국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영화는 ‘관상’ ‘더 킹’ 등을 만든 한재림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송강호·이병헌·전도연·김남길·임시완 등 화려한 라인업을 자랑한다. 칸에서 각각 연기상을 수상한 송강호와 전도연은 ‘밀양’ 이후 15년 만에 재회했다. 제작비는 300억원에 달한다.
이야기는 비행기에 탑승한 의문의 한 남성이 생화학 테러를 벌이며 시작된다. 사람들은 끔찍한 증상으로 고통받다가 곧 사망한다. 바이러스는 탑승객 150명 사이에 급속히 퍼지고, 기내는 아비규환이 된다. 테러범은 영화 시작 후 곧바로 공개된다. 그 뒤 테러 영화에서 재난 영화로 속도감 있고 매끄럽게 전환해 극강의 몰입감을 선사한다.
영화 속 다양한 인간 군상은 코로나 시대 우리네 삶을 그대로 보여준다. 자기만 살겠다는 승객이 있는가 하면 남을 돕기 위해 발버둥치는 재혁(이병헌 분)과 같은 인물도 있다. 지상에선 어떻게든 사건을 해결해 보려는 형사 인호(송강호 분), 선택의 기로에서 옳은 길을 찾으려는 국토교통부 장관 숙희(전도연 분)의 모습이 부각된다.
한 감독은 “막상 재난이 닥치면 인간은 나약해진다”며 “하지만 위대한 희생이 아니라 사소한 인간성에 집중하다 보면 이런 재난을 조금씩 이겨나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배우들은 이름값을 한다. 감정을 절제하면서도, 표정과 말에 불안감과 공포를 충분히 담아낸다. 실제 재난이 터진 것 같은 영상기술도 돋보이는 대목이다. 제작진은 대형 비행기를 미국에서 공수해 세트를 제작하고, 비행기 세트를 360도 회전시킬 수 있는 롤링 짐벌(영상 촬영 시 흔들림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용하는 장치)도 제작해 촬영했다. 그 덕분에 비행기가 흔들리는 장면과 낙하하는 장면은 관객들에게 마치 비행기에 함께 탄 듯한 착각을 가져다준다.
하지만 영화의 힘은 시간이 갈수록 떨어진다. 익숙한 설정과 신파적 요소가 몰입감을 떨어뜨린다. 영화는 각국의 첨예한 이해관계, 책임자들의 의견 대립과 국민 여론 분열, 가족애 등을 활용해 긴장감을 고조시켰다가 이완하는 것을 반복한다. 처음엔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하지만 점점 예상 가능한 패턴으로 흘러간다. 신파적인 부분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니 결국 과거 재난 영화들과 비슷한 느낌을 준다. 후반부를 보다 힘 있게 치고 나갔더라면 전체적인 작품 완성도가 훨씬 높아졌을 것이란 아쉬움이 남는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영화는 ‘관상’ ‘더 킹’ 등을 만든 한재림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송강호·이병헌·전도연·김남길·임시완 등 화려한 라인업을 자랑한다. 칸에서 각각 연기상을 수상한 송강호와 전도연은 ‘밀양’ 이후 15년 만에 재회했다. 제작비는 300억원에 달한다.
이야기는 비행기에 탑승한 의문의 한 남성이 생화학 테러를 벌이며 시작된다. 사람들은 끔찍한 증상으로 고통받다가 곧 사망한다. 바이러스는 탑승객 150명 사이에 급속히 퍼지고, 기내는 아비규환이 된다. 테러범은 영화 시작 후 곧바로 공개된다. 그 뒤 테러 영화에서 재난 영화로 속도감 있고 매끄럽게 전환해 극강의 몰입감을 선사한다.
영화 속 다양한 인간 군상은 코로나 시대 우리네 삶을 그대로 보여준다. 자기만 살겠다는 승객이 있는가 하면 남을 돕기 위해 발버둥치는 재혁(이병헌 분)과 같은 인물도 있다. 지상에선 어떻게든 사건을 해결해 보려는 형사 인호(송강호 분), 선택의 기로에서 옳은 길을 찾으려는 국토교통부 장관 숙희(전도연 분)의 모습이 부각된다.
한 감독은 “막상 재난이 닥치면 인간은 나약해진다”며 “하지만 위대한 희생이 아니라 사소한 인간성에 집중하다 보면 이런 재난을 조금씩 이겨나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배우들은 이름값을 한다. 감정을 절제하면서도, 표정과 말에 불안감과 공포를 충분히 담아낸다. 실제 재난이 터진 것 같은 영상기술도 돋보이는 대목이다. 제작진은 대형 비행기를 미국에서 공수해 세트를 제작하고, 비행기 세트를 360도 회전시킬 수 있는 롤링 짐벌(영상 촬영 시 흔들림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용하는 장치)도 제작해 촬영했다. 그 덕분에 비행기가 흔들리는 장면과 낙하하는 장면은 관객들에게 마치 비행기에 함께 탄 듯한 착각을 가져다준다.
하지만 영화의 힘은 시간이 갈수록 떨어진다. 익숙한 설정과 신파적 요소가 몰입감을 떨어뜨린다. 영화는 각국의 첨예한 이해관계, 책임자들의 의견 대립과 국민 여론 분열, 가족애 등을 활용해 긴장감을 고조시켰다가 이완하는 것을 반복한다. 처음엔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하지만 점점 예상 가능한 패턴으로 흘러간다. 신파적인 부분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니 결국 과거 재난 영화들과 비슷한 느낌을 준다. 후반부를 보다 힘 있게 치고 나갔더라면 전체적인 작품 완성도가 훨씬 높아졌을 것이란 아쉬움이 남는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