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이 대만의 팹리스(반도체 설계회사) 미디어텍과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파트너십을 맺었다고 25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지난해 3월 파운드리 사업 재진출을 선언한 인텔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세계 점유율 1위인 미디어텍의 물량을 맡았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인텔의 약진이 파운드리 시장의 지각변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렌디르 타쿠르 인텔 파운드리 서비스 사장은 이날 파트너십을 발표하며 “미디어텍은 인텔 파운드리 사업이 성장하는 데 매우 중요한 파트너”라며 “인텔은 다양한 지역에서 첨단 공정의 반도체 칩을 생산할 수 있는 역량을 보유하고 있어 미디어텍이 다양한 반도체 칩을 제공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인텔에 따르면 미디어텍은 인텔의 공정 기술을 활용해 스마트워치나 스마트 스피커 등 ‘에지 디바이스’에 들어가는 칩을 생산할 예정이다.

미디어텍은 스마트폰에서 ‘두뇌’ 역할을 하는 반도체 AP를 설계하는 곳이다. 전 세계 AP 시장 점유율이 33% 안팎으로 퀄컴(30%)보다 높다. 그동안 미디어텍은 모든 물량을 대만 TSMC에서 생산해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TSMC에 생산 능력을 넘어서는 주문이 몰리면서 인텔에도 기회가 생겼다.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본격 견제하기 시작했다는 정치적인 해석도 나온다. 중국과 긴장 관계에 있는 대만 기업과의 협력을 강화해 중국 업체들을 고립시키는 전략을 쓰고 있다는 설명이다.

오랜 기간 반도체업계는 인텔의 파운드리 시장 진출을 반신반의했다. 시장에 발을 들일 수는 있겠지만, TSMC나 삼성전자를 따라잡을 만한 기술력을 갖추는 것은 쉽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인텔이 미디어텍과의 협력 관계를 밝히면서 업계의 의구심을 어느 정도 불식시킬 수 있게 됐다.

이번 파트너십이 인텔의 수익성 제고에 도움을 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미디어텍이 인텔에 맡긴 칩 대부분이 반도체 생산라인 가운데 가장 수익률이 좋은 16~28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공정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인텔이 미디어텍 수주 물량을 안정적으로 생산하게 된다면 첨단 반도체 공정으로 넘어가는 발판을 마련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