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진화 40억년사 밝힌 '자연은 어떻게 발명하는가' 출간

현대 생물학의 문을 연 찰스 다윈(1809~1882)은 "진화란 한 종에서 무수한 중간 단계를 거쳐 다른 종이 되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쉽게 말해서 지구상에 있는 모든 생물이 공통의 조상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였다.

다윈의 주장은 과학계와 종교계에 찬반양론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하나님이 세상을 창조했다는 창조론자들의 반발은 거셀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시간은 다윈 편이었다.

진화론을 주장한 '종의 기원'(1859)이 나온 지 160년이 넘은 현재, 다윈의 진화론은 이제 과학적 상식이 되었으니까 말이다.

"지구상 생물은 모두 베끼고 훔치면서 진화한 모방자다"
세계적인 고생물학자이자 시카고대 생명과학과 석좌교수인 닐 슈빈이 쓴 '자연은 어떻게 발명하는가'(부키)는 40억 년에 달하는 생명의 진화사를 다룬 야심만만한 책이다.

단세포에서 복잡한 다세포로 발달하는 생물의 도도한 여정이 담긴 이 책을 거칠게 요약하자면 팔다리, 날개와 깃털, 지느러미, 커다란 뇌와 뛰어난 인지 능력 등 생명의 진화를 이끈 혁신과 발명이 실은 수십억 년 동안 생물들이 베끼고 훔치고 변형한 결과라는 것이다.

이런 아이디어의 선구자는 프랑스 의사 펠릭스 비크다지르(1748~1794)였다.

그는 인간의 팔다리를 해부하면서 팔과 다리는 기본적으로 "서로의 사본(寫本)"임을 깨달았다.

팔과 다리의 골격은 '하나의 뼈-두 개의 뼈-여러 개의 뼈-손 발가락'이라는 비슷한 배열을 이루고 있었기 때문이다.

영국의 해부학자 리처드 오언(1804~1892)이 펠릭스의 발상을 이어받았다.

그는 사지뿐 아니라 인간의 온몸, 모든 동물의 골격으로 그의 아이디어를 확장했다.

오언은 갈비뼈, 척추뼈, 팔다리뼈는 형태, 크기, 체내 위치에 사소한 차이가 있을 뿐 전반적으로 설계가 비슷해서 서로의 변형된 사본처럼 보인다고 주장했다.

황당한 가설에 불과했던 비크다지르와 오언의 주장은 유전학이 발달하면서 설득력을 얻었다.

나아가 시각, 후각, 호흡, 단백질 생성 등 생명을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한 기능을 담당하는 유전자 모두가 복제됐다는 사실까지 밝혀졌다.

"지구상 생물은 모두 베끼고 훔치면서 진화한 모방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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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학이 발달하면서 학자들은 찾기 어려운 화석을 연구하기보다는 좀 더 손쉽게 표본을 구할 수 있고 정확도가 높은 유전학 연구에 더욱 매진했다.

그 결과, 바이러스가 체내에 침입했다가 게놈(한 생물이 가지는 모든 유전 정보)의 일부가 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때 기존 게놈과 바이러스 사이에 벌어지는 치열한 전투는 우리의 기억과 인지 능력의 향상을 가져온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저자는 "우리 게놈에서 10%는 태곳적 바이러스가 차지하고, 60% 이상은 폭주하는 점핑 유전자(염색체 내의 한 위치에서 다른 위치로 움직일 수 있는 DNA 서열)가 만들어낸 반복 서열이 차지한다.

우리 자신의 유전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2%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유전자 기술이 발전할수록 모든 생물이 공통의 조상을 갖는다는 다윈의 통찰은 진실에 가까워지고 있다.

저자가 주장하듯 인간의 기원은 조류에서, 파충류에서, 양서류에서, 물고기에서, 그리고 물속 어디엔가 있는 저 단세포 생물에서 시작됐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 지구상의 생물들은 원시 시대부터 "세포들과 유전자가 합병하고 끊임없이 중복되고 전용하면서" 발전해왔을 것이다.

엄밀한 과학사를 다룬 이 책은 "우리가 지구상의 나머지 생명체와 연결되어 있다"고 말한다.

김명주 옮김. 356쪽. 1만8천원.
"지구상 생물은 모두 베끼고 훔치면서 진화한 모방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