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영호남 훑고 한국거래소 찾아 민생경제 행보 부각
'97' 주자들, 26일 토론회·호프미팅으로 단일화 불씨 이어갈까
더불어민주당 8·28 전당대회 예비경선(컷오프)이 사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이재명 상임고문은 이른바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으로 불리는 대세론 굳히기에 들어갔다.

지난 주말 2박3일 일정으로 영·호남 8개 지역을 방문하는 강행군을 펼친 이 고문은 25일에는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를 방문해 자본시장 점검 간담회를 가졌다.

이 후보는 간담회에서 "경제, 민생의 위기는 결국 양극화와 불평등으로부터 오는 측면이 강하다"라며 "위기가 있으면 그것을 극복하는 게 정치의 역할인데 우리 정부의 정책은 반대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의 초대기업 감세 정책, 서민 지원 축소 등을 비판하며 소액 투자자들을 위한 공매도 한시적 금지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윤석열 정부의 경제 정책을 비판하며 유력 당권주자로의 면모를 부각하는 한편으로 경제에 강한 유능한 야당 대표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컷오프를 앞두고 전당대회가 달아오르면서 후보 간 비방이 격화되고 있지만, 이 후보는 '네거티브'에는 최대한 반응하지 않고 민생 경제에 방점을 찍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 고문 측 관계자는 "전당대회가 후보 간 비방이 가열되면서 정쟁 이슈로 흘러가고 있다"며 "이 고문은 그럴 때일수록 정쟁 이슈에는 '로우키'를 유지하면서 민생 경제 관련된 행보를 보여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 고문의 대세론이 입증된 만큼 이 고문 측은 컷오프 전까지는 중앙위원 막판 설득전에 집중하며 최대한 조용한 행보를 이어나간단 방침이다.

이날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발표한 민주당 차기 당 대표 지지도 여론조사에서도 이 고문은 42.7%로 다른 후보들을 크게 앞섰다.

KSOI가 22~23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에서 이 고문 지지도는 42.7%로, 2위를 차지한 박용진 의원(14.0%)을 3배 격차로 따돌렸다.

이어 박주민 의원(4.7%), 설훈 의원(4.2%) 순이었다.

사실상 컷오프 통과가 '상수'인 이 고문을 제외한 본선행 티켓 2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나머지 주자들은 마지막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97그룹(90년대 학번·70년대생) 의원들을 비롯한 당권주자들은 이날도 당락을 좌우할 중앙위원들의 표심을 공략하는 데 집중했다.

컷오프 직전 막판 변수로 등장하는 듯 보였던 후보 간 단일화 논의는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모양새다.

강병원 의원이 '컷오프 전 단일화 약속' 운을 띄웠지만, 박용진 의원을 제외한 다른 의원들이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면서다.

강훈식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어대명, 단일화 홍수 속 꾸준히 비전 경쟁을 시도하고 있다"며 '무공천 원칙 법제화' 혁신안을 내놨다.

단일화 논의를 에둘러 비판한 셈이다.

단일화에 호응했던 박용진 의원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단일화 관련 질문에 "지금 당장 시간에 매여서 진행할 일은 아니다"라며 한 발 뒤로 물러섰다.

당권 주자인 김민석 의원은 통화에서 "누가 (본선에) 올라갈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단일화를 한다는 게 의미가 없다"며 인위적 단일화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본선에) 올라가면 당연히 단일화가 돼야 할 텐데 굳이 지금 이야기할 필요가 없다"며 "벌써부터 이야기하면 그저 '반명(반이재명)'으로만 비친다"고 우려했다.

다만 97그룹 주자들이 오는 26일 방송 토론회에 이어 '호프 미팅'을 가지는 등 단일화 불씨는 아직 살아 있는 상황이다.

이 자리에서 단일화 논의에 불이 붙을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은 이날 예비경선에 참여할 중앙위원 선거인단을 최종 383명으로 확정했다.

예비경선 결과는 중앙위원 투표(70%), 일반 국민 여론조사(30%) 결과를 합산해 오는 28일 발표된다.

기사에 인용된 KSOI 조사는 무선 ARS 100% 자동응답 방식으로 실시됐고, 응답률은 6.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