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완용 키우다가 싫증나면 유기…토종생물·물고기 씨 말려

볼록하게 튀어나온 등딱지와 늑대처럼 길게 늘어진 꼬리.
캐나다와 에콰도르 등 아메리카 대륙에서 건너온 늑대거북은 독특한 생김새 때문에 파충류 애호가들로부터 사랑받는 애완동물이다.

도심습지·국립공원까지 점령한 외래생물…자연생태계 시름
새끼 때는 아담하지만 성체가 되면 등껍질만 최대 50㎝에 달할 정도로 거대해져 호수나 주택가 하천 등에 유기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 거북은 어류, 조류, 소형포유류, 양서류 등을 닥치는 대로 먹어 치우고 천적도 없어 자연에 풀려나는 순간 생태계 무법자가 된다.

다른 동물의 목을 물어 영역을 지킬 정도로 공격성과 포식성이 강한 데다 수명도 30년에 달해 환경부가 22일 생태계교란생물로 지정했다.

이런 늑대거북 1마리가 지난 1일 청주시 서원구 성화동 아파트단지 내 연못(660㎡)에서 발견됐다.

도심습지·국립공원까지 점령한 외래생물…자연생태계 시름
시는 지난 18일 이 늑대거북을 포획하기 위해 연못 물을 뺐다.

그러나 정작 늑대거북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또 다른 생태계 교란종인 붉은귀거북 2마리와 리버쿠터(청거북) 3마리가 붙잡혔다.

생활 주변에 알게 모르게 생계교란생물이 수두룩하다는 반증이다.

시 관계자는 "통발을 설치해 늑대거북 포획에 나서고 있으나 쉽사리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애완용으로 수입된 외래생물이 집 밖에 마구 버려지면서 자연 생태계에 심각한 위협을 주고 있다.

작년 4월에는 청주 서원구 산남동 두꺼비생태공원에서 생태계 교란종인 미국가재 30여 마리와 중국줄무늬목거북이 무더기로 발견된 바 있다.

도심습지·국립공원까지 점령한 외래생물…자연생태계 시름
비교적 생태계가 잘 보존된 국립공원도 예외는 아니다.

속리산국립공원의 경우 대만꽃사슴이 떼지어 몰려다니며 토종식물을 먹어 치워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 꽃사슴은 1970년대 녹용 채취 목적으로 대만에서 들여왔다.

사육 과정에서 농장을 탈출하거나 방생 등을 통해 자연에 풀려난 개체들이 속리산에 정착한 것으로 보인다.

국립공원공단 측은 2010년부터 꽃사슴 포획에 나서 작년까지 모두 173마리를 붙잡았다.

속리산사무소 관계자는 "번식 속도가 무척 빨라 포획해도 개체 수가 늘어난다"며 "서식지와 이동경로 파악을 위해 지난달 무인센터 카메라 10여 대를 설치했으며, 포획작업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심습지·국립공원까지 점령한 외래생물…자연생태계 시름
속리산 삼가저수지에는 생태계 교란생물인 큰입배스가 터줏대감 노릇을 한다.

이로 인해 붕어, 잉어 등 토착 어류 씨가 마르자 국립공원공단 측은 낚시대회를 열고 배스 수매사업까지 벌이는 등 퇴치에 안간힘을 쏟는 중이다.

이곳뿐만 아니라 충주호·대청호 등도 큰입배스와 블루길이 수중생태계를 장악한 지 오래다.

충북도는 2019년부터 작년까지 외래종 물고기 퇴치를 통해 큰입배스와 블루길 11.9t을 제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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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명식 한국생태계교란어종퇴치관리협회 총괄팀장은 "배스나 블루길은 이미 저수지 등에 너무 많이 퍼져 있어 반복되는 퇴치에도 개체수가 불어나는 추세"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과거 자원용으로 수입된 경우도 있지만 최근 문제가 되는 생태계교란생물 대부분은 애완용으로 키우다가 버려진 경우"라며 "외래종 동식물을 함부로 버리면 소중한 우리 생태계가 위협받는다는 점을 반드시 인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생태계교란생물은 학술연구나 전시 등의 목적으로 지방(유역)환경청 허가를 받은 때를 빼고는 수입·사육·양도·양수가 금지된다.

이를 위반하면 2년 이하 징역이나 2천만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