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업무보고…"자유민주주의 가치 기반 동아시아 외교"
외교부 "한일정상 셔틀외교 복원 목표…현안해법 조속마련"
정부가 10년 이상 단절됐던 일본과의 정상 셔틀외교를 복원한다는 목표를 갖고 한일 간 현안 해법을 조속히 찾겠다고 밝혔다.

한미 간에 핵심분야 경제안보 채널을 강화하는 동시에 중국과는 다음 달 한중 외교장관회담을 비롯해 고위급 전략 소통을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21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이런 내용 등을 담은 주요 국가들과의 관계발전 추진 전략을 보고했다.

외교부는 주변 4강 외교 과제를 '자유민주주의 가치와 공동이익에 기반한 동아시아 외교 전개'로 규정하고, 자유·민주·인권·법치의 '보편가치 국제 연대'를 선도하겠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하반기 정상외교 추진 전략도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 박진, 방일 결과 보고…"내달 해결방안 모색 의미있는 진전 노력"
특히 박 장관은 지난 18~20일 취임 후 처음으로 일본을 방문한 결과를 윤 대통령에게 상세히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는 향후 한일 간 정상 셔틀외교 복원을 목표로 과거사 문제의 합리적 해결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방향을 밝혔다.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기자들과 만나 "진정한 한일 관계의 발전을 위해서 지난 10년 이상 단절되어 온 정상급 셔틀외교의 복원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를 위해 고위급·실무급 소통을 가속화하면서 양국 간 당면 현안을 합리적으로, 가능한 조속히 해결하고 상호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해 나가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한일 정상이 상대국을 오가며 소통하는 셔틀외교는 2011년 12월 당시 이명박 대통령과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의 교토(京都) 회담을 마지막으로 사실상 중단됐다.

이후 한일 정상의 만남은 다자회의를 계기로 주로 이뤄졌다.

정상 셔틀외교가 복원되려면 강제징용 배상 문제를 비롯한 한일 간 현안에서 진전을 통해 어느 정도 여건이 조성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정상급의 외교가 한일관계를 완성하는 단계일 수도 있고 중간에 어떤 전환점이 될 수도 있는데 미리 예단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최대 현안인 강제징용 배상 문제 해법을 찾기 위해 이달 두 차례 민관협의회를 했고 적어도 내달 초중순에 다음 회의를 여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다.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합리적인 과거사 해결 방안이 어느 정도 수준을 말하느냐는 질문에는 "최대한 많은 당사자의 공감과 수용을 받아낼 수 있다면 그게 합리적이지 않을까 싶다"고 답했다.

일각에서는 8·15 광복절 즈음을 정부가 강제징용 배상 해법을 구체화할 중요 계기로 삼으려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당국자는 "수렴된 의견을 가지고 정부가 나름대로 해결 방안을 모색해 제시해야 할 것이고 그 시점도 고민 중"이라며 "8·15도 있고 8월이 한일관계에 중요한 달이어서 우리 내부에서 우선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데 있어 의미 있는 진전을 이뤄보려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中과 외교장관·차관·안보실장 채널 가동…"고위급 관여 지속"
중국과는 '보편적 가치·규범에 입각한 관계발전'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하며 고위급 소통과 실질협력 확대 등을 통해 상생 발전을 도모하겠다고 보고했다.

일단 한중수교 30주년(8월 24일)을 맞는 다음 달에 박진 장관이 취임 후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하고 외교장관 간 소통을 정례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코로나19로 대면 협의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외교장관급의 직접 방문을 추진한다는 것 자체가 한중 간에 고위급에서 외교적 관여를 계속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더해 김성한 국가안보실장과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 간 전략대화, 외교차관 전략대화, 외교·국방당국 '2+2' 차관급 대화 등을 가동하겠다는 방침도 보고됐다.

이중 외교·국방당국 2+2 대화는 2015년 이후 개최되지 않았는데 양국은 국장급이던 수석대표의 급을 다음 회의부터 차관급으로 격상하는 데 공감한 상태다.

한중 차관급 채널 가동은 박진 장관의 방중 이후로 조율될 것으로 보인다.

한미관계에서는 양국이 동맹 70주년을 맞이하는 내년에 동맹의 '업그레이드된 미래'를 함께 설계하고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도약할 전략 등을 보고했다.

외교부는 미국과 군사안보, 경제·기술협력을 아우르는 고위급 전략협의를 활성화하겠다고 밝혔는데 특히 핵심분야 경제안보 채널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달 7일 출범한 대통령실과 백악관 간 경제안보대화뿐 아니라 외교·산업당국 2+2 경제안보 협의체 등 전략 협의 채널을 확대·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신(新)경제질서 구축을 주도하겠다며 "인태경제프레임워크(IPEF) 협상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G20·APEC 등 다자플랫폼 내 국제 현안 및 규범 논의에 적극 동참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정부는 미국이 추진 중인 한국·대만·일본과의 반도체 공급망 협력 구상인 이른바 '칩 4 동맹'(영어 약칭은 Fab 4)에 참여할지 머지않아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쉬운 결정은 아닐 것"이라면서도 "무한정 시간을 끌 수 있는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관련 부처에서 진지하게 허심탄회한 논의를 거쳐 결정하는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아울러 외교부는 연내 한국의 독자적 인도태평양(인태) 전략을 수립할 계획이다.

외교부는 "가치·규범 및 상호이익에 기반한 자체적 인태전략을 수립해 지역협력 수준의 기존 지역 전략들을 거시적 틀에서 관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