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창구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사진은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창구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금리 인상기를 맞아 예·적금 금리가 빠르게 오르면서 시중 자금이 주식 등 위험자산에서 안전자산으로 이동하는 '역(逆)머니무브'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과거 우대금리 조건이 까다롭더라도 무조건 금리가 높은 수신상품으로 수요가 쏠렸다면 이제는 금리 인상기에 목돈을 굴리기 적합한 상품이 주목받고 있다. 단기간 맡겨도 이자를 주는 '파킹통장'과 적용 금리가 주기적으로 반영되는 '회전식 정기예금'이 대표적이다.

2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평균 광의 통화량(M2 기준)은 3686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달 대비 29조8000억원(0.8%) 급증한 수치다. 월간 기준으로 지난해 11월(45조6000억원) 이후 최대폭으로 늘었다.

M2는 현금, 요구불예금, 수시입출금식 예금, 2년 미만 정기 예·적금 등 단기 금융상품을 포함한 넓은 의미의 통화지표를 말한다. 한국은행의 잇따른 기준금리 인상 결정으로 예·적금 금리가 상승하는 가운데 부동산·주식·암호화폐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시중 부동자금이 은행으로 돌아가는 역머니무브 현상이 대두된 결과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최근엔 시장 상황에 따라 빠르게 투자 전략을 변형하는 데 활용할 수 있는 예금 상품이 각광받고 있다. 특히 MZ세대(밀레니얼+Z세대)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상품은 파킹통장이다. 파킹통장은 차를 잠시 주차하는 것처럼 돈을 하루만 맡겨도 이자를 받을 수 있는 수시입출금식 저축성예금(MMDA)을 뜻한다. 돈을 오래 묵혀두고 싶지 않고 필요할 때 언제나 쉽게 돈을 뺄 수 있으면서도 정기예금이나 적금 수준의 이자를 얻길 원하는 이들에게 적합하다.

OK저축은행은 이달 초부터 수시입출식 파킹통장 상품인 'OK읏통장'의 최고 금리를 연 3.2%로 인상했다. 최고 연 3.2% 금리는 현재 판매 중인 저축은행 파킹통장 금리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어떠한 조건 없이 받을 수 있는 기본금리는 연 3%이며, 우대금리 조건 또한 자신의 계좌에 대해 다른 시중은행 앱에서 오픈뱅킹 동의 절차만 거치면 되기 때문에 충족하기 쉬운 편이다. 최고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는 예치액 상한은 1000만원이다. 이를 넘어가는 금액부터는 기본 연 0.8%, 최고 연 1%의 금리가 적용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웰컴저축은행 '웰컴 직장인사랑 보통예금'은 최고 연 3% 금리를 제공한다. 기본금리 연 1.5%에 우대금리 조건 충족 시 최대 연 1.5%포인트를 더하는 식이다. 우대금리는 △100만원 이상 급여 이체 시 △자동이체(CMS) 또는 지로 자동 납부 시 △개인정보 수집 이용(마케팅 이용목적 등) 및 멤버십 가입 이용 동의 시 0.5%포인트씩 각각 주어진다. 모든 우대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는 예치액 상한은 5000만원이며, 초과분에 대해선 우대금리가 0.5%포인트로 제한된다. SBI저축은행의 보통예금상품 '사이다뱅크'는 우대조건 없이 누구에게나 예치금 1억원까지 연 2.2%의 금리를 적용한다.

상당 기간 금리 인상기가 이어질 것이 예상되면서 적용 금리가 주기적으로 변동되는 '회전식 정기예금'에 대한 수요도 늘고 있다. 회전식 정기예금은 가입 기간에 실세금리를 연동함으로써 1개월, 3개월 등 일정한 주기로 금리를 변경해주는 상품이다. 회전식 정기예금은 일반 정기 예·적금 상품처럼 만기까지 가입 시 금리가 동일 적용되지 않고, 오른 금리가 때에 맞춰 자동으로 반영돼 금리 인상기에 이자를 늘리는 방법으로 활용하기 좋다. 만기에 상관없이 회전 기간 단위로 해지가 자유로운 편이며, 주기가 돌아올 때 이자를 원금에 더하면 복리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상상인저축은행은 최근 회전식 정기예금 상품의 금리를 인상해 최고 연 3.41%를 제공하고 있다. 상상인저축은행 회전식 정기예금은 가입 후 매 12개월 주기로 약정 이율이 변동된다. 가입 기간은 24~60개월 중 1년 단위로 선택할 수 있다. 가입 가능 금액은 10만원 이상이다. 페퍼저축은행도 이달 비대면 회전식 정기예금 금리 인상을 단행해 최고 연 3.60% 이자를 적용하고 있다. 약정 이율 변동 주기는 12개월이며, 단리식(매월 이자 지급)과 복리식(회전 주기 지급) 중 상품을 선택할 수 있다.

시중은행들도 다수의 회전식 정기예금을 판매하고 있다. NH농협은행 'NH왈츠회전예금Ⅱ'는 월 단위로 회전주기를 선택할 수 있는 상품이다. 가입 가능 금액은 300만원 이상으로 1년 이상 3년까지 가입할 수 있다. 기본금리는 회전주기 12개월 선택 시 연 3.15%를 적용받는다. 전월 기준 50만원 이상 농협은행 급여 이체 실적이 있는 경우 우대금리 0.1%포인트가 주어진다. 계약 기간 내 연속으로 3회전 이상 회전 기간을 유지하는 계좌에 대해서도 4회전 기간부터 0.1%포인트 우대금리가 제공된다.

KB국민은행 '국민수퍼정기예금'은 가입자가 이율, 이자 지급, 만기일 등을 직접 설계해 저축할 수 있는 다기능 맞춤식 정기예금이다. 고정금리형이 아닌 단위 기간 금리연동형으로 가입하게 되면 1~6개월 월 단위 또는 30~181일 하루 단위로 이율이 변경된다. 가입 가능 금액은 100만원 이상이며 기본금리는 12개월 선택하면 연 2.30%를 적용받는다. 최고 금리는 같은 기간 기준 연 2.40%다. 신한은행 'Tops 회전 정기예금'은 회전주기를 1, 2, 3, 4, 6, 12개월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가입 가능 금액은 300만원 이상이며 기본금리는 12개월 기준 연 2.30%다.

하나은행 '3·6·9 정기예금'은 기본 형태가 1년 만기 정기예금인 상품이다. 다만 3개월마다 높은 금리로 갈아탈 수 있어 활용도가 높다. 가입 가능 금액은 300만원 이상이며, 기본금리는 12개월 기준 연 2.80%다. 우리은행 '두루두루 정기예금'은 1년 이상 연 단위로 가입할 수 있다. 회전주기는 1, 2, 3, 6개월이다. 이 상품의 특징은 5000만원 이상 돈을 맡겨두면 더 높은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는 것이다. 회전주기로 6개월을 선택했을 때 5000만원 미만 가입자는 연 1.50%, 5000만원 이상 가입자는 연 1.60% 금리를 적용받는 식이다.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예고된 때인 만큼 만기를 최대한 짧게 설정하거나 적용 금리가 주기적으로 반영되는 예금을 두면서 시장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는 것이 현재로선 가장 현명한 투자 방법이란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리상승기에는 만기가 짧은 예금을 들어놓고 차후 높은 이자를 노릴 수 있는 투자 타이밍을 기다리는 것이 필요하다"며 "당분간 파킹통장, 회전식 정기예금 등으로 시중 자금이 이동하는 움직임은 더욱 두드러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