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케스트라 드림팀' 14개국 80여명 클래식 향연
평창대관령음악제는 2018년 여름 축제에서 프로젝트 악단인 평창페스티벌오케스트라 ‘고잉홈(going home)’을 결성했다. 그해 예술감독으로 취임한 피아니스트 손열음의 주도로 해외 유명 오케스트라에서 악장·수석·단원으로 활동하는 한국인 연주자들이 모여들었다.

플루티스트 조성현과 첼리스트 김두민, 호르니스트 김홍박이 처음 호흡을 맞춘 것도 이때였다. 이들은 1년에 한 차례 연주하고 끝나는 게 아쉬웠다. 보다 자주 만나 다양한 레퍼토리를 연주하며 음악 비전을 나누는 길을 모색했다. 오보이스트 함경, 클라리네트스트 조인혁, 바수니스트 유성권 등 고잉홈 멤버도 힘을 보탰다. 이들의 노력은 지난해 말 비영리 사단법인 ‘고잉홈프로젝트’ 창설로 이어졌다.

고잉홈프로젝트가 오는 30일~다음달 4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더 고잉홈 위크’란 타이틀로 창단 이후 첫 음악제를 연다. 독일 프랑스 미국 등 14개국 50개 교향악단의 전·현직 연주자 80여 명이 참가해 엿새간 오케스트라·실내악 연주를 펼치는 대형 프로젝트다.

참가자 면면을 보면 드림팀으로 불린 ‘2018 고잉홈’ 못지않다. 서울시향 악장을 지낸 스베틀린 루세브와 프랑크푸르트 방송교향악단 악장 플로린 일리에스쿠,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 제2 악장 조윤진 등이 현악 파트를 이끈다. 트럼페티스트 알렉상드르 바티(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와 플루니스트 한여진(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올해 서독일방송교향악단 수석으로 발탁된 호르니스트 유해리 등이 관악주자로 참여한다. ‘이 시대 최고의 하피스트’로 꼽히는 시반 마겐과 손열음도 오케스트라 연주자로 무대에 오른다. 바이올리니스트로 연주에 참여하는 박지훈 고잉홈프로젝트 사무국장은 “한국을 ‘제2의 고향’처럼 여기는 친한파 아티스트가 대거 참여하면서 악단 규모가 커졌다”고 말했다.

연주 프로그램은 다채롭고 파격적이다. 30·31일 공연에서 쇼스타코비치의 피아노협주곡 1번(손열음 협연)과 스트라빈스키의 발레곡 ‘봄의 제전’을 지휘자 없이 연주한다. 대규모 관현악곡인 ‘봄의 제전’을 지휘 없이 연주하는 것은 국내에서 전례를 찾기 힘들다. 박지훈 국장은 “해외에서는 프랑스 악단 레 디소낭스 등이 지휘 없이 연주한 선례가 있다”며 “처음에는 엄두를 못냈지만 국내에서도 이런 대곡을 연주자들만의 호흡과 역량으로 연주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자고 의견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볼레로: 갈라’ 공연(2일)의 프로그램 구성도 독특하다. 조성현, 함경, 유성권, 김두민, 김홍박 등 14명의 연주자가 각각 솔리스트로 협연곡을 연주한 뒤 이들을 포함한 약 80명의 연주자가 다 함께 마지막 곡으로 라벨의 ‘볼레로’(지휘 브누아 윌만)를 연주한다. 4일에는 스페인 출신 거장 후안호 메나의 지휘로 브루크너의 교향곡 6번을 연주하며 엿새간의 음악 향연을 마무리한다.

송태형 문화선임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