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단체 여성 회원들 상대로 추행·성폭행 시도" 폭로
친고죄 폐지로 성범죄 수사 가능, "피해 사실 파악 한계"
유명 프로파일러 성범죄 의혹…경찰은 왜 수사 미적대나
전북경찰청 소속 유명 프로파일러가 여성 제자들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의혹이 제기됐는데도, 경찰이 수사에 나서지 않는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수년 전 성범죄에 대한 친고죄가 폐지돼 피해자의 고소 없이도 수사가 가능하지만, 경찰은 구체적 피해 사실을 확인해야 한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19일 전북경찰청 등에 따르면 프로파일러인 A경위는 소속 기관의 허가 없이 민간 학술단체를 운영한 의혹으로 감찰 조사를 받고 있다.

법 최면 수사 전문가로 방송 등에 나와 이름을 알린 그는 자신의 교육과정을 들은 회원들에게 '임상 최면사' 자격증 발급을 빌미로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는다.

국가공무원법은 공무원 신분으로 허가받지 않은 영리 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경찰은 A경위의 행위가 자격기본법 위반에도 해당한다고 보고 감찰과 별개로 법리검토와 수사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경찰은 이번 사건에서 함께 불거진 A경위의 성범죄 의혹에 대해서는 수사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학술단체 회원인 한 피해자는 최근 언론에 나와 A경위가 여러 여성 회원을 상대로 부적절한 신체접촉을 했다고 폭로했다.

이 피해자는 A경위가 경찰관 신분으로 성희롱과 성추행은 물론이고, 성폭행까지 저지르려 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피해자들이 겪은 구체적 상황을 어렵게 털어놓기도 했다.

이번에 불거진 A경위의 강제추행이나 성폭행 등 성범죄 의혹은 2013년 친고죄 폐지에 따라 피해자의 고소 없이도 수사가 가능한 사안이다.

합의 등을 통해 피해자 처벌 의사가 없더라도 제삼자의 고발이나 수사기관 자체 인지(認知)로도 사건을 수사할 수 있다.

경찰이 통상 범죄 첩보나 언론 보도 등을 인지로 간주하고 수사했던 관행에 비춰볼 때 아직도 성범죄를 수사하지 않는 데 의문이 남는 이유다.

전북경찰청은 피해 사실을 확인하는 데 물리적 한계가 있었다며 '제 식구 감싸기' 의혹을 일축했다.

전북경찰청 관계자는 "피해자 측에서 (A경위가 몸담은) 전북경찰청을 믿지 못하겠다고 한다"며 "여러 번 연락하려고 시도했는데 일절 말을 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피해 사실을 구체적으로 확인해야 하는데 피해자 측이 검찰이나 본청에 고소장을 낸다고 해서 기다리고 있다"며 "현재 입건 전 조사 중이며, 절대 가해자를 옹호하거나 봐주기식 수사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전북경찰청은 최근 여러 의혹이 불거진 A경위가 업무를 더 수행하는 게 어렵다고 보고 직무 고발과 함께 직위해제 조처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