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이 접혀있는 피부가 근육과 결합해 바나나와 같은 으깨지기 쉬운 과일을 섬세하게 쥐기도 하고 강한 힘으로 질긴 나무줄기를 갈가리 찢기도 한다는 것이다.
미국 조지아공과대학 연구팀은 코끼리가 코를 펼칠 때 코의 윗부분 주름이 아랫부분 주름보다 더 큰 폭으로 움직이며 섬세한 동작을 가능하게 해 준다는 점을 확인한 연구 결과를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했다.
이런 원리는 유연한 소재를 활용하여 인간 생활에 필요한 로봇을 만드는 소프트 로봇 공학에 응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연구팀은 애틀랜타 동물원의 아프리카코끼리 두 마리가 사과 등의 먹이를 쥐기 위해 코를 뻗치는 장면을 고속촬영해 분석했다.
인간이 뼈 없이 근육으로 채워진 조직인 혀를 내밀 때 균일하게 확장하는 것처럼 코끼리 코도 똑같이 움직일 것으로 예상했지만 결과는 달랐다.
먹이를 쥐기 위해 코를 10% 이상 펼칠 때부터 코의 위와 아래 주름이 늘어나는 폭에 차이가 생기기 시작했으며, 해부된 조직의 탄성률을 분석한 결과 윗부분이 15%가량 더 유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코끼리 코의 생체역학에 관한 연구가 많지 않아 해부된 조직을 확인할 때 1908년에 작성된 그림을 활용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여름 코끼리 코의 근육 움직임을 분석한 연구 결과에 이어 피부의 비밀을 밝혀낸 연구팀은 "코의 유연한 주름은 혁신"이라면서 "주름진 피부는 코의 등 부위를 보호하고, 물건을 쥘 때 가장 흔하게 이뤄지는 행동인 코를 아래로 뻗는 것을 용이하게 해준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또 코끼리 코가 뼈 없이 근육으로 채워진 오징어나 문어의 촉수 조직과는 다르다는 점도 확인했다.
오징어나 문어의 촉수가 균일하게 확장하는 것과 달리 코끼리 코는 우산처럼 코끝이 먼저 늘어나고 점차 위쪽으로 확장이 이어진다는 것이다.
논문 제1 저자인 조지아공대 기계공학 박사과정 대학원생 앤드루 슐츠는 "코끼리는 인간처럼 게으른 편"이라면서 "코끝의 근육은 1ℓ, 입 주변은 11∼15ℓ에 달해 움직이기 쉬운 쪽부터 가동하느라 코끝이 먼저 늘어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생물학을 응용한 소프트 로봇공학은 근육 움직임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데, 근육으로 채워진 코끼리 코처럼 보호 피부로 둘러싼다면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