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인사 대면교류 재개 물꼬…당장 현안 진전은 쉽지 않을듯
'외교통 정치인·케네디스쿨 동문' 한일 외교수장 케미도 주목
4년7개월만 韓외교장관 방일…한일관계 복원 모멘텀 만들까
박진 외교부 장관이 한국 외교장관으로는 4년 7개월 만에 일본 양자 방문에 나서면서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모멘텀이 만들어질지 주목된다.

박 장관은 오는 18일부터 20일까지 사흘간 취임 후 처음으로 일본을 공식 방문한다.

방일 첫날인 18일 오후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과 회담을 하고 업무 만찬(working dinner)도 할 예정이다.

한국 외교부 장관이 다자회의 참석이 아니라 상대국 방문만을 목적으로 일본을 찾는 것은 2017년 12월 강경화 당시 외교장관 이후 처음이다.

외교장관의 상대국 방문은 통상 외교관계에서 상당히 무게감 있는 이벤트로 여겨진다.

한국 외교장관의 방일이 그동안 성사되지 못했던 것은 2018년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 이후 한일관계가 급격히 악화한 상황과 떼어놓고 보기 어렵다.

코로나19로 대면 외교가 위축된 탓도 있겠지만 대법원 배상 판결과 이에 따른 일본의 보복성 수출규제,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문제 등 갈등 현안이 꼬리를 물며 양국 간의 신뢰가 크게 떨어졌다.

상대국 방문은커녕 다자회의를 계기로 한 외교장관 양자회담도 어렵게 성사되는 등 고위급 대화가 전반적으로 위축됐었다.

이런 배경에서 성사된 박 장관의 방일은 양국이 다시 고위인사 상호 교류를 재개하기 위한 발걸음을 뗀다는 의미가 있다.

물론 이번 방일을 통해 한일관계 현안, 특히 가장 민감한 쟁점인 강제징용 배상 문제에서 실질적인 진전이 있으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한국은 피해자 측 관계자, 학계·법조계·경제계 등 전문가, 전직 외교관 등이 참여한 민관협의회를 구성해 강제징용 배상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참가자들의 의견 청취에 집중하는 단계여서 해결안이 구체화하지 않았다.

대위변제를 하더라도 기금에 일본 피고 기업의 참여가 필수적이라는 피해자 측 입장과, 한국이 자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일본 입장의 간극도 아직 크다.

따라서 이번 방일은 당장 핵심 현안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기보다는 전반적으로 한일관계 복원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박 장관은 일본 방문 중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도 예방할 가능성이 높다.

하야시 외무상과 회담한 다음 날인 19일에 예방하는 일정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의 첫 정상회담 문제가 거론될 수 있다.

박 장관이 집권 자민당 주요 인사 등 일본 정계 지도자 등을 만나 한일관계와 관련한 폭넓은 대화를 할 가능성도 있다.

지난달 29일 재개된 김포~하네다 항공 노선 증편 등 비교적 풀기 쉬운 인적교류 문제부터 진전을 모색할 여지도 있다.

아울러 꽉 막힌 현안을 당장 돌파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외교적 묘를 발휘할 박 장관과 하야시 외무상의 개인 역량과 두 사람의 관계 형성이 중요할 수 있다.

박 장관이 취임 후 하야시 외무상과 정식 회담을 하는 것은 처음이다.

이와 관련해 외교가에서는 다양한 개인적 공통점을 지닌 한일 외교수장이 어떤 '케미스트리'를 발휘할 수 있을지에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박 장관과 하야시 외무상은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동문이다.

박 장관이 1985년, 하야시 외무상이 1994년 케네디스쿨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하야시 외무상은 참의원 외교방위위원장, 박 장관은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위원장을 지내는 등 외교안보에 전문성을 지닌 중진 정치인 출신으로 외교장관이 됐다는 공통분모도 있다.

하야시 외무상은 박 장관이 후보자 신분이던 지난 5월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 참석차 방한했을 때 박 장관에게 하모니카를 선물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이 모두 음악 애호가라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