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회계 리스크에 고육지책…"대기업 감사, 대형 회계법인이 전담"

앞으로 자산 2조원 이상 대기업은 감사품질이 가장 높은 대형 회계법인이 지정감사를 수행하고, 회계부정 위험이 큰 기업은 중견 회계법인으로 하향 재지정하는 하지 못하도록 규정 개정이 이뤄질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각 상장사에 감사품질과 역량에 맞는 감사인 지정이 이뤄지도록 이같은 내용을 포함한 '외부감사 및 회계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추진한다고 17일 밝혔다.

국내 상장기업은 지난 2017년 회계개혁의 일환으로 시행한 감사인 지정제도에 따라 지난해 기준 1,256개사, 전체 상장사중 약 54%가 감사인을 지정하고 있다. 그러나 과도한 감사인 지정으로 기업들의 부담이 늘고, 중견 회계법인에 감사 업무가 쏠리는 등 부작용이 지적돼 왔다.

중견회계법인은 국내 회계사 인력 가운데 33%를 보유하고 있으나, 감사인 지정 기업의 59%가 감사 지정을 해 감사역량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주요 대기업들은 중견 회계법인을 감사인으로 맞이할 경우 감사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는 부담을 호소해왔다.

이에 대해 금융위는 그동안 감사인 지정제도로 감사인의 독립성을 제고하는 성과가 있었으나, 기업의 부담이 증가하는 문제와 함께 회계법인 간 감사품질 경쟁을 저하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며 규정 개정 배경을 설명했다.

금융위는 이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앞으로 기업 규모에 따라 회계법인을 별도로 지정하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자산 2조원 이상 대기업은 감사품질관리 수준이 가장 높은 대형 회계법인에 지정 감사를 받도록 하고, 현재 5단계인 회계법인 분류는 인력과 손해배상능력 등에 따라 재분류해 감사 품질을 개선하기로 했다.

이번 개선안에 따라 자산 2조원 이상인 '가군' 지정대상 기업은 102개사로 나타났다. 나머지 자산 5천억~2조원(나군, 189개사), 자산 1천억~5천억원(다군, 744개사), 1천억원 미만(라군, 934개사) 등을 포함 지정대상 기업은 4개 등급으로 나뉘어 중견 회계법인의 감사를 받는다.

회계 부정 위험이 큰 지정대상 기업인 경우 감사인을 하향 재지정하지 못하도록 하고, 중견회계법인에 과도한 감사 업무가 몰리는 것을 방지하는 방안이 마련된다.

현재 감사인 지정을 신청한 회계법인은 모두 58개사로 이 가운데 상장사 등록 감사인은 가장 상위 등급(가군)인 삼일, 삼정, 한영, 안진 등 4대 회계법인을 비롯해 삼덕, 대주, 신한 등 나군 8개사, 삼도, 현대, 삼화 등 다군 18개사, 동아송강 등 라군 10개사가 등록되어 있다.

금융위는 이번 법 개정에 앞서 학계와 기업, 회계업계가 참여하는 '회계개혁 평가·개선 추진단'을 구성해 감사인 지정제도 전반에 대한 보완 사항을 검토할 예정이다. 이번 외부감사규정 개정안은 오는 9월 금융위 의결을 거쳐 10월부터 2023사업연도에 대한 감사인 지정에 적용될 전망이다.


김종학기자 jhkim@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