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신사동 PGB빌딩에서 15일 개막한 '아트쇼 레어 아이템'은 2주 동안 운영하는 팝업스토어 형식을 갖췄지만, 미술품 판매의 이면을 제시하는 전시회다.
을지로에서 대안공간을 운영하는 전시 기획자들로 구성된 센터코퍼레이션이 마련한 이 프로젝트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미술시장에서 격리되거나 배제됐던 작가 31명의 작품을 판매한다.
이들 대부분은 갤러리 전속 작가로 활동하지 않고 상업성과 거리가 먼 미술관 전시 위주로 작품 활동을 활발하게 펼치는 작가들이다.
박지민 기획자는 "상업 화랑과 미술관을 오가며 활동하는 작가도 일부 포함되지만, 설치나 영상처럼 작품의 판매보다는 작가의 세계관을 담는 작업을 하는 작가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작품을 팔아본 경험이 거의 없는 작가들은 이 프로젝트를 위해 상품성에 초점을 맞춘 작품들을 출품했다.
일례로 고재욱 작가는 현대인의 삶을 공유하는 온·오프라인 플랫폼을 만드는 작업을 주로 진행해왔지만, 이번에는 모더니즘 회화의 특징을 담은 작품을 선보인다.
미국 뉴욕에서 활동하는 박유아 작가는 전공인 동양화 영역을 넘어 세라믹, 섬유 등 다양한 매체를 사용해 조각이나 멀티미디어, 설치, 퍼포먼스 등의 활동을 해왔다.
그는 이전 작품과는 전혀 다른 12간지 동물을 생동감 있게 구현해 화려한 색감의 족자에 담은 연작을 출품했다.
이 프로젝트는 수익이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출품작 가격은 300만 원이 기본이다.
박유아의 작품처럼 미술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과 큰 차이가 나거나 재료비가 많이 든 작품 등 300만 원 이상인 것도 있지만, 400만 원을 넘기지 않는다.
럭셔리 브랜드의 신발을 목탄으로 그린 연작을 출품한 구본정 작가는 그림 속 신발의 가격을 판매가로 설정했다.
기획에 참여한 김웅기 미술비평가는 "오늘날 구찌나 샤넬, 에르메스가 작품처럼 전시되고 수집의 표적이 되고 있다"며 이는 상품이 과거 예술품이 획득했던 가치를 대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예술품에서나 체험할 수 있다는 효용의 상당 부분을 상품이 채워주기 때문에 예술품은 더욱더 그 영역을 확장하는 양식 속에서만 존재할 수 있게 됐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그는 "의미와 이미지, 상징이 과잉으로 범람하는 시기에 미술의 행로는 오히려 이것들을 지우거나 비우는 방식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해볼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으로 이 프로젝트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상품보다 더 상품다운 작품을 퍼포먼스처럼 연출해서 전시를 시도했다"며 "미술관과 미술시장 사이의 장벽을 약간이라도 허물어보려는 시도이자, 예술화되려는 상품과 상품화되려는 예술품 사이의 간극을 새롭게 설정하려는 시도"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