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무역 '2세 경영' 본격화…CVC 세워 패션 벤처 키운다
성기학 영원무역 회장의 차녀 성래은 영원무역홀딩스 사장(43·사진)이 벤처기업 투자를 담당할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설립을 주도하는 등 경영 보폭을 넓히고 있다. 그가 신사업을 통해 경영 능력을 입증하면 영원무역의 ‘2세 경영 시대’가 본격화할 것이란 게 패션업계의 시각이다.

영원무역홀딩스는 CVC를 설립해 기존 비즈니스 연관 벤처기업에 대한 전략적 투자에 나선다고 13일 발표했다. 1호 펀드 규모는 850억원 수준이다.

영원무역홀딩스는 미국과 유럽, 동남아시아 등에 있는 스타트업을 발굴하기 위해 지난 3월 싱가포르에 영원무역홀딩스 벤처캐피털(YOH CVC)을 설립했다. 이 CVC는 영원무역홀딩스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영원무역홀딩스는 이 CVC를 통해 새로운 패션 브랜드를 발굴하고 친환경 소재와 자동화(오토메이션)에 강점이 있는 스타트업에 투자할 예정이다. 성 사장은 “주력 분야의 시장지배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벤처기업 투자로 미래 사업 기회를 물색해 빠르게 이뤄지는 산업 환경 변화에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CVC 설립에는 성 사장의 강한 의지가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패션산업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하는 만큼 새 사업을 처음부터 추진하기보다 역량 있는 신생기업에 투자하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웃도어 분야는 패션업종 내 다른 영역에 비해 역사가 비교적 짧은 축에 속한다. 이에 따라 이 분야 오너 2세들은 회사 경영에 전면적으로 나서기보다 조용하게 성과를 내는 경향을 보였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창업주가 활발하게 경영 일선을 누비고 있는 회사 가운데 2세들이 성과를 입증해야 할 시기에 직면한 곳이 상당수 있다”고 말했다.

성 사장은 미국 스탠퍼드대 사회학과를 졸업한 뒤 2002년 회사에 합류했다. 2016년부터 영원무역홀딩스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다만 아버지로부터 완전히 지분을 승계받지는 않았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영원무역홀딩스 지분율은 성기학 회장이 16.77%, 성래은 사장이 0.03%, 성 회장이 최대주주인 와이엠에스에이가 29.09% 등이다.

성 회장의 세 딸은 모두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첫째인 성시은 영원무역 이사(44)는 사회공헌활동을 전담한다. 셋째인 성가은 영원아웃도어 전무(41)는 노스페이스 등 내수 브랜드 전반을 총괄하고 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