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일정 낳는 '산파'도 말한다…"2연전 없애는 게 최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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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 일정, 프로그램 도움받아 직원 1명이 담당
"공정성과 흥행, 이동 거리까지 고려해서 짜야 해"
논란의 KBO 2연전, 이르면 내년 폐지 가닥 프로야구의 시작과 끝이라고 할 수 있는 정규시즌 144경기 일정은 한국야구위원회(KBO) 운영팀 손재웅(40) 과장의 손에서 나온다.
2019시즌부터 일정 편성을 시작해 올해로 4년째 일정을 짜는데, 한 시즌 10개 구단 전체 경기 수인 720경기를 이리저리 짜 맞추는 '720 피스' 퍼즐이나 다름없는 일이다.
퍼즐은 그림만 맞추면 되지만, KBO리그 일정은 공정성부터 흥행, 이동 거리까지 고려해야 할 변수가 한둘이 아니다.
이런 변수까지 모두 포함하면, 720조각짜리 퍼즐은 어느새 7천200조각, 7만2천 조각으로 늘어난다.
손 과장은 최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일정 메인 담당은 하고 있지만, 워낙 중요도가 높은 일이라 운영 본부장, 운영 부장 등 선배들의 조언을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대학에서 통계를 전공하지는 않았다고 밝힌 그는 "프로그램으로 일정을 짜서 관련 전공이 필요한 건 아니지만, 꼼꼼하게 일정들을 살펴보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 "일정 컴퓨터로 짜지만…4개월 매달려야 완성"
KBO 사무국이 일정 편성에 컴퓨터 프로그램을 도입한 건 10개 구단 체제가 시작된 2015년이다.
모든 일정을 컴퓨터가 짜는 건 아니다.
개막 8연전과 어린이날 대진 등은 KBO에서 흥행과 마케팅, 이동 거리를 고려해 미리 편성한다.
손 과장은 "개막 2연전은 2년 전 상위 팀이 홈 개최권을 갖고, 다음 주중 3연전까지 이동 거리를 줄이기 위해 홈 5연전을 치른다.
그다음 3연전은 홈 경기를 치르지 못한 팀들이 안방에서 경기를 연다.
어린이날은 격년제로 홈 경기를 치른다"고 설명했다.
원래 원정 6연전 이상은 안 짜지만, 남부 3개 팀(롯데, NC, KIA)은 이동 거리를 줄이기 위해 매년 수도권 원정 9연전을 편성한다.
이런 조건을 모두 맞춘 뒤에야 컴퓨터 프로그램을 돌리는 것이다.
손 과장은 프로그램이 내놓은 수백 개의 일정을 검토해 이동 거리와 흥행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균형 잡힌 일정을 찾아야 한다.
이 작업은 사막에서 바늘을 찾는 것과 비교할 정도로 집중력이 필요하면서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는 "8월부터 시작해서 4개월은 매달려야 일정이 완성된다"며 "그전에는 선배들이 컴퓨터 없이 하셨는데, 그거에 비교하면 훨씬 편해도 쉬운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우천 등으로 취소된 경기를 재편성하는 것도 손 과장의 몫인데, 이때는 프로그램의 힘을 빌릴 수 없고 직접 해야 한다.
작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취소 경기가 눈덩이처럼 늘어나 더욱 힘들었다고 한다.
손 과장은 "그때 선배들의 어려움을 짧게나마 체험했다"며 웃었다.
가장 어려운 건 모든 구단이 만족하는 일정을 내놓을 수 없다는 점이다.
그는 "같은 구단에서도 운영팀은 이동 거리가 짧은 일정을 좋아하고, 마케팅팀은 흥행을 최우선으로 본다.
그래도 구단들이 대체로 KBO가 발표한 일정을 이해해주는 편"이라고 했다.
◇ 2연전 없애는 게 최우선…이르면 내년부터 적용
프로야구 2연전은 벌써 수년째 현장에서 없애달라고 입을 모으고 있지만, 쉽게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 해묵은 문제다.
이번 시즌에도 홍원기 키움 히어로즈 감독이 "2연전은 선수와 팬들을 위해 바꿔야 한다"고 공론화했다.
한 시즌 팀당 144경기씩 치르는 KBO리그는 팀별로 16경기를 벌이는데, 양 팀이 3연전을 4번(12경기)씩 벌이면 4경기가 남는다.
현재는 공평하게 2경기씩 나눠서 치르는데, 올해는 8월 16일부터 9월 23일까지가 2연전 일정이다.
이번 시즌 개막을 앞두고 10개 구단 감독은 "체력적으로 힘들어 2연전을 없애달라"고 건의했고, 허구연 KBO 총재도 문제 해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확인한 바 있다.
손 과장은 "우선 격년제로 남은 4경기 중 3경기와 1경기로 홈 경기를 나눠 치르는 방법이 있고, 아예 4경기를 한쪽에서 몰아서 하는 방법이 있다"며 "현재 시뮬레이션을 돌리며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팀별 16경기를 1경기 줄이거나, 아예 2경기를 늘려서 3의 배수를 만드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경기 수를 줄이는 건 중계권료와 구단 수익 문제와 직결돼 어렵고, 2경기를 늘려 18경기씩 치르면 메이저리그와 똑같은 한 시즌 162경기가 돼 이 또한 KBO리그 선수층을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사실 '3+1경기'와 '4연전' 두 방법 모두 장단점이 있다.
잔여 4경기를 3경기와 1경기로 나눠 홈 경기를 가져가는 방법은 이동 거리를 줄이는 효과가 아무래도 떨어질 수밖에 없고, 4연전은 상황에 따라 홈 또는 원정 8연전이 발생할 수 있어 유불리가 극명하게 갈린다.
손 과장은 "이르면 내년부터 2연전을 없애는 방안을 논의 중이지만, 팀별로 홈 경기 수가 달라지는 거니 구단의 이해와 동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공정성과 흥행, 이동 거리까지 고려해서 짜야 해"
논란의 KBO 2연전, 이르면 내년 폐지 가닥 프로야구의 시작과 끝이라고 할 수 있는 정규시즌 144경기 일정은 한국야구위원회(KBO) 운영팀 손재웅(40) 과장의 손에서 나온다.
2019시즌부터 일정 편성을 시작해 올해로 4년째 일정을 짜는데, 한 시즌 10개 구단 전체 경기 수인 720경기를 이리저리 짜 맞추는 '720 피스' 퍼즐이나 다름없는 일이다.
퍼즐은 그림만 맞추면 되지만, KBO리그 일정은 공정성부터 흥행, 이동 거리까지 고려해야 할 변수가 한둘이 아니다.
이런 변수까지 모두 포함하면, 720조각짜리 퍼즐은 어느새 7천200조각, 7만2천 조각으로 늘어난다.
손 과장은 최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일정 메인 담당은 하고 있지만, 워낙 중요도가 높은 일이라 운영 본부장, 운영 부장 등 선배들의 조언을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대학에서 통계를 전공하지는 않았다고 밝힌 그는 "프로그램으로 일정을 짜서 관련 전공이 필요한 건 아니지만, 꼼꼼하게 일정들을 살펴보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 "일정 컴퓨터로 짜지만…4개월 매달려야 완성"
KBO 사무국이 일정 편성에 컴퓨터 프로그램을 도입한 건 10개 구단 체제가 시작된 2015년이다.
모든 일정을 컴퓨터가 짜는 건 아니다.
개막 8연전과 어린이날 대진 등은 KBO에서 흥행과 마케팅, 이동 거리를 고려해 미리 편성한다.
손 과장은 "개막 2연전은 2년 전 상위 팀이 홈 개최권을 갖고, 다음 주중 3연전까지 이동 거리를 줄이기 위해 홈 5연전을 치른다.
그다음 3연전은 홈 경기를 치르지 못한 팀들이 안방에서 경기를 연다.
어린이날은 격년제로 홈 경기를 치른다"고 설명했다.
원래 원정 6연전 이상은 안 짜지만, 남부 3개 팀(롯데, NC, KIA)은 이동 거리를 줄이기 위해 매년 수도권 원정 9연전을 편성한다.
이런 조건을 모두 맞춘 뒤에야 컴퓨터 프로그램을 돌리는 것이다.
손 과장은 프로그램이 내놓은 수백 개의 일정을 검토해 이동 거리와 흥행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균형 잡힌 일정을 찾아야 한다.
이 작업은 사막에서 바늘을 찾는 것과 비교할 정도로 집중력이 필요하면서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는 "8월부터 시작해서 4개월은 매달려야 일정이 완성된다"며 "그전에는 선배들이 컴퓨터 없이 하셨는데, 그거에 비교하면 훨씬 편해도 쉬운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우천 등으로 취소된 경기를 재편성하는 것도 손 과장의 몫인데, 이때는 프로그램의 힘을 빌릴 수 없고 직접 해야 한다.
작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취소 경기가 눈덩이처럼 늘어나 더욱 힘들었다고 한다.
손 과장은 "그때 선배들의 어려움을 짧게나마 체험했다"며 웃었다.
가장 어려운 건 모든 구단이 만족하는 일정을 내놓을 수 없다는 점이다.
그는 "같은 구단에서도 운영팀은 이동 거리가 짧은 일정을 좋아하고, 마케팅팀은 흥행을 최우선으로 본다.
그래도 구단들이 대체로 KBO가 발표한 일정을 이해해주는 편"이라고 했다.
◇ 2연전 없애는 게 최우선…이르면 내년부터 적용
프로야구 2연전은 벌써 수년째 현장에서 없애달라고 입을 모으고 있지만, 쉽게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 해묵은 문제다.
이번 시즌에도 홍원기 키움 히어로즈 감독이 "2연전은 선수와 팬들을 위해 바꿔야 한다"고 공론화했다.
한 시즌 팀당 144경기씩 치르는 KBO리그는 팀별로 16경기를 벌이는데, 양 팀이 3연전을 4번(12경기)씩 벌이면 4경기가 남는다.
현재는 공평하게 2경기씩 나눠서 치르는데, 올해는 8월 16일부터 9월 23일까지가 2연전 일정이다.
이번 시즌 개막을 앞두고 10개 구단 감독은 "체력적으로 힘들어 2연전을 없애달라"고 건의했고, 허구연 KBO 총재도 문제 해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확인한 바 있다.
손 과장은 "우선 격년제로 남은 4경기 중 3경기와 1경기로 홈 경기를 나눠 치르는 방법이 있고, 아예 4경기를 한쪽에서 몰아서 하는 방법이 있다"며 "현재 시뮬레이션을 돌리며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팀별 16경기를 1경기 줄이거나, 아예 2경기를 늘려서 3의 배수를 만드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경기 수를 줄이는 건 중계권료와 구단 수익 문제와 직결돼 어렵고, 2경기를 늘려 18경기씩 치르면 메이저리그와 똑같은 한 시즌 162경기가 돼 이 또한 KBO리그 선수층을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사실 '3+1경기'와 '4연전' 두 방법 모두 장단점이 있다.
잔여 4경기를 3경기와 1경기로 나눠 홈 경기를 가져가는 방법은 이동 거리를 줄이는 효과가 아무래도 떨어질 수밖에 없고, 4연전은 상황에 따라 홈 또는 원정 8연전이 발생할 수 있어 유불리가 극명하게 갈린다.
손 과장은 "이르면 내년부터 2연전을 없애는 방안을 논의 중이지만, 팀별로 홈 경기 수가 달라지는 거니 구단의 이해와 동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