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향소 직접 찾아 예우…"가장 가까운 이웃" 적극적 메시지
조문 외교로 한일대화 물꼬 틀까…과거사 문제 등 곳곳 뇌관
아베 조문정국서 '빨라진 보폭' 尹, 한일관계 복원 드라이브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국내 분향소를 찾아 조문하면서 새 정부의 한일관계 개선 기조에도 한층 속도가 붙는 분위기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공보문화원에 마련된 아베 전 총리 분향소를 찾아 조문했다.

한국 대통령이 일본의 전직 총리의 분향소에 발걸음한 것 자체가 한일관계 복원 의지를 담은 강력한 메시지라는 해석이 나왔다.

과거사 문제 등으로 일본에 민감한 국민정서를 고려했을 때 예상되는 정치적 부담을 감수하고 결정한 행보로도 해석된다.

윤 대통령은 조문과 별도로 한덕수 총리와 정진석 국회부의장, 중진 의원들로 구성된 조문단을 일본에 파견키로 했다.

사실상 최고 수준의 예우를 표한 것이다.

조문록 작성과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더 선명한 메시지도 내놓았다.

윤 대통령은 조문록에서 "유족과 일본 국민에게도 깊은 위로를 표한다"며 "가장 가까운 이웃인 한국과 일본이 앞으로 긴밀히 협력해나가길 바란다"고 적었다.

자민당 내 최대 계파를 이끌었던 아베 전 총리를 각별히 애도하는 것에서 한 발짝 나아가 '양국간 긴밀한 협력'이라는 정치적 함의를 담은 것이다.

윤 대통령은 자신을 안내한 아이보시 고이치 주한 일본대사에게 "아베 전 총리의 서거 소식에 많은 충격을 받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강인선 대통령실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이번 조문이 한일 양국이 가까운 이웃이자 가치와 규범을 공유하는 사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한일관계의 새로운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아베 조문정국서 '빨라진 보폭' 尹, 한일관계 복원 드라이브
이러한 적극적 제스처가 일본 측과의 대화의 문을 여는 계기가 될지는 지켜볼 대목이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지난 10일 아베 전 총리 추모 분위기 속 치러진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집권 자민당의 압승을 이끌면서 정치적 공간이 한층 넓어졌다.

기시다 내각이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으로 민감한 한일 역사 갈등 현안을 다루는 한일 고위급 대화에 소극적이었다.

지난달 말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 한일 정상회담 개최가 무산된 것이 대표적인 장면이었다.

대신에 양 정상은 당시 환영 갈라 만찬, AP4(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 정상회담, 한미일 정상회담, 나토 동맹국·회원국 정상회의 등을 통해 5차례 대면하면서 관계 개선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한 바 있다.

일본 측 상황에 변동이 생긴 틈을 파고들어 윤석열 정부가 '조문 외교'를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행정부 2인자인 한 총리 등이 일본을 찾아 한일관계에 대한 최고위급의 의견 교환이 이뤄질 가능성이 먼저 제기된다.

다만, 일본 정부와 자민당이 합동으로 주최하는 아베 전 총리 추도식은 추후 열릴 예정으로, 일본의 장례 관행상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일관계 개선이 마냥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한 해결책이 어느 정도 윤곽이 나와야 '다음 스텝'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어떤 결론이 나와도 국내외적 반발이 만만치 않을 수 있는 상황인 만큼 정교한 외교적 전략과 메시지가 준비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강경 보수 성향의 자민당 최대 파벌 '세이와카이'(아베파)의 지원을 받아 총리 자리에 오른 기시다 총리가 아베 전 총리의 사망 이후 강경 보수파의 영향력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 유연성을 발휘할 여지가 있다는 분석도 일각에선 나오고 있다.

아베 조문정국서 '빨라진 보폭' 尹, 한일관계 복원 드라이브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