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디지털세 법제화 진통…도입시한 내년 상반기로 연기
구글, 애플과 같이 여러 나라에서 영업하는 다국적 빅테크(거대 정보기술기업)들에 세금을 부과하는 새로운 국제적 틀인 디지털세의 도입 시한이 내년 상반기로 연기됐다.

11일(현지시간)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마티아스 코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총장은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에게 보낸 보고에서 내년 상반기가 디지털세 도입 데드라인이라고 밝혔다.

오는 15∼16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G20 재무장관 회의가 열린다.

앞서 지난해 10월 G20 정상회의에서 OECD 주도로 마련된 디지털세 방안이 추인됐다.

디지털세는 크게 '매출발생국 과세권 배분'(필라1)과 '글로벌 최저한세율 도입'(필라2)으로 구성된다.

다국적 정보기술(IT) 기업에 대한 과세권을 매출이 발생한 국가들이 나눠 갖고(필라1), 나라마다 다른 법인세의 최저한세율을 15%로 정한 것(필라2)이 주요 내용이다.

이중 필라1에 대해선 당초 각국이 이달까지 관련 입법화를 마무리할 것으로 기대됐으나, 실제로는 지연됐다.

OECD는 법 개정이 늦춰진 것은 기존 원칙에서 벗어나 완전히 새롭게 세 부담을 평가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데 예상치 못한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코먼 사무총장은 이런 지연이 실망스러울 수 있지만, 신속한 시행에 대한 정치적 이해와 수십 년간 지속될 혁신적인 새 규칙을 적절하게 설계할 필요성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법인세 최저한세율 역시 미국과 유럽연합(EU) 모두에서 아직 법제화되지 못했다.

미국에서는 최저한세율 내용이 포함된 예산 관련 법안이 의회에서 교착 상태에 있고, EU의 법제화 움직임은 헝가리의 거부권으로 중단됐다.

미국 재무부는 이와 관련해 지난 8일 헝가리와 조세협약을 종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공화당 의원들은 이날 이런 행위는 헝가리를 괴롭혀 최저한세율을 도입하게 하려는 '속 보이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공화당은 디지털세 관련 협의가 충분하지 않았고 디지털세 도입이 세수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행정부의 주장을 뒷받침할 자료도 없다는 입장이다.

오는 11월 중간선거 결과 미 의회의 주도권이 공화당으로 넘어갈 공산이 크다.

그럴 경우 디지털세 입법화가 난항을 겪을 수 있다.

디지털세 법제화가 내년 시한마저 넘기게 되면 일부 국가가 자체적인 과세제도를 도입하고 다른 국가는 이에 대해 무역제재로 대응하는 혼란이 벌어질 수 있다고 WSJ은 지적했다.

과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EU 일부 회원국이 자체적인 디지털세를 도입하자 미국은 보복 관세를 매기겠다고 압박하는 등 양 진영 사이 무역 갈등이 벌어진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