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 강속구 쌩쌩 안우진, 104구로 '투구 수' 관리까지
구창모, 2년 만에 나흘 휴식 후 등판에도 쾌투…불펜 방화 아쉬움

안우진, 구창모와 '에이스 맞대결'…8⅓이닝 역투 판정승
프로야구 KBO리그를 대표하는 '좌완 에이스' 구창모(25·NC 다이노스)와 '우완 에이스' 안우진(23·키움 히어로즈)이 올 시즌 최고의 명품 투수전을 펼쳤다.

차세대 국가대표 '원투펀치'로 꼽히는 두 투수는 1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한 치의 양보 없는 자존심 대결을 펼쳤다.

구창모는 주 무기 슬라이더를 앞세워 5⅓이닝 동안 4피안타 4볼넷 7탈삼진 1실점 했고, 안우진은 시속 150㎞대 강속구로 8⅓이닝 2피안타 3사사구 11탈삼진 무실점으로 역투했다.

결과적으로는 투구 수 관리를 잘한 안우진이 판정승을 거뒀다.

안우진, 구창모와 '에이스 맞대결'…8⅓이닝 역투 판정승
◇ 나흘 휴식 후 등장한 구창모, 공포의 슬라이더
구창모는 이날 다소 불리한 조건에서 선발 출격했다.

지난 5일 한화 이글스전에 선발 등판한 그는 나흘 휴식 후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선발 로테이션상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구창모가 나흘 휴식 후 선발 등판한 건 수술대에 오르기 전인 2020년 5월 31일 삼성 라이온즈전 이후 2년여 만이었다.

경기 초반 날카로운 제구력과 직구 구위로 상대 타선을 몰아세운 구창모는 체력 때문인지 3회부터 다소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는 3회 2사 이후 김준완에게 볼넷, 김혜성에게 내야 안타를 허용해 1, 2루 위기에 몰렸다.

다음 상대는 키움의 간판 이정후였다.

이때부터 구창모는 작정한 듯 슬라이더를 강하게 던지기 시작했다.

그는 슬라이더 2개를 연거푸 던져 이정후를 2루 땅볼로 잡아내며 위기를 탈출했다.

구창모는 4회 볼넷 2개를 허용해 1사 1, 2루 위기에 몰린 뒤에도 '공포의 슬라이더'로 무실점을 이어갔다.

이주형에겐 슬라이더 4개를 연달아 던지며 헛스윙 3개를 유도해 삼진 처리했다.

백미는 5회였다.

구창모는 김준완에게 볼넷, 김혜성에게 내야 안타를 허용, 다시 1사 1, 2루 위기에 놓인 뒤 다시 이정후와 만났다.

구창모는 또 슬라이더를 꺼냈다.

마치 쳐보라는 듯 시속 132㎞의 높은 슬라이더를 던졌고, 이정후 역시 배트를 강하게 휘둘렀다.

공은 빗맞아 중견수 뜬 공이 됐다.

이날 구창모는 이정후와 세 차례 맞대결에서 총 7개의 공을 던졌고, 이 중 6개가 슬라이더였다.

이정후를 막은 구창모는 송성문을 2루 땅볼로 유도한 뒤 주먹을 불끈 쥐며 포효했다.

마치 포스트시즌에서 승리한 것 같은 세리머니였다.

구창모는 0-0으로 맞선 6회 1사에서 이용규에게 볼넷을 내준 뒤 김진호와 교체됐다.

NC는 수술대에 올랐던 구창모의 한 경기 한계투구수를 100구로 설정해 두고 있다.

이날 구창모의 투구 수는 98개였다.

구창모는 구원 등판한 김진호가 난타당하며 승계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여 실점이 1로 늘어났다.

안우진, 구창모와 '에이스 맞대결'…8⅓이닝 역투 판정승
◇ 송곳 강속구 앞세운 안우진, 투구 수 관리까지 완벽
안우진은 경기 초반 다소 흔들렸다.

1회 2사 이후 박민우에게 한가운데 공을 던져 안타를 허용했고, 2회엔 선두 타자 닉 마티니의 무릎에 공을 던져 사구를 내주기도 했다.

살짝 영점조절이 흔들린 듯했다.

그러나 안우진은 곧바로 자기 공을 던졌다.

2회 무사 1루에서 박준영에게 시속 145㎞짜리 고속 슬라이더를 던져 투수 앞 병살타로 처리했고, 후속 타자 이명기에겐 허를 찌르는 커브와 체인지업으로 삼구삼진 처리했다.

5회부터는 상대 타자들이 손도 대지 못하는 시속 150㎞ 중후반대 강속구를 내리꽂았다.

그는 5회 선두 타자 천재환을 시속 154㎞ 강속구로 헛스윙 삼진 처리했고, 박준영에겐 시속 156㎞, 이명기에겐 시속 157㎞ 직구로 헛스윙 삼진을 유도했다.

6회엔 투구 패턴에 변화를 줬다.

시속 150㎞대 직구는 물론, 슬라이더, 체인지업, 커브에 최근 장착한 포크볼까지 가미하며 NC 타선을 완벽하게 틀어막았다.

안우진은 상대 타자에게 빠른 공을 보여준 뒤 느린 변화구를 결정구로 던지는 패턴으로 한 이닝을 삭제했다.

그는 단 10개의 공으로 서호철, 오영수, 손아섭을 잡아냈다.

타선의 도움으로 2-0으로 앞선 상황에서 7회 마운드에 오른 안우진은 마음 편하게 공을 던졌다.

권희동을 삼진, 박민우를 유격수 뜬 공으로 잡은 뒤 양의지에게 좌중간 안타를 내줬지만 천재환을 곧바로 삼진 처리하며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8회엔 이명기에게 볼넷을 내줘 2사 1루에 몰린 뒤 오영수에게 강습 타구를 허용했지만, 키움 2루수 김혜성이 동물적인 감각으로 공을 잡아내 이닝을 마무리했다.

100구를 던진 안우진은 9회에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그는 선두타자 손아섭을 스트라이크 아웃 낫 아웃으로 잡은 뒤 관중들의 기립 박수 속에 문성현과 교체됐다.

키움은 안우진의 역투에 힘입어 2-0으로 승리하며 3연승을 달렸다.

이날 104구를 소화한 안우진은 영리한 투구 수 관리로 긴 이닝을 책임지며 구창모에 판정승을 거뒀다.

안우진은 KBO리그 토종 선수 중 소형준(kt wiz)에 이어 두 번째로 10승(4패) 고지를 밟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