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분위기로 전하는 묵직한 메시지…박은빈·강기영·주현영 등 열연
착한 캐릭터들이 주는 감동…통쾌하면서도 신선한 '권선징악' 카타르시스
'우영우' 돌풍…당당하고 사랑스러운 자폐 변호사가 안기는 치유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변호사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ENA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10일 방송가에 따르면 시청자들에게 낯선 케이블 채널에서 방송되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4회 만에 지상파나 종합편성채널조차 쉽게 넘지 못하는 시청률 5%를 돌파하며 인기를 과시하고 있다.

넷플릭스에 서비스되면서 '대한민국 톱(TOP) 시리즈' 1위에도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우영우' 돌풍…당당하고 사랑스러운 자폐 변호사가 안기는 치유
◇ 장애 향한 불편하지 않은 시선…캐릭터가 뿜어내는 엉뚱 매력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동시에 가진 법무법인 한바다의 신입 변호사 우영우(박은빈 분)가 다양한 사건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결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우영우라는 인물을 장애 때문에 괴로워하거나, 보호받아야 하는 존재로 그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영우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늘 당당하게 밝힌다.

한바다에 처음 입사한 날 우영우는 상사에게 분실된 이력서 뒷장의 내용이라며 "특이사항 자폐 스펙트럼 장애"라고 밝히고,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하는 상황이 오자 "사정이 딱하다는 걸 보여주는 데는 장애만 한 게 없습니다.

그리고 저는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갖고 있고요"라며 변론을 맡는다.

장애를 숨겨야 하고 부끄러운 것이라고 그리지 않다 보니 자연스럽게 시청자들도 불편하지 않게 바라보게 된다.

게다가 우영우는 천진난만한 아이 같은 모습으로 사랑스러움을 뿜어낸다.

좋아하는 고래 이야기가 나오면 신이 나서 쉴 새 없이 고래에 관한 지식을 읊어대고, 김밥집에서 게살김밥을 서빙하며 사실 게살이 들어가지 않으니 게살맛김밥이라고 해야 한다고 말하는 엉뚱함으로 사람들을 당황하게 하기도 한다.

우영우가 고래 이야기를 할 때마다 튀어나오는 CG(컴퓨터 그래픽)는 환상 조합을 이루며 우영우의 귀여움을 배가한다.

'우영우' 돌풍…당당하고 사랑스러운 자폐 변호사가 안기는 치유
엉뚱하고 솔직한 우영우의 매력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우영우가 가진 하나의 성질일 뿐 전부가 아니라고 시청자들을 일깨운다.

공희정 평론가는 "드라마는 자폐를 다양성의 하나로 다룬다"며 "세상은 여러 요소로 구성되는데 우리는 보통 다수의 선택을 보지만, 드라마는 우영우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장애와 차이를 넘어 다양성을 회복하는 과정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주변 인물들도 우영우에게 과도하게 친절하지 않으면서 우영우를 인간 자체로 봐준다"며 "자폐라는 특수 상황을 불편하지 않게 보려고 애쓴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우영우' 돌풍…당당하고 사랑스러운 자폐 변호사가 안기는 치유
◇ 자폐에 대한 사회 편견 꼬집어…"사과·화해 과정도 담겨"
그렇다고 드라마가 장애를 가볍게 다루는 것은 아니다.

걸음걸이, 말투, 시선 등 남들과는 다른 우영우의 모습을 처음 본 사람들의 태도와 사회적 편견을 에피소드마다 조금씩 드러내면서 묵직한 메시지를 전한다.

"80년 전만 해도 자폐는 살 가치가 없는 병이었습니다.

지금도 의대생이 죽고 자폐인이 살면 국가적 손실이라는 글에 수백 명이 '좋아요'를 누릅니다.

그게 우리가 짊어진 이 장애의 무게입니다.

"
자폐인 동생이 의대생 형을 죽인 것으로 오해받은 사건을 맡은 우영우는 나치가 정신질환자를 살 가치가 없는 인간으로 분류한 사실을 언급하며 이같이 말한다.

자폐에 대한 사회의 시선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또 한바다의 송무팀 직원 이준호(강태오 분)는 우영우와 함께 걸어가다 장애인 봉사활동을 한다는 오해를 받기도 하고, 법정에서 우영우와 대치하던 검사는 사람마다 다양하게 나타나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그저 '심신미약 환자'라는 하나의 범주로 묶어버리기도 한다.

드라마가 사랑받는 이유는 이런 현실을 지적하며, 직설적으로 '이건 잘못됐다'고 분명하게 말하며 감동을 주기 때문이다.

이준호는 우영우를 봉사 대상으로 본 지인의 행동을 사과하는 문자를 보내며, 처음에는 지인의 '실수'라고 했다가 곧 '잘못'이라고 고쳐 쓴다.

자폐가 있는 변호사를 어떻게 가르치냐며 질색하던 시니어 변호사 정명석(강기영)은 "보통 변호사들한테도 어려운 일이에요"라고 말한 직후 "보통 사람이라는 말은 좀 실례인 것 같다"며 우영우에게 사과한다.

공희정 평론가는 "그동안 '굿닥터' 등 자폐 주인공을 내세운 드라마에서는 주인공이 배척당하고 불쌍하게 그려지는 면이 있었는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이 사람(장애인)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걸 보여준다"며 "사람은 잘못을 할 수도 있는데, 드라마에 그 잘못을 반성하고 용서하고 화해하는 과정이 담겨있다"고 말했다.

'우영우' 돌풍…당당하고 사랑스러운 자폐 변호사가 안기는 치유
◇ '순한 맛' 전개로 힐링 드라마 등극…'우영우 지원군' 캐릭터 눈길
권선징악을 실현하는 휴먼 법정극과 빌런(악당) 없는 착한 캐릭터 중심의 '순한 맛' 전개도 드라마의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드라마는 충격적이거나 자극적인 사건보다는 현실에서 충분히 일어날 법한 사건들을 다룬다.

우영우는 예상치 못한 관점으로 사건을 해결해나가면서 통쾌함을 안긴다.

정략 결혼식을 하던 중 웨딩드레스가 벗겨져 파혼 위기에 처한 신부는 사실 여자를 좋아한다는 성 정체성을 밝히며 자유를 찾고, 유산에 욕심을 부리던 삼형제의 장남과 차남은 뻔뻔하게 굴다가 결국은 막내에게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최근 법정드라마는 극악까지 왔다고 할 정도로 자극적인 소재나 캐릭터가 나오는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일상의 문제들을 다룬다"며 "그러면서 결국은 '선이 이긴다'고 느끼게 해주는데, 이런 면이 기존의 센 드라마에 지친 시청자들에게 마음의 평화와 위안을 준다"고 말했다.

'우영우' 돌풍…당당하고 사랑스러운 자폐 변호사가 안기는 치유
착한 캐릭터들이 소소하게 만들어내는 유쾌한 웃음도 극의 매력을 높이다.

정명석은 겉보기에는 무관심해 보여도 우영우가 장애 때문에 차별을 받지 않도록 뒤에서 울타리가 되어준다.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오피스 파파'라는 별명까지 생겼다.

우영우와 로스쿨 동기인 신입 변호사 최수연(하윤경)은 우영우를 질투하면서도 회전문에 껴 곤란한 우영우를 차마 못 본 척 지나치지 못한다.

학창 시절 괴롭힘을 당하던 우영우를 도와준 친구 동그라미(주현영), 우영우의 고래 이야기를 차분히 들어주는 이준호, 김밥집을 운영하며 우영우를 홀로 키운 아버지 우광호(전배수 분)도 우영우의 든든한 지원군으로 따뜻한 감성을 전한다.

특히 리듬을 타는 듯한 경쾌한 걸음걸이와 독특한 억양의 말투로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인상적으로 연기한 박은빈과 등장 때마다 박은빈과 독특한 인사법으로 웃음을 안기는 주현영, 이상하게 매번 당하는 입장에 처해 머쓱해 하는 강기영 등 배우들의 열연에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