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서 '세계 트렌드 농구' 보여줄 것"…대회 '정상권' 목표
아시아컵 나서는 추일승 감독 "무쇠 같은 상대라도 적극 싸워야"
"그 무쇠 같은 선수들 몸에 한 번 부딪쳐봐야죠."
남자농구 대표팀을 이끄는 추일승 감독은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에서 맞붙을 호주, 뉴질랜드 선수들을 언급하며 허허 웃었다.

9일 오후 대표팀은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아시아컵이 열리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로 출국했다.

추 감독에게 국제대회는 단순히 성적만 내는 장이 아니다.

세계 농구와 적극 교류하며 한국 농구의 수준을 파악하고, 다음 단계로 '진화'할 수 있는 계기이기도 하다.

출국 전 만난 추 감독은 이번 대회를 통해 한국 선수들이 한 단계 수준 높은 농구와 맞서더라도 움츠러들지 않는 적극성을 배웠으면 한다고 기대했다.

추 감독은 "프로 감독 생활을 할 때 호주로 전지 훈련을 가보면 그 선수들이 피지컬이 좋으니 우리 선수들이 몇 번 부딪치고 나서는 움츠러들곤 했다"고 되돌아봤다.

이어 "그런데 중국 선수들은 상대가 누구든 적극적으로 돌파해 골을 노리고, 1대1 공격을 시도하더라"라며 "우리 선수들도 이런 플레이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추 감독의 지적처럼 국제 경기에서는 스크린 대처, 박스아웃 등 코트 위 모든 플레이에서 국내에서는 경험하지 못한 강도 높은 압박이 이뤄진다.

인터뷰 중 줄곧 '국제 수준'을 언급한 추 감독은 지난 5월 대표팀 사령탑으로 취임한 직후에도 '세계 트렌드와 맞는 농구를 하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이날 추 감독은 "미국프로농구(NBA)는 별도로 보더라도 유럽 농구만 봐도 전방 압박을 강하게 가져간다.

한국프로농구(KBL)처럼 코트 한 편에서만 수비하지 않는다"며 "우리도 이번에 이런 농구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시아컵 나서는 추일승 감독 "무쇠 같은 상대라도 적극 싸워야"
특히 추 감독은 2대2 수비에서 적극적인 '쇼 디펜스'를 하겠다고 전했다.

쇼 디펜스란 가드 외에도 2대2 수비에 나선 빅맨이 상대 핸들러를 적극적으로 압박해 공격 흐름을 지연시킨 후 다시 자기 매치업을 찾아 돌아오는 수비다.

KBL에서 뛰는 빅맨들이 많이 경험해보지 못한 수비인 만큼 추 감독은 "그동안 연습을 많이 했다.

조금은 좋아졌다"면서 "이런 수비로 가야지 (이번 대회에서)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공격에서도 지난달 필리핀과 두 차례 평가전에서 선보였던 '빅 핸들러' 농구를 더 가다듬었다고 말했다.

당시 경기에서는 여준석(고려대), 최준용(SK) 등 2m가 넘는 신장에도 공을 몰고 상대 코트까지 질주할 수 있는 선수들이 활약했다.

그러나 추 감독이 대표팀의 핵심으로 낙점한 여준석이 미국 농구 도전을 이유로 하차하면서 이런 전술에도 차질이 생기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이에 추 감독은 "(송)교창이가 공을 다루는 기술이 그래도 있더라. 자기보다 작거나 큰 선수 수비도 어느 정도는 된다"며 "속공에서도 핸들러 역할을 해준다"고 말했다.

이우석(현대모비스)도 칭찬했다.

추 감독은 "우석이에게 공격 시 골 밑 돌파를 주문하고 있다"며 "상대 수비에 밀려서 외곽으로 도망가 슛만 던져서는 안 된다.

(최)준용이도, 우석이도 팀에 없는 돌파 옵션을 채워주고 있다"고 기대를 드러냈다.

이같이 여러 선수가 제 몫을 해줄 테지만, 여준석이 이탈한 상황에서 팀의 중심으로 촉망 받는 선수는 단연 최준용이다.

추 감독은 "속공 외에는 경기의 흐름을 읽으면서 (실책이 나오지 않게) 팀을 관리하는 농구를 펼칠 것"이라며 "준용이가 톱에서 공을 잡는 모습이 많이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표팀에 소집돼 진천선수촌에 훈련하던 최준용은 최근 발목을 다쳤다.

추 감독은 "준용이가 1주일을 쉬고 어제부터 운동을 시작했다"며 "완전한 상태는 아니지만, 선수가 의욕을 보인다.

경기 당일까지는 회복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아시아컵 나서는 추일승 감독 "무쇠 같은 상대라도 적극 싸워야"
그러면서 "(라)건아도 부상에서 회복하는 등 선수단 컨디션이 다 좋지는 않지만, 중국을 포함해 여러 국가에서 선수단에 문제가 생긴 상황"이라며 "우리만 컨디션 핑계를 댈 수는 없다"고 했다.

2023 FIBA 농구 월드컵에 출전하지 못하게 된 한국으로서는 내년으로 연기된 항저우 아시안게임 외 당분간 국제대회가 없는 만큼 이번 대회가 중요하다.

지난 2월 선수단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속출한 탓에 월드컵 아시아 예선에 불참한 대표팀은 대회 실격 처리됐다.

아울러 FIBA가 올림픽 출전권을 세계 랭킹과 일정 부분 연동시킨 까닭에, 대표팀이 랭킹 포인트를 쌓을 기회가 사라져 2024 파리올림픽에도 적신호가 켜진 만큼 이번 대회는 국제적 성과를 낼 흔치 않은 기회다.

이런 어려움을 의식한 추 감독은 "요즘 예능 프로그램 등을 통해 국내 농구 인기가 올라간 것 같다"며 "국제대회에서 어느 정도 좋은 모습만 보여주면 시너지가 날 것 같다.

책임감과 의무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추 감독이 정한 목표는 4강 이상이다.

그는 "그 정도는 돼야 정상에 도전할 만한 능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어떤 팀이라도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 선수들이 적극적으로 부딪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자카르타에 도착한 후 대표팀은 오는 12일부터 B조에서 대만, 중국, 바레인과 조별 예선을 치른다.

한국은 12일 펼쳐지는 조별 예선 첫 경기에서 아시아의 강호 중국과 맞붙는다.

아시아컵 나서는 추일승 감독 "무쇠 같은 상대라도 적극 싸워야"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