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 120만 명 사망 '슈퍼버그 감염', 언젠간 백신 쓸 날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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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 백신 15개 잇따라 실패, 원인은 병원체의 '잘못된 면역 기억'
UC 샌디에이고 연구진, 저널 '셀 호스트 & 마이크로브'에 논문 대부분의 경우 황색포도상구균(Staphylococcus aureus)은 흔하고 무해한 세균이다.
숙주인 인간의 몸 안에 함께 살지만,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는다.
그런데 인간의 면역력이 약해지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피부, 혈액 등에 침입하는 기회감염 병원체(opportunistic pathogen)로 돌변하는 것이다.
이 병원균의 감염이 진짜 심각해진 건 항생제가 잘 듣지 않는 '다제내성균'(일명 슈퍼버그)이 급속히 퍼지면서부터다.
일례로 슈퍼버그의 동의어처럼 쓰이는 MRSA는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methicillin-resistant Staphylococcus aureus)의 영문 머리글자다.
코로나 팬데믹(대유행)으로 관심이 쏠려 있긴 하지만, 사실 MRSA도 세계 보건 의료계가 직면한 심각한 위협 가운데 하나다.
올해 나온 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한해에만 전 세계에서 수천만 명이 항생제 내성균에 감염되고 약 120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 해에도 감염의 확산과 사망자 발생을 주도한 게 바로 MRSA였다.
특히 MRSA는 병원, 요양소 등 의료 시설 내 감염의 주범으로 꼽힌다.
MRSA 확산을 차단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예방 백신이라는 덴 거의 이견이 없다.
하지만 장기간의 큰 노력에도 불구하고 과학자들은 아직 MSRA 백신을 개발하지 못했다.
마침내 MRSA 백신 개발에 결정적 실마리가 될 수 있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금까지 많은 후보 백신이 왜 모두 실패했는지, 그리고 황색포도상구균엔 왜 백신이 듣지 않는지를 밝혀낸 것이다.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UC 샌디에이고) 의대의 조지 리우 소아 과학 교수팀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7일(현지 시각) 저널 '셀 호스트 & 마이크로브'(Cell Host & Microbe)에 논문으로 게재됐다.
리우 교수는 UC 샌디에이고 아동병원의 소아과 과장이기도 하다.
과학자들은 오래전부터 이 백신 개발에 매달렸다.
지난 30년간 전 임상 동물 실험까지 성공한 것만 최소 15건이다.
하지만 이들 후보 백신 가운데 어느 하나도 인간을 대상으로 한 임상 시험을 통과하지 못했다.
논문의 교신저자인 리우 교수는 "황색포도상구균을 연구하는 분야에서 오랫동안 풀지 못한 가장 불가사의한 문제 중 하나"라고 말했다.
리우 교수팀은 생쥐 모델에 효과를 보인 후보 백신이 인간에게 듣지 않는 건 처음 세균에 노출된 시점이 다르기 때문일 거로 추정했다.
실제로 후보 백신을 테스트한 생쥐 모델은 해당 병원체(여기선 황색포도상구균)에 한 번도 노출된 적이 없는 것이었다.
이와 대조해 인간은 태어나서 몇 주 내로 이 세균에 감염된다.
게다가 두 달만 지나면 절반가량의 신생아는 몸 안에 다양한 세균 콜로니(colonyㆍ菌落)가 생기고, 감염을 퇴치할 항체도 풍부하게 형성된다.
인간이 태어나자마자 몸 안에 들어온 황색포도상구균이 진화를 거듭하면서 면역 반응을 무력화하는 다양한 전략을 갖췄을 거라는 게 가설의 요체다.
연구팀은 이 가설을 입증하기 위해 실패한 후보 백신을 다시 들여다봤다.
이 백신은 황색포도상구균이 철(iron)을 구하는 데 필요한 IsdB 단백질을 표적으로 항체를 생성하는 것이었다.
예상대로 황색포도상구균에 한 번도 노출된 적이 없는 생쥐는 이 백신에 잘 반응했다.
IsdB 단백질 전체를 표적으로 항체가 생성됐고 세균의 기능은 교란됐다.
그러나 황색포도상구균에 감염됐던 생쥐는 같은 백신을 놔도 다르게 반응했다.
IsdB 단백질 전체가 아니라, 보호되지 않는 부분만 식별하는 항체를 생성했고 세균의 기능은 손상되지 않았다.
부스터 백신을 놓으면 결함이 있던 항체의 반응이 증폭됐지만, 더 큰 혼란이 생겼다.
식별 능력이 온전치 못한 항체가 정상적인 방어 항체와 경쟁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에 대해 한 연구원은 "IsdB 단백질의 보호 요소에 대해서만 백신이 작용하게 하면, 바람직하지 않은 면역 반응 기억으로 항체 기능이 억제되는 건 막을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황색포도상구균에 노출된 적이 있는 생쥐라 해도 IsdB 단백질의 보호 요소를 표적으로 백신을 개발하면 예방 효과를 볼 수 있다는 뜻이다.
이 연구가 제안하는 결론은, 인간에게 쓸 황색포도상구균 후보 백신은 병원체의 잘못된 면역 기억과 이에 상응하는 면역 반응 때문에 연이어 실패했다는 것이다.
리우 교수는 "다른 백신 개발에 실패한 원인도 같은 원칙으로 설명할 수 있을지 모른다"라면서 "우리가 옳다는 게 입증되면 머지않아 황색포도상구균 백신이 개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합뉴스
UC 샌디에이고 연구진, 저널 '셀 호스트 & 마이크로브'에 논문 대부분의 경우 황색포도상구균(Staphylococcus aureus)은 흔하고 무해한 세균이다.
숙주인 인간의 몸 안에 함께 살지만,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는다.
그런데 인간의 면역력이 약해지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피부, 혈액 등에 침입하는 기회감염 병원체(opportunistic pathogen)로 돌변하는 것이다.
이 병원균의 감염이 진짜 심각해진 건 항생제가 잘 듣지 않는 '다제내성균'(일명 슈퍼버그)이 급속히 퍼지면서부터다.
일례로 슈퍼버그의 동의어처럼 쓰이는 MRSA는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methicillin-resistant Staphylococcus aureus)의 영문 머리글자다.
코로나 팬데믹(대유행)으로 관심이 쏠려 있긴 하지만, 사실 MRSA도 세계 보건 의료계가 직면한 심각한 위협 가운데 하나다.
올해 나온 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한해에만 전 세계에서 수천만 명이 항생제 내성균에 감염되고 약 120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 해에도 감염의 확산과 사망자 발생을 주도한 게 바로 MRSA였다.
특히 MRSA는 병원, 요양소 등 의료 시설 내 감염의 주범으로 꼽힌다.
MRSA 확산을 차단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예방 백신이라는 덴 거의 이견이 없다.
하지만 장기간의 큰 노력에도 불구하고 과학자들은 아직 MSRA 백신을 개발하지 못했다.
마침내 MRSA 백신 개발에 결정적 실마리가 될 수 있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금까지 많은 후보 백신이 왜 모두 실패했는지, 그리고 황색포도상구균엔 왜 백신이 듣지 않는지를 밝혀낸 것이다.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UC 샌디에이고) 의대의 조지 리우 소아 과학 교수팀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7일(현지 시각) 저널 '셀 호스트 & 마이크로브'(Cell Host & Microbe)에 논문으로 게재됐다.
리우 교수는 UC 샌디에이고 아동병원의 소아과 과장이기도 하다.
과학자들은 오래전부터 이 백신 개발에 매달렸다.
지난 30년간 전 임상 동물 실험까지 성공한 것만 최소 15건이다.
하지만 이들 후보 백신 가운데 어느 하나도 인간을 대상으로 한 임상 시험을 통과하지 못했다.
논문의 교신저자인 리우 교수는 "황색포도상구균을 연구하는 분야에서 오랫동안 풀지 못한 가장 불가사의한 문제 중 하나"라고 말했다.
리우 교수팀은 생쥐 모델에 효과를 보인 후보 백신이 인간에게 듣지 않는 건 처음 세균에 노출된 시점이 다르기 때문일 거로 추정했다.
실제로 후보 백신을 테스트한 생쥐 모델은 해당 병원체(여기선 황색포도상구균)에 한 번도 노출된 적이 없는 것이었다.
이와 대조해 인간은 태어나서 몇 주 내로 이 세균에 감염된다.
게다가 두 달만 지나면 절반가량의 신생아는 몸 안에 다양한 세균 콜로니(colonyㆍ菌落)가 생기고, 감염을 퇴치할 항체도 풍부하게 형성된다.
인간이 태어나자마자 몸 안에 들어온 황색포도상구균이 진화를 거듭하면서 면역 반응을 무력화하는 다양한 전략을 갖췄을 거라는 게 가설의 요체다.
연구팀은 이 가설을 입증하기 위해 실패한 후보 백신을 다시 들여다봤다.
이 백신은 황색포도상구균이 철(iron)을 구하는 데 필요한 IsdB 단백질을 표적으로 항체를 생성하는 것이었다.
예상대로 황색포도상구균에 한 번도 노출된 적이 없는 생쥐는 이 백신에 잘 반응했다.
IsdB 단백질 전체를 표적으로 항체가 생성됐고 세균의 기능은 교란됐다.
그러나 황색포도상구균에 감염됐던 생쥐는 같은 백신을 놔도 다르게 반응했다.
IsdB 단백질 전체가 아니라, 보호되지 않는 부분만 식별하는 항체를 생성했고 세균의 기능은 손상되지 않았다.
부스터 백신을 놓으면 결함이 있던 항체의 반응이 증폭됐지만, 더 큰 혼란이 생겼다.
식별 능력이 온전치 못한 항체가 정상적인 방어 항체와 경쟁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에 대해 한 연구원은 "IsdB 단백질의 보호 요소에 대해서만 백신이 작용하게 하면, 바람직하지 않은 면역 반응 기억으로 항체 기능이 억제되는 건 막을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황색포도상구균에 노출된 적이 있는 생쥐라 해도 IsdB 단백질의 보호 요소를 표적으로 백신을 개발하면 예방 효과를 볼 수 있다는 뜻이다.
이 연구가 제안하는 결론은, 인간에게 쓸 황색포도상구균 후보 백신은 병원체의 잘못된 면역 기억과 이에 상응하는 면역 반응 때문에 연이어 실패했다는 것이다.
리우 교수는 "다른 백신 개발에 실패한 원인도 같은 원칙으로 설명할 수 있을지 모른다"라면서 "우리가 옳다는 게 입증되면 머지않아 황색포도상구균 백신이 개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