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주주간 분쟁 심화, 경영 안정화 전까지 승인 어려워"
교보 "어피니티측 상장 방해"…어피니티 "무리한 상장 추진"
교보생명 상장 예비심사 탈락…거래소, 미승인 결정(종합)
한국거래소가 증시 상장을 추진 중인 교보생명의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승인하지 않았다.

거래소는 8일 오후 상장공시위원회를 열어 교보생명의 유가증권시장 상장 여부를 논의한 결과,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거래소는 교보생명이 1, 2대 주주 간 경영 분쟁이 심화한 상황이어서 경영이 안정화하기 전까지는 상장 심사를 승인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은 서울 여의도 거래소 상장공시위원회에서 의견진술을 하는 등 상장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를 드러냈다.

교보생명은 현재 최대 주주인 신 회장과 특수관계인이 지분 36.9%를 보유하고 있다.

신 회장은 "주주 간 분쟁이 진행되고 있는 두 곳의 재무적투자자(FI)와 중재 소송에서 이겨 상장 규정에 문제가 되는 부분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회사 3분의 2에 가까운 사람들이 상장을 원하고 있다"며 "상장은 교보생명의 생존과 발전을 위해 굉장히 필요하고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교보생명은 작년 12월 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를 신청했으나 주요 주주인 어피너티, 어펄마캐피털 등 외국계 사모펀드를 상대로 주식매수청구권(풋옵션) 행사 문제를 두고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어 심사가 지연됐다.

어피너티와 어펄마는 교보생명이 과거 상장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다며 풋옵션을 행사했으나, 신 회장 측은 풋옵션 행사 무효를 주장했다.

금융투자업계 안팎에선 신 회장의 상장 추진 움직임을 곱지 않게 보는 시선도 있다.

신 회장이 어피니티 등을 의식해 상장 추진 움직임에 나선 것이 아니냐며 진정성이 의심되는 것이다.

금융투자 업계 한 관계자는 "거래소가 상장을 승인하지 않아 교보생명 입장에선 풋옵션 행사에 응하지 않을 명분을 얻었다"며 "설사 상장이 이뤄지더라도 최근 증시 부진 등으로 공모가가 재무적투자자들이 투자한 금액의 절반 수준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커 손실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어피너티 컨소시엄은 이날 자료를 통해 "교보생명이 상장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대주주 개인의 분쟁에서 유리하게 활용하기 위해 무리하게 상장을 추진했다는 의혹을 떨칠 수 없다"며 "신 회장이 계약상 의무를 이행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기간 분쟁의 해결과 성공적인 상장을 위해 신 회장의 성실한 의무이행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며 "교보생명은 인력과 비용을 낭비하고, 신뢰를 훼손하게 된 만큼 대주주 개인의 이익이 아닌 회사의 이익을 위해 행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교보생명은 어피니티 측의 방해로 상장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상장 요건을 충족했음에도 불구하고 주주 간 분쟁을 사유로 상장 승인을 받지 못한 것"이라며 "상장 시 공정시장가치(FMV)가 나오면 그동안 자신들의 주장이 터무니없다는 게 드러나는 것을 꺼려 상장을 방해하고 있는 게 아닌가 추정한다"고 말했다.

그는 "주주간 분쟁은 상장을 통해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