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배우 특별전' 주인공
"대표작은 '박하사탕'…앞으로도 그런 작품은 없을 것"
정지영 감독 "설경구, 한국영화사에 중요한 배우" 극찬
"올해 (연기를 시작한 지) 햇수로 30년이 됐더라고요.

'잘 버텼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제2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 '배우 특별전' 주인공은 설경구다.

그는 8일 경기 부천시 고려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30년 차 배우가 된 소감을 담담하게 전했다.

1993년 연극 '심바새메'로 데뷔한 그는 40편이 넘는 영화에 출연했다.

설경구는 "너무 영광스럽기도 하지만 부담스러운 자리인 것 같다"면서 "30년이라는 시간을 중간점검하고 갈 수 있는 시간으로 생각하려 한다"고 말했다.

"특별전을 한다고 한 뒤부터 앞으로 무슨 역할, 어떤 작품을 해야 할지에 대한 생각이 더 깊어졌습니다.

지금부터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몸 관리, 얼굴 관리가 아니라 여러모로 배우로서 나이를 잘 먹어가고 싶습니다.

"
영화 '박하사탕'(2000)으로 대중에게 본격적으로 얼굴을 알린 그는 '공공의 적'(2002)으로 스타 배우 반열에 올랐다.

이후 출연작마다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며 연기력을 입증했다.

설경구는 자신의 대표작으로 주저 없이 '박하사탕'을 꼽았다.

연기 인생의 전환점이 됐던 작품은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2017·이하 '불한당')이라고 했다.

"'박하사탕' 때는 제가 동원할 수 있는 것은 말초신경까지 다 끌어와야 한다는 생각으로 연기했어요.

앞으로도 그만큼의 작품은 없을 것 같아요.

제 대표작은 앞으로도 '박하사탕'일 거라고 말하는 이유죠. '불한당'은 제게 팬덤을 안겨주기도 했고, 변성현 감독 덕분에 무조건적인 몰입이 아니더라도 캐릭터를 극대화할 수 있는 접근방법을 알게 해준 작품입니다.

"
특별전 '설경구는 설경구다'에서는 '박하사탕'과 '불한당'을 비롯해 '공공의 적'(2002), '오아시스'(2002), '실미도'(2003), '감시자들'(2013), '자산어보'(2021) 등 설경구가 직접 뽑은 영화 7편이 상영된다.

이날 기자회견에 함께한 정지영 감독은 "'박하사탕' 촬영 현장에서 처음 만났는데, 내 인사를 안 받길래 '신인배우가 무례하다'고 생각했다"며 설경구와의 첫만남을 회상했다.

"그때 이창동 감독이 '역할에 빠져있어서 그렇다'고 하더라고요.

대니얼 데이 루이스라는 배우가 어떤 역할을 맡으면 영화가 끝날 때까지 역할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고 하잖아요.

아, 설경구가 그런 사람인가 싶어서 그때 존경심이 생겼죠."
이어 "설경구는 한국영화 연기사에 중요한 배우"라며 "이번 특별전은 반드시 했어야 하는 것"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연극을 통해 연기를 공부하고 훈련해서 나온 스타로서는 최초의 연기자가 아닌가 생각해요.

설경구 씨 이후에 연극배우 출신 연기자가 상당히 많이 나왔죠. 아마 설경구라는 사람을 보면서 '나도 영화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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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경구는 "연기에는 속성도, 비법도 절대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연기는 영원히 못 풀 거라는 걸 알면서도 풀어가야 하는 숙제라고 생각한다"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30년 후에는 제 회고전을 할 수도 있겠죠. 그때는 '그래도 삶은 아름답다'는 제목으로 열렸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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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경구는 설경구다'는 영화제 기간인 17일까지다.

설경구 대표작 상영 외에도 관객과의 대화, 전시 등 행사가 열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