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전 제주 한림항에서 발생한 어선 화재의 원인은 무엇일까? 제주해양경찰서는 이날 화재가 발생한 지 5시간여 만인 오후 3시 25분께 큰 불길이 잡히자 처음 불이 난 한림 선적 근해채낚기 어선 A호(29t) 선원 3명을 상대로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A호에서 발생한 불은 옆에 있던 같은 선적 근해채낚기 어선 B호(49t)와 근해자망 어선 C호(20t)로 옮겨붙었고, 결국 3척 모두 전소됐다.
A호의 선원은 선장을 포함해 모두 8명이다.
화재 당시 A호에는 기관장과 선원 등 5명이 탑승해 다음 날 바다로 나갈 채비를 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나머지 3명은 B호에서 이를 지켜보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A호에 있던 5명 가운데 3명은 중상을 입어 병원으로 옮겨졌고, 40대 기관장과 외국인 선원은 실종됐다.
해경은 사고 당시 기관장은 기관실에, 외국인 선원은 갑판에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기관장과 외국인 선원 둘 다 기관실에 있었다는 주민 이야기도 나와 추후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왜 갑자기 큰 폭발과 함께 불이 났을까.
연합뉴스가 취재한 한림수협과 한림읍 어선 업계 관계자 등은 "A호 시동이 걸리지 않아 실종된 기관장과 외국인 선원이 함께 기관실을 내려가 점검하던 중 폭발과 함께 화재가 발생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보통 30t 내외 연승어선에 주기관 1개와 보조기관 2개가 설치돼 있으며, 기관마다 12V짜리 배터리 2개를 나란히 연결해 24V의 전력으로 시동모터를 돌린다.
여기에 목격자들이 화재 당시 '펑' 소리와 함께 건물이 흔들릴 정도의 충격이 발생했다고 입을 모으면서 가스통보다는 배터리 폭발에 더욱 무게가 실린다.
앞서 지난 6월 8일 오전 6시께 경남 남해군 상주면 서편방파제에 정박 중이던 연안자망 어선 D호(4.01t)에서도 예비 배터리를 이용해 시동을 거는 과정에서 불이 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와 관련, 해경 관계자는 "현재 B호에 있던 선원 3명을 상대로 수사 중이다.
크게 다친 선원 3명은 당장 조사를 하기 힘든 상태"라며 "아직 화재 원인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아울러 A호에서 발생한 화재가 순식간에 번진 이유는 불이 난 어선 3척이 모두 화재에 취약한 섬유강화플라스틱(FRP) 소재로 만들어졌기 때문으로 확인됐다.
FRP 선박은 건조비가 비교적 저렴해 어선 건조에 많이 활용되지만, 외부 충격과 화재에 매우 취약한 단점이 있다.
해경은 이날 오후 5시 14분께 불이 완전히 진압되자 A호 내부에 대한 수색에 나섰다.
해경은 이날 사고 해상 주변에 대한 방재를 완료하고, 추후 제주시청과 협의해 사고 어선에 대한 인양 작업 후 감식을 벌인다는 방침이다.
dragon.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