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과 주가 따로가는 은행주
지난달 금리 인상의 수혜주로 꼽혔던 금융주의 상승세가 꺾였다. 금융당국이 금리인상기 취약계층의 이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취지에서 '이자 장사'에 대해 경고장을 날린 것이 계기가 됐다. 이날부터 7일까지 약 3주간 금융주는 10~20% 하락했다. 우리금융지주(-16.1%) 하나금융지주(-13.6%) 신한지주 (-12.5%), KB금융(-11.6%) 순으로 하락폭이 컸다. 카카오뱅크 주가도 12.2% 하락했다.
지난 6일 금융당국은 금리정보 공시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은행들이 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차이(예대금리차)를 매달 비교해 공시하도록 한 것이 골자다. 은행간 금리 경쟁을 유도해 소비자 편익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은행주의 실적과 주가는 따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은행 예대마진에 대한 비판과 이에 따른 은행의 대출금리 인하 움직임이 실제 순이자마진(NIM)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크지 않더라도, 투자 심리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후 정유업계도 규제 영향권에 들어갔다. 100달러 이상 고유가가 이어지고 국내 기름값도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자 정치권에서는 정유사들에 대한 초과이익 환수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1일 "정유업계에 고통 분담을 요구하겠다"고 발언하면서 SK이노베이션 주가는 22~23일 이틀간 약 10% 하락했다.
이후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국제 유가가 하락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배럴당 120달러선을 넘어섰던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지난 6일(현지시간) 기준 배럴당 98.53달러까지 하락한 상태다. 정유업계의 정제마진은 여전히 사상 최대 규모 수준이지만, 유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면 정제마진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 주가는 지난달 21일부터 7일까지 각각 22.2%, 17.6% 하락한 상태다.
◆정부가 밀어주는 원전, 주가도 '쑥'
반면 지난 정부에서 소외됐던 산업이 정부의 지원으로 기지개를 켜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원전 산업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2일 경남 창원에 있는 원전 기업 두산에너빌리티에 방문해 "철철 넘칠 정도로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 5일에는 원자력 발전의 단계적 감축을 앞세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공식 폐기하고, 2030년까지 원전 비중을 30% 이상으로 늘리기로 했다.
원전관련주는 22일부터 7일까지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갔다. 두산에너빌리티가 12.6%, 한전기술은 19.9% 올랐다. 해외에서도 호재가 이어졌다. 유럽연합(EU) 의회는 6일(현지시간) 원자력발전과 천연가스를 친환경 투자 기준인 녹색분류체계(택소노미·Taxonomy)에 포함하기로 결정했다.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과도기적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양일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을 가지고 있는 체코, 폴란드 등 동유럽 국가의 원자력 발전 건설이 활발해지면 국내 원전 관련 기업의 수출 기회가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결정을 계기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에도 원자력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윤 정부는 오는 8월까지 녹색분류체계에 원전을 포함시킨다는 입장이다.
고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