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으로 세계적인 인기를 얻은 배우 이정재(사진)가 영화 ‘헌트’를 통해 감독으로 데뷔한다. 이 작품에서 그는 연출·각본에 주연까지 맡았다.

이정재는 5일 서울 메가박스 성수점에서 열린 ‘헌트’ 제작보고회에서 “영화 일을 오래 했지만 각본을 쓰고 연출하는 건 굉장히 다른 일이라 많이 주저했다”며 “하지만 조금 더 용기를 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다음달 10일 개봉하는 이 영화는 조직에 숨어든 스파이를 색출하기 위해 서로를 의심하는 국가안전기획부 요원 박평호(이정재 분)와 김정도(정우성 분)의 이야기를 담은 첩보물이다. 이정재는 “어렸을 때부터 첩보 영화를 많이 봤다”며 “새로운 (스타일의) 첩보물을 만들고 싶은 욕심이 컸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른 첩보물과 차별화하기 위해 조직 내 스파이가 절대 누군지 모르게 하고 싶었다”며 “서로를 의심하면서 극의 서스펜스가 갈수록 커지는 구조를 생각하고 만들었다”고 했다.

연출과 연기를 동시에 한 데 따른 고충은 없었을까. 이정재는 “두 가지를 같이하다 보니 하나를 놓칠 때가 있었다”고 했다. “처음부터 고려했던 부분이긴 합니다. 그래서 연기가 돋보여야 하는 부분에선 연기에, 미장센이나 연출적 측면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할 때는 연출에 집중했습니다.”

‘헌트’는 지난 5월 열린 ‘제75회 칸 국제영화제’의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되면서 화제가 됐다. 이정재의 절친인 정우성이 출연한 것도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두 사람이 같은 작품에 나온 건 영화 ‘태양은 없다’(1999) 이후 23년 만이다. 하지만 정우성은 이 작품의 출연 제의를 네 차례나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우성은 “함께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두려움과 조심스러움도 있었다”고 말했다. “거리를 두고 객관적으로 보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그러다 깨지더라도,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후회 없이 받아들여야겠다는 생각에 출연하게 됐습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