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버 역 김지훈 인터뷰
"원작 팬들 위해 덴버 웃음소리 살려"
"베드신 숙명이라 생각…한 점 부끄럼 없는 몸 만들어"
"젠틀한 실장님 이미지인 줄 알았는데…이것까지 가능했어?" 넷플릭스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에 출연한 김지훈에 대한 반응이다. 2002년 드라마 '러빙 유'로 데뷔해 조각 같은 외모로 눈도장을 받은 그는 차근차근 연기 내공을 쌓은 끝에 2020년 드라마 '악의꽃'으로 한 차례 놀라운 변신을 하더니 '종이의 집'을 통해 인생캐 '덴버'를 만났다. 늘, 대중에게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그는 내제된 갈증을 이번 작품을 통해 조금 덜었다.스페인 원작 '종이의 집'에서도 덴버는 "아하하하"하는 특유의 웃음소리와 함께 크게 인기를 끈 캐릭터이다. 김지훈은 부산 사투리를 사용해 한국형 덴버의 매력을 십분 살렸다. 김지훈 표 덴버는 빼어난 외모에 '빙구'스러운 눈빛을 가진 반전 매력이 특징이다.
"원작의 팬으로 리메이크 소식을 듣고 참여하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부담감은 컸지만 말이죠. 시나리오를 읽어보니 원작의 덴버에 얽매이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대본을 분석하며 조금씩 캐릭터를 쌓아갔습니다. 원작 팬들 입장에서 덴버 특유의 웃음소리가 빠진다면 아쉬울 것 같아 녹였어요. 좋게 봐주시는 분들이 많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극 초반 김지훈의 변신에 어색함을 느꼈던 시청자들도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그의 덴버에 스며들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미선(이주빈)을 만나러 가기 위해 묶은 머리를 갑자기 푸는 덴버에 매력을 느끼는 이들이 많았다. 김지훈은 씩 웃으며 "제가 설정한 부분"이라며 뿌듯해했다.
"대본엔 긴 머리에 대한 설정이 담겨있진 않았어요. 장발의 풀어헤친 느낌을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조폐국 안에 들어가니 인질 통제하고 정신없는 상황이라 머리를 풀고 있는 게 무리더라고요. 그래서 묶고 있었는데…미선을 만나러 가는 신에서 내적 신이 났어요. 매력 어필하고 싶고, 멋진 모습으로 가서 잘 보이고 싶고, 그런 들뜬 감정을 표현해 보려고 했고 리허설 때 시도했더니 감독께서 좋아하셨죠."
덴버는 길거리 싸움꾼 출신으로 돈을 대주던 도박꾼까지 패고 쫓기다가 아버지 모스크바(이원종)의 권유로 강도단에게 합류한 인물이다. 자신을 버린 엄마가 트리거 포인트인데 유부남인 조폐국장 영민(박명훈)과 불륜을 저질러 임신했다는 미선(이주빈)이 서서히 마음에 쓰인다.
김지훈과 이주빈은 파격적인 수위의 베드 신으로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그는 "원작의 베드신이 훨씬 적나라하다"며 "이 작품을 리메이크한다면 그 정도는 숙명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물론 걱정은 있었다. 하지만 할까 혹은 말까에 대한 고민은 아니었다고. 그는 "하긴 할 건데 안 해 본 거고 창피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제출해야 할 큰 숙제를 품고 있는 기분이었다"고 했다.
"이주빈과는 작품 시작 전부터 만나면 베드신에 대해 이야기했어요. 소소한 넋두리였죠. 같은 부담을 안고 있다 보니 전우애, 친밀감이 생긴 것 같아요. 감독은 처음에 '그냥 다 벗어라.'라고 했어요. 몸을 보여줬을 때 한 점 부끄럼이 있으면 안 되겠다 싶어서 몸을 만들었죠."
'종이의 집' 촬영 당시 김지훈은 체지방량 7~8%를 유지했다. 그는 "운동 안 해보신 분들에게 감이 안 올 수 있지만, 운동을 해보신 분들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미선과의 러브라인에 대해 "예상했던 것보다 큰 호응을 보내주셔서 굉장히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DM도 확인하지 못할 정도로 쏟아지고 있다. 특히 'Marry me'(결혼하자)라는 반응이 엄청 많닸다"며 웃었다. 김지훈 표 덴버의 섹시한 이미지는 김홍선 감독의 의도된 연출이었다고. "감독은 제가 동양적으로 생긴 편은 아닌데다 장발의 매력을 가진 배우가 동양에 많지 않으니 서양 시청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셨죠. 의도한 대로 효과가 난 것 같아 보람을 느꼈습니다."
김지훈은 "정말 열심히 연기했고, 잘 전달이 된 듯해 보람도 느낀다"며 "더 많은 사람에게 공개가 되어 관심을 받을 수 있어 만족스럽다"고 소감을 전했다.
'종이의 집'은 동명의 스페인 인기 시리즈를 리메이크한 것으로 제작 단계부터 기대를 모은 작품이다. 통일을 앞둔 한반도를 배경으로 천재적 전략가와 각기 다른 개성 및 능력을 지닌 강도들이 기상천외한 변수에 맞서며 벌이는 사상 초유의 인질 강도극을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다.
이 시리즈는 지난 24일 공개된 이후 사흘 만에 3천374만 시청시간을 기록했고, 6월 20일~26일 넷플릭스 비영어 TV부문 가운데 시청시간 1위에 오르는 등 아시아, 중동, 남미 등의 지역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